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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후 양극화는 온난화 속 균형 찾으려는 ‘몸부림’”
극지연구소 김성중 박사…“해빙(海氷) 감소가 한파 남하시켜”
  2013-02-12 05:44 고서령   
“북극 해빙(海氷·Sea Ice·바닷물이 얼어 형성된 얼음)면적이 줄어들수록 한파가 더 강해지는 현상은 한동안 계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북극의 얼음이 다 녹고 겨울에도 엄청나게 더워지는 날이 올 겁니다.”
 
 
김성중(48) 극지연구소 박사는 “너무 빠른 온난화 속도가 태풍·폭설·한파·폭염을 비정상적으로 강화시키고 있다”며 “날씨가 극과 극을 오가는 현상은 지구가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몸부림’”이라고 해석했다. 김 박사는 올해로 21년째 극지를 연구하고 있다.
 
“대기·해양·극지방의 얼음은 각각 원하는 에너지의 양이 있어요. 서로 서서히 에너지를 주고받으면서 지구 에너지의 균형을 맞추는 거죠. 그런데 온난화로 얼음이 갑자기 줄어들면 너무 많은 에너지가 한번에 대기로 몰려갑니다. 문제는 대기가 그런 엄청난 에너지를 다뤄본 경험이 없다는 거예요. 필요 이상의 에너지가 대기에 집중되면서 에너지시스템의 균형이 깨지고, 그렇게 생긴 비정상성이 극단적인 날씨를 만드는 겁니다.”
 
김 박사는 “온난화가 진행되더라도 온도가 서서히 증가하면 이같은 ‘몸부림’은 나오지 않는다”며 “온실가스 농도도 서서히 증가시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구온난화 자체보다 너무 빠른 속도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될 경우 생물이 살아남는 것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과거에도 한파가 오랫동안 지속된 적은 있었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한파가 오더라도 하루 이틀 굉장히 추웠다가, 갑자기 기온이 올라 따뜻해지는 식의 극단적인 패턴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되면 사람 뿐 아니라 농작물, 동물까지 날씨에 적응하기 힘들어질 겁니다.”
 
김 박사는 또 “‘몸부림’이 끝나면 지구의 날씨는 결국 한 방향(갈수록 더워지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극의 얼음이 모두 녹으면 ‘중생대 기후’로 돌아가는 거죠. 중생대 때는 북극의 기온이 지금보다 연평균 20℃정도 높았습니다. 사람들은 어떻게든 적응하겠지만, 지금처럼 ‘자연스러운’ 생활은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온난화 진행 중 한파 강해지는 건 ‘해빙(海氷)’ 감소 탓”
 
김 박사는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한파가 더 심해지는 것은 ‘해빙’(海氷)이 녹는 현상과 관련이 깊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해빙은 태양빛의 90%를 반사해 태양에너지가 북극에 흡수되는 것을 막는다. 동시에 북극해 위를 덮음으로써 바닷물의 열이 대기 중으로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북극이 본연의 차고 건조한 성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2006년 북극 다산기지 연구활동 당시 김성중 박사
 
문제는 최근 북극 해빙 면적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 지난해 8~9월 북극 해빙 면적(350만㎢)은 1979년 관측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다. 2007년 같은 기간(417만㎢)과 비교하면 불과 5년 만에 67만㎢나 줄어든 것이다.
 
해빙 면적이 줄어들면 북극이 위치한 고위도지방과 우리나라가 위치한 중위도지방 사이의 기압 균형이 깨지면서 한파가 크게 남하할 가능성이 커진다. 북극의 한기를 감싸고도는 ‘제트기류’(Jet Stream, 북위 30~50° 부근의 대류권 상부~성층권에 불고 있는 강한 편서풍 띠)가 느슨해지기 때문이다.
 
