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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에도 태풍과 국지성 집중호우 등으로 도심지역의 대형 산사태 발생 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산림청이 10년 단위로 산사태 발생규모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산사태 피해면적(연평균)은 1980년대 231ha, 1990년대 349ha에서 2000년대 713ha로 급격히 증가했다.

 

대규모 산사태가 늘어나는 것은 기후변화로 국지성 집중호우가 많아진 게 일차적 원인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증가하는 산사태를 막기 위해 산림청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및 소속기관 등에 산사태 철저 대응을 지시하고 나섰다.

 

2011년 발생한 서울 우면산과 춘천 산사태 이후 우리나라의 산사태 정책은 조직, 예산, 법령 등 모든 게 바뀌었다. 산사태 우려가 없던 도심지 민가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

 

산사태 발생 후 복구에 중점을 뒀던 정책은 예방 중심, 사람 중심으로 바뀌었고 산사태 대응 목표도 인명 및 재산피해 최소화로 집중됐다. 관심지역도 산림에서 도심취약지역으로 이동했다.

 

 산사태를 주제로 인터뷰 중인 이문세 박사.

산림청 ‘산사태취약지역 실태조사’ 연구용역 책임자인 이문세(39) 박사를 만나 산사태와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연구 내용 및 문제점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산림조합중앙회 연구개발팀 업무를 소개해 달라.
“산림조합중앙회는 지속가능한 산림경영 촉진 및 산림의 미래가치 창조를 위해 1962년 창립됐다. 산림청과 함께 황폐화된 산림의 녹화, 산림경영 지원, 산림자원 조성, 산림기반 구축, 해외 산림개발 등 우리나라 임업발전에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녹색산업의 글로벌 기관이다. 특히 연구개발팀에서는 산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사방시설 및 산림경영을 위한 임도시설 등 산림기반시설 선진화를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현재 산림청에서 발주한 ‘산사태취약지역 실태조사’ 연구용역 및 ‘산사태 예측기술’ 개발을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산림공학분야의 전문연구기관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외 산사태 연구동향은.
“전세계적인 이상기후로 인해 산사태 및 쓰나미 등의 자연재해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해 인명 및 재산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국가에서 산사태 조사, 예측, 방어, 경보 및 유지 등 산사태와 관련한 연구를 늘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10여 년 전부터 산사태와 관련된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그 기술수준이 선진국에 근접하고 있다. 특히 산사태 예측분야의 경우 산림청의 전국 산사태위험지도, 소방방재청의 지역별 예측지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통계 등 다양한 기관의 인공지능, 수치해석, 시뮬레이션 등 기초과학기술과 IT기술을 접목해 다방면의 예측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산림조합중앙회 연구개발팀에서도 국내 산사태취약지역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국내실정에 맞는 산사태 예측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또한 국외 산사태연구 패러다임이 예측분야 뿐만 아니라 점검·경계·경보 등의 응용분야로도 발전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각 기관 및 대학에서 인공위성(SAR), 상시계측시스템, 네트워크 등을 활용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기술수준이 아직 산사태라는 자연현상을 완벽하게 예측하고 방어하기에는 부족해 장기적인 연구 및 투자를 통해 정확도를 향상시켜야 한다.”

 

-산사태 발생 원인은 무엇인가.
“산사태의 발생원인은 지형 및 지반의 특성상 산사태에 취약한 지역이 태풍 및 집중호우로 그 강도가 저하돼 붕괴에 이르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시간당 강우강도, 누적강우량, 기반암에 따른 토양층의 물리적 특성, 토층깊이 및 지하수 등에 따라 산사태의 발생 양상이 틀려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는 삼분의 이 이상이 산악지역으로, 이러한 지역은 암석에 따라 만들어지는 토층의 깊이 및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산사태 발생 양상과 원인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정밀한 산사태 원인조사를 통해 상황별 데이터의 축적이 절실한 상황이며, 국내 많은 연구진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산사태 취약지역이 따로 정해져 있나.
“국내의 경우 산사태취약지역에 대한 개념과 정책방향이 정립돼있지 않았으나 최근 산림청의 ‘산림보호법’이 개정돼 취약지역 관리에 대한 근거가 마련됐다. 산림보호법에 따른 산사태 취약지역은 ‘산사태로 인해 인명 및 재산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으로 정의하고 있다. 산림청은 이러한 취약지역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해 예방사방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2년을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약 4000여 개소의 산사태취약지역을 지정·관리 중에 있다. 또한 보다 많은 지역을 효과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산림조합중앙회에 위탁, 2013년 1만개소를 시작으로 2017년까지 전국적으로 3만6000여 개소를 조사할 계획에 있다. 이러한 장기적인 조사를 통해 취약지역에 대한 DB가 구축되면 연차별로 심의를 통해 취약지역을 지정하고, 위험지역에 대해 예방사방을 적용하여 산사태로 인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다.”

