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산림과학원은 산림청 소속 국가 연구기관이다. 여러 연구소가 모여 있는 홍릉 연구단지에 본원을 두고 수원, 진주, 제주 등 전국에서 숲과 관련된 과학지식과 기술을 연구하고 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다.
산림과학의 연구영역은 생각보다 넓다. 자연과학 연구 분야로는 눈에 보이는 나무에서 시작해 작게는 세포, DNA까지 다루며 우리나라에 적합한 나무, 조경수, 버섯 품종을 연구하고 개발한다. 사회과학 연구 분야는 FTA(자유무역협정)에 대응한 산림 정책, 산림휴양 만족도 증진을 위한 연구, 통일 대비 북한 관련 연구 등도 하고 있다.
박현(48)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기획과장은 이러한 산림 연구에 관한 모든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올해는 산림과학원이 설립 90주년을 맞아 90주년 기념 사진전을 기획하기도 했다.
산림과학원은 폐허에 희망을 심기 위해 씨앗 연구로 시작해 이제는 100년을 바라보는 가운데 미래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박 과장과 국내 산림의 현황과 발전 방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산림 연구 분야에선 국내 유일의 국가기관으로 알고 있다.
“산림연구는 영역이 넓고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우리 과학원이 전부 맡아 할 수는 없다. 따라서 민간과 함께 연구를 하며 시너지 효과를 얻으려 하고 있다. 대학이나 산업계와 함께 하는 연구가 연간 100과제 정도 된다. 실제로 연구예산의 30% 정도는 민간분야의 협력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은 과학원이 맡고 세부 분야별 아이디어나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 것은 학계와 산업계의 도움을 받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숲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숲은 고추 모종이나 일년생 풀처럼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다. 올 여름 태풍 볼라벤으로 많은 나무가 넘어지기도 했지만 숲은 의연하게 버티는 경우가 훨씬 많다. 짧은 기간에 변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오랜 기간에 걸쳐서 변한다. 단순히 지구 온난화로만 본다면 식물은 광합성이 촉진되면서 더 잘 자라는 면이 있으므로 숲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특히 나무는 풀과 달리 생장기간이 긴 만큼 나름대로 적응하며 발전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보다 기후 양극화가 더 문제가 될 것으로 보는 이론이 신뢰를 얻고 있다. 기후 양극화는 나무를 포함한 많은 생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를 낳게 된다. 겨울에 월동을 하지 못해서 죽는 생물이 생기고, 지나친 더위에 지쳐 생명을 잃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먹이사슬이 깨지면 숲 속 생태계의 연관관계 속에 사는 생물들의 공동체인 숲에 많은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산림녹화에 성공한 나라다. 산림녹화 초기에는 어떤 연구들이 이뤄졌나.
“지금 중국이나 몽골, 아프리카 등에서는 나무를 많이 심고 있다. 중요한 건 심는 나무가 다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나무는 심는 것보다 가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도 1960년대부터 나무심기를 많이 했다. 하지만 매년 홍수가 나면 심었던 나무가 다 떠내려가곤 했다. 이러한 실패를 경험삼아 나무 심을 곳을 먼저 잘 정리하는 방법, 즉 사방기술 연구에 중점을 뒀다. 또한 황무지에서도 잘 살아남을 수 있는 나무를 생산하는 기술도 연구가 됐다. 풀베기 등을 해 주지 않아도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나무, 미생물을 뿌리에 함께 살게 해서 나무가 빠른 시일 내에 자라게 하는 기술 등을 연구해서 적용했다.”
-우리나라 산림과학기술은 어디까지 와 있나.