“북극지역의 기압이 중위도지역의 기압보다 낮아야 제트기류가 팽팽하게 유지됩니다. 그런데 해빙이 줄어들면 극지역의 기압이 평년보다 높아지게 됩니다. 그 경우 평소 서→동 방향으로 불던 제트기류에 남북방향의 파장이 생기고, 그 골을 따라 한기가 남하하는 겁니다. 심할 경우 필리핀 북부까지도 시베리아 한기가 내려올 수 있습니다.”
 
이른바 ‘북극진동’으로 인해 한파가 내려온다는 것. 북극진동이란 제트기류가 고위도에서 저위도, 저위도에서 고위도 지역으로의 이동을 반복하는 현상을 말한다. 북극의 기압이 중위도보다 낮으면 진동지수가 ‘양(+)’을 보이면서 제트기류가 북극에 가깝게 수축된다. 반대로 해빙면적이 줄어 북극의 기압이 중위도보다 높아질 경우, 진동지수가 ‘음(-)’으로 내려가 제트기류가 굴곡을 따라 남하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 북극기압(위쪽)과 극진동지수(아래쪽)를 나타내는 그래프 : 북극의 기압이 평년보다 높을수록 위쪽 그래프에 붉게 표시된다. 그래프를 보면 지난해 12월 1일~16일 사이에 나타난 북극 대류권의 기압(위쪽 그래프 중앙 하단)이 평년보다 높았음을 알 수 있다. 같은 기간 아래쪽 그래프를 보면 극 진동지수가 최대 -4 이하로 떨어지며 ‘음(-)’을 보인 것을 알 수 있다. ©CPC(Climate Prediction Center·미국 기후예측센터)
 
김 박사는 또 “시베리아 지역의 눈이 증가하는 것도 북극 해빙 감소의 영향”이라고 덧붙였다. -40℃대의 북극 대기는 매우 건조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해빙이 녹아 바닷물이 대기에 노출되면, 건조한 대기가 해양의 수분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 그렇게 형성된 대량의 수증기가 시베리아 지역으로 이동해 많은 눈을 뿌린다는 것. “시베리아 지역에 눈이 많이 쌓일 경우에도 역시 제트기류의 남북방향 파장이 발달해 한파가 크게 남하할 수 있습니다.”
 
“북극 갈 때마다 온난화 심각성 느껴”
 
김 박사는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는 극지방은 지구온난화의 증거를 가장 빨리 확인할 수 있는 곳”이라며 “북극에 갈 때마다 온난화가 확실히 진행되고 있다는 걸 많이 느꼈다”고 밝혔다.
 
“과거의 기록을 보면 최근처럼 지구의 평균기온이 빠르게 상승한 적은 없었어요. 10만년 전 빙하기 때와 현재의 연평균기온 차이는 불과 5℃ 정도입니다. 그에 비해 산업혁명 이후 현재까지 130여년 만에 1℃ 가까이 평균기온이 올랐어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기온이 변화하고 있다는 거죠”
 
10만년 동안 5℃의 기온변화가 있었다는 것은 2만년에 1℃씩 기온이 변화했다는 얘기다. 산업화 이후 온난화 속도는 2만년을 130년으로 단축시킬 만큼 빨라졌다고 볼 수 있다.
 
김 박사는 “지구의 ‘몸부림’을 약화시키려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한다”며 “그러려면 당장 생활이 불편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를 완화시키려면 불편하더라도 자전거를 타고, 재활용을 하고,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계속 개발하는 등 불편함을 감수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김성중 극지연구소(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책임연구원

▶미국 텍사스 A&M대학교 해양물리학 박사 ▶前 캐나다 기후모형연구소 박사 후 연구원 ▶前 듀크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전임연구원 ▶前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 기후연구부장
▶現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現  IPCC 제5차보고서 심사위원 ▶現 APEC기후센터 이사 ▶現 한국기상학회 기후분과위원장
 
연구논문 활동
►1998년 제1저자로 <사이언스> 등재 ►기후역학 분야 상위 SCI저널에 연구논문 30여편 등재

고서령 온케이웨더 기자 koseor@onkweath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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