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과 홍수, 가뭄, 폭염과 같은 이상 기후현상이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그 중 태풍은 자연재해의 60%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우리에게 큰 피해를 주는 기상현상이다. 최근 들어 지구온난화로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고 바다 에너지가 태풍에 전달돼 그 위력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올해는 우리나라에 5개의 태풍이 상륙해 1962년 이래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태풍이 발생한 해로 기록됐다.

 

특히 제16호 태풍 ‘산바’로 6명의 인명피해와 25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경상도 지방의 경우 포항·경주·김천시, 고령·성주군 등의 지역에 극심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하자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었다. 특별재난지역의 피해규모는 1432억, 복구비용은 4000억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기후변화는 이처럼 우리현실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심각성을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대처해야할 때다.

 

이런 가운데 최근 소방방재청(청장 이기환)이 각종 재난과 재해가 발생했을 때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역할을 수행할 ‘재난공보담당관(Public Information Officer, PIO)’에 교통방송 아나운서 출신의 박경련씨(34·사진)를 처음 선발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활동 중인 재난공보담당관은 재난 발생 시 재난공보·경보, 소문감시·대응, 미디어 모니터링, 정확한 정보수집 확인·조율·전파 기능을 수행하며, 사무관급 대우를 받는다.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내에 위치한 소방방재청에서 박경련 담당관을 지난 17일 만났다. 박 담당관의 책상에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라는 책자가 펼쳐져 있었다.

 

박 담당관은 “출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미흡하다”며 “재난재해 발생 시 국민들에게 신속한 상황과 정확한 대응방법을 전달할 때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틈틈이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외에도 ‘자연재해 대처법’이란 법령집을 늘 가까이 하고 있다. 회사에서 이런 저런 업무로 바쁠 때는 출퇴근시간을 이용해서 법령집을 본다.

 

박 담당관은 “이미 일어난 사건은 빠른 대응과 처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재난·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대비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나운서 출신으로 여러 방송 프로그램 진행 경험이 있지만 그의 공부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요즘은 어떤 정보를 선택해야 할지 분별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그런 차원에서 재난·재해 발생 시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는 생명이다. 공신력 있는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춰야 하고 그래야 효율적인 전달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담당관은 첫 출근 날이었던 지난 5일(수)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그날 서울을 비롯한 많은 지역에 폭설과 한파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소방방재청 내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설치됐고 방재청 관계자들과 함께 비상근무를 해야만 했다.
 
박 담당관은 “재난·재해 분야에 대해 차근차근 깊이 있게 알아가려고 마음먹었는데, 3일간 폭설과 한파로 한꺼번에 인터뷰와 업무가 몰려드는 바람에 짧은 기간에 많은 것을 익히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업무는 소방·방재·안전·민방위 등 재난·재해 대응상황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전파하는 것. 또 소방방재청 자체 재난방송국인 ‘국민안전방송(NEMA-TV)’ 메인 앵커로도 활동하게 된다.

 

소방방재청은 박경련 담당관 선발과 함께 내년부터 방재청 자체 방송인 ‘NEMA-TV’를 확대 개편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12~14일 천안 중앙민방위방재교육원에서 소방방재청 직원 및 시·도 소방방재 담당공무원, 일반인 31명에게 취재, 인터뷰, 뉴스기사 작성 등 방송프로그램 진행요령 교육을 실시했다. 이들은 NEMA-TV에서 시민 기자·리포터 등으로 활동하게 된다.

 

박 담당관은 “국민 참여형 방송을 많이 만들어 사용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생각”이라며 “현재 홈페이지에서 방송하는 것을 SNS, 포털사이트 등에서도 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송을 강화해 재난·재해 속보와 주요 사건·사고, 그에 따른 대응 요령도 신속하게 보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처음’이란 설렘과 함께 부담감도 따른다. 걷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이 있다”며 “재난·재해 발생 시 대응요령과 예방법을 전달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밖에 박 담당관은 기후 변화에 따른 이상기후와 재난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 재난대응과 예방홍보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아나운서 경력 8년차인 박 담당관이 교통정보와 다양한 교양 방송을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보다 신뢰감 있고 친근하게 재난 관련 정보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