 

-산사태 피해 현황은 어떠한가.
“산사태는 인명과 재산을 순식간에 앗아갈 수 있는 힘이 있으며, 그 피해정도는 강우와 지반특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지난 10여년 사이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차례 크고 작은 태풍과 집중호우로 인해 산사태가 지속적으로 발생했으며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02년 태풍 ‘루사’ : 산사태 2705ha, 인명피해 35명 (복구액 : 2994억원)
‘03년 태풍 ‘매미’ : 산사태 1330ha, 인명피해 10명 (복구액 : 2278억원)
‘06년 태풍 ‘에위니아’ : 산사태 1597ha, 인명피해 9명 (복구액 : 3192억원)
‘11년 국지성 집중호우 : 산사태 824ha, 인명피해 43명 (복구액 : 1580억원)

 

이러한 산사태 피해에 대한 복구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데, 산사태 발생 후 담당공무원 및 연구원들이 원인조사 후 관련 전문가들을 활용해 복구공사 설계 및 시공을 절차에 따라 진행한다. 지역과 피해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산림청에서는 이듬해 우기에 대비해 신속한 복구가 이뤄지도록 정책적으로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산사태는 산이 많은 지역에서 주로 발생했으나 최근 우면산, 춘천, 군산 등의 사례와 같이 도심지에서도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해 지고 있다. 따라서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이 별도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도심지도 예외가 아님을 인지해야 한다.”

 

-산사태 피해예방 및 최소화 방법이 있다면.
“산사태는 막을 수 없다. 그러나 피해를 최소화 할 수는 있다. 산사태를 연구할수록 인간의 힘이 자연에 비하면 얼마나 미약한지 점차 깨닫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관계 국가기관의 정책과 지원을 바탕으로 담당 공무원, 연구원, 기술자들의 노력과 일반 국민의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는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합심해야만 소중한 생명을 자연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사태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산림청의 산사태정보시스템(웹 및 어플)에서 제시하는 산사태위험지도를 참조해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나 생활하고 있는 지역의 위험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산사태 단계별 국민행동요령을 숙지하는 것도 산사태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사방기술 발전방향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
“현재 국내 사방기술은 산림·토목분야가 주도하고 있으며, 일본의 사방기술을 바탕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일반 SOC투자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예산으로 인해 사방과학기술의 고도화 보다는 경험에 의존한 경제적인 방식에 초점을 맞춘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은 산업발전에 치중한 근현대사와 맞물려 발생한 것으로 당시로서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재는 정확성, 경제성 뿐만 아니라 친환경을 동시에 요구하는 시대가 됐다. 사방기술 역시 산림과 토목에 국한하기 보다는 지질학, 지구물리학, 수학 등의 기초과학을 바탕으로 IT, 환경, 생태 등을 접목한 다학제적인 첨단융합녹색기술로 발전해야 한다. 이에 따라 최우선적으로 경험적, 정성적 기술을 탈피하고 정량적 기술로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방시설과 관련한 조사,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기술의 선진화가 필수적이다. 다행히 산림청 산사태방지과에서는 이러한 사항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금명간 연구가 진행돼 사방기술 발전의 초석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사태 관계기관에서 잘하고 있는 점과 개선해야 할 점은.
“국내의 경우 산사태와 관련된 기관이 많다. 전국적 산지의 산사태는 산림청이 주도하고 있고, 급경사지의 경우는 소방방재청, 도로비탈면은 국토해양부에서 관리 중이다. 특히 산림청은 ‘산림보호법’ 등의 관련법 정비를 통해 연도별 산사태예방대책을 수립했다. 또 산사태정보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사방사업과 관련한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 행정과 연구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산사태 예방·대응 매뉴얼을 바탕으로 대응시나리오를 작성해 전국 산사태담당자의 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산사태예방지원본부를 설치해 우기로 인한 산사태 발생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소방방재청은 ‘급경사지 재해예방에 관한 법룰’에 따라 각종 시설에 부속된 인공 및 자연비탈면에 대한 관리 및 각종 재난에 대한 교육과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을 통해 예방·대비·대응·복구 등 재난관리 단계별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국도변 비탈면의 낙석 및 산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도로비탈면유지관리시스템(CSMS)을 구축, 위험비탈면에 대한 사전정비 및 해빙기와 우기 시 발생하는 피해지역 긴급조사를 통해 효율적인 복구절차를 수립,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다. 산사태와 관련된 기관 사이의 관리영역 및 연구과제 중복 등 기관간 업무성격과 관리대상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 또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이것은 비용의 투자가 아니라 시간의 투자다. 산사태는 장기간의 연구가 필요한 사안임에도 우리나라의 저비용, 단기간, 성과중심 풍토로 인해 1년 만에 성과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정책적으로 산사태 연구에 대한 중장기적인 계획 및 시간적 지원이 필요하다.”

 

-추가적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산사태를 예측하고 방지하는 사방기술은 건설사업적 기술만이 아니라 생명을 다루는 인간중심의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의 현실은 연구기술의 난립, 건설업계 불황에 의한 영역다툼 등 인간의 존엄성 보다는 다른 목적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산사태와 관련된 모든 분들이 보다 넓은 시각과 마음으로 사방기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우리 국민이 보다 안전한 생활을 영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태환 온케이웨더 기자 pigletkth@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