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날씨리스크 관리가 중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날씨의 변동성은 이전보다 더욱 커져 개인과 기업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날씨리스크 관리에 대한 인식부족과 상품개발 인프라 부족으로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날씨리스크는 날씨변화로 발생하는 모든 손해 및 손실을 통칭한다. 태풍, 홍수, 가뭄, 이상 고온 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의 발생은 자연현상에 의한 불가항력적인 사항으로 완전하게 예방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기상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감소시키는 것은 가능하다. 기상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복구해 주는 대표적인 보험상품이 바로 ‘날씨보험’이다.

 

현재 풍수해보험, 농작물재해보험 등 정책성 보험에 해당하는 전통적인 날씨보험과 지수형 날씨보험, 날씨파생상품 등이 있으나 아직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농업, 건설, 의류, 레저 등 다양한 산업이 날씨리스크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만큼 날씨보험시장의 활성화는 중요하다.

 

날씨보험 전문가인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박홍규(43) 팀장과 국내 날씨보험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교통기후환경연구소에서 하는 일은 무엇인가.
“교통기후환경연구소는 기후변화를 위협과 기회로 인식해 선제적 대응방안을 수립하고, 전통적인 손해보험영역인 교통안전에 대한 연구를 위해 2010년 7월에 설립됐다. 기후환경, 교통, 금융 등 보험 산업의 주요 영역에 대한 전문 연구 뿐만 아니라, 각 연구 부문 간의 융합 연구를 통해 차별화된 성과를 창출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장기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전문 연구기관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날씨보험’이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날씨보험은 예기치 못한 날씨의 변화나 기상악화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 보상을 해주는 보험 상품을 말한다. 기상이변은 태풍이나, 집중호우 발생 등에 따라 물리적인 피해를 동반한 자연재해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평년대비 강우일수의 증가나 저온현상, 고온현상 등  물리적인 피해가 아닌 경제적 손실을 일으키기도 한다. 예를 들면 최근 여름철에 자주 나타나는 집중호우는 호우발생 가옥, 공장, 농경지의 침수피해를 입히지만 해수욕장, 놀이동산 등의 경우에는 강우의 양보다 강우일수가 더 큰 문제를 일으킨다. 7월과 8월에 걸쳐 주말마다 비가 온다면 레저업체 입장에서는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보다 더 큰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된다. 이렇듯 집중호우 등 악기상에 따른 피해를 보상해 주는 보험상품이 재해보험이라면 특정일자 또는 특정된 기간에 발생하는 기상현상에 대해 보상을 해주는 상품이 날씨보험이다. 날씨보험의 경우 특정날짜 또는 특정기간에 발생한 이벤트성 현상을 보상해주는 컨틴전시형 날씨보험 상품과 강우일수, 평균온도, 태풍발생 횟수 등을 지수화해 상품설계를 하는 지수형 날씨상품으로 구분된다.” 

 

-날씨보험이 중요한 이유는?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기온은 3.2도, 강수량은 16%가 증가하는 등 아열대 기후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름은 더욱 길어지고 겨울은 더 짧아져 집중호우, 가뭄 등 위험 기상의 강도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재해의 발생 자체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전에 시설물을 안전하게 보강하거나 보험상품에 가입함으로써 기상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감소시킬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앞으로 날씨보험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우리나라에 ‘날씨보험’이 생겨난 지는 얼마나 됐나.
“날씨로 인한 자연재해를 보장하는 보험상품은 오래 전부터 판매됐지만, 지수형 방식을 적용하는 신종날씨보험은 2008년에 처음 판매가 이뤄졌다. 특정 날씨 이벤트 발생 시 보험금을 지급하는 컨틴전시 형태의 보험상품은 2000년대 초에 최초로 판매가 됐다.” 

 

-기상특보가 주의보 이상으로 발령될 때가 많은데 관련 보험 상품이 있나.
“통상적으로 주의보 이상의 기상특보가 발표되면 날씨의 변동성으로 인한 위험보다는 기상재해로 인한 위험이 더욱 커진다. 건물이나 구축물의 파손위험을 담보 받기 위해서는 컨틴전시나 지수형 날씨보험보다는 화재보험의 풍수재 특약이나 풍수해보험이 적합하다. 하지만 저온현상 또는 고온현상과 같이 특정 기간에 지속적으로 나타나거나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기상현상에 대한 변동성을 보험으로 가입한다면 지수형 날씨보험이 최선의 선택이다.”

 

-개인이나 기업, 지자체들 중 날씨보험이 필요한 분야는?
“날씨의 변동성으로 인한 위험은 지자체나 기업은 물론 개인에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보험상품은 보험사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보험자의 재산상 손해를 보상한다는 상법 665조, 실손보상의 원칙을 지키려 한다. 이는 보험상품이 투기적으로 변질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객관적인 입증이 가능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손해의 객관적 입증이 가능한 지자체나 기업이 날씨보험 가입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날씨의 변동성으로 인한 위험에 노출된 기업이나 지자체라면 컨틴전시 방식의 전통형 날씨보험이나 지수형 날씨보험에 가입해 안정적인 운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 날씨보험 가입 현황은 어떠한가.
“날씨 변동성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날씨보험 상품의 가입으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 이유는 날씨보험 상품 구성의 어려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날씨보험 상품은 개별 고객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구조를 갖출 필요가 있는데, 기상요소와 보험담보 대상인 피보험자 손해와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것이 어렵다. 대표적인 날씨위험 노출 기업인 한국전력의 경우 여름철 전력사용량의 감소가 소득 변화 및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도 연관이 있어 일평균온도로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불완전하다.”

 

“날씨의 변동성은 확인이 가능하지만 개별기업의 손해와의 연관 정도를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라 실손보상의 원칙에 부합하는 상품 구성에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문제는 향후 날씨파생상품 도입 시 규제차익 문제와 아울러 깊이 검토돼야 할 부분이다.”

 

-날씨보험이 정착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낮은 인지도에서 문제를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날씨에 의한 손해는 천재지변으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인식을 갖고 있다. 얼마든지 사전에 대비하면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만 보험에 들면서까지 준비하려고 하는 생각은 부족하다. 또한 관련 규제에서도 문제를 찾아볼 수 있다. 2009년 2월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증권회사, 은행에서도 날씨 등 자연현상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의 판매가 가능하게 됐지만 아직까지 상품출시는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보험적 특성이 강한 날씨파생상품에 대한 증권회사, 은행 등 금융기관의 지식이 부족하고, 이에 대한 장내 시장도 없어 해외시장을 통해서만 보유위험의 헷지(대비)가 가능한 점 등 위험관리상의 불편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내 날씨파생상품 도입 현황은 어떤가?
“해외의 많은 국가에서는 보험회사에서도 파생상품의 취급을 허용하지만 국내의 경우 별도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국내와 여건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에는 보험회사에서 지수형 날씨보험과 날씨파생상품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날씨파생상품 대부분이 기상요소의 변동성을 전가하는 위험헷지형 상품으로만 판매돼 위험전가를 할 수 있는 상품의 다양성은 충족시키면서 파생상품의 투기적 요소는 최소화할 수 있게 돼 있다. 국내의 경우 아직 시장 형성이 되지 않았지만 일본의 사례와 같이 자연재해를 기초 위험으로 하는 파생상품에 대해 보험사의 취급이 허용된다면 경제적 손실의 보장이라는 보험사의 역할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김태환 온케이웨더 기자 pigletkth@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