“30여년의 짧은 기간에 전국의 헐벗은 산을 푸르게 만든 것은 전 세계가 놀라워하는 기적에 가까운 성공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산림과학 기술이다. 현재 이 분야 기술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의 녹화 지원 사업에 활용되며 국위를 선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산림을 이용하는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다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그동안 성숙한 숲이 없었기 때문에 숲을 이용하거나 숲에서 나오는 산물을 가공하는 기술은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숲이 제공하는 다양한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숲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선진 임업국에 비하면 70∼80%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다. 조만간 선진국의 90% 수준, 세계 7대 산림 기술국가 수준에 들어가고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우면산 산사태 이후 다양한 정부 대책이 나온지 1년이 지났다.
“한정된 인력과 예산으로 단기간에 깔끔한 성과를 얻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도심 주변 산의 산사태 위험도를 평가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 노력을 많이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숲과 흙이 허용 가능한 수준의 나무만 남아있을 수 있도록 솎아주고 다듬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지자체를 포함한 행정가들에게 많이 인식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한 기상으로 인해 더욱 대형화 하는 산사태 등 재난을 막기 위해서는 더욱 정밀하면서도 다각적인 연구를 추진해야 하는 실정이다.”
-숲이 울창해지면서 산사태로 인한 붕괴의 양도 커졌다고 하는데…
“우리 숲은 속에 비해 겉이 너무 화려한 상태다. 산에 가보면 우리 산은 대체로 바위산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의 북한산, 수락산, 불암산, 관악산 등 모두가 바위산이다. 나무가 자라기 위해서는 흙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산에는 흙이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식물뿌리가 많아지면서 바위가 변해 흙이 되고 있다. 여전히 흙의 양과 ‘토심’이라고 부르는 흙의 두께가 매우 얇다. 그곳에 많은 나무가 덮여 있으니 흙 입장에서는 버거운 상황이다. 그 버거운 상황에서 빗물이 많이 내려오니 바위 위의 흙이 쓸려나가면서 그 위에 버티고 있던 나무들까지 다 휩쓸려 내려가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적당한 수준의 나무가 있도록 솎아주는 일이 꼭 필요하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나.
“숲은 단순히 나무만 있는 곳이 아니라 많은 생물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공간이다. 더구나 그 생물 중에는 우리 인간도 포함된다. 숲을 관리한다는 일은 숲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산림생태계 복원에서 기술적인 문제는 크게 없다. 하지만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장기적이고 공익적인 차원에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를 구하는 게 어렵다. 일례로 산지 소유자나 숲 주변에 사는 분들이 자신의 자산 가치가 떨어지는 일은 절대 반대한다. 이 분들은 숲을 택지나 농지 등으로 활용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나무가 울창한 좋은 숲으로 만드는 것은 반대한다. 전형적인 Nimby(Not in my back yard)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내 땅 주변의 산이 푸르게 잘 복원되는 것은 찬성하지만 내 땅을 다른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푸른 산으로 만드는 것에는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공익적인 차원에서 숲을 잘 가꾸고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의 정책이 개발돼야 한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을 목조 건축물로 짓자고 제안했는데…
“우리나라의 숲도 이제는 40∼50대의 장년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 산의 흙 두께를 감안할 때 산에서 나무들이 자랄 수 있는 수명은 대체로 70∼80년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조만간 심어진 나무들은 잘라내고, 젊은 나무들이 계속 자라는 숲으로 바꿔줘야 한다. 그런데 잘 키운 나무를 그냥 땔감으로 쓰면 안된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목재를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무를 최고의 가치로 활용하는 방법은 건축재로 사용하는 것이다. 경상북도 영주의 부석사 무량수전은 1300년대 말에 다시 지은 것으로 나무를 건축재로 사용하면 700∼800년도 더 갈 수 있는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목조 건축은 탄소를 오랫동안 저장하게 되므로 최근 기후변화와 맞물려 이야기되는 저탄소 사회를 위한 친환경적 건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강원도는 소나무와 잣나무, 낙엽송 등 그 지역에서 자란 나무를 이용할 수 있으므로 건축비도 절감할 수 있다. 나무를 붙여서 만든 집성재 등을 이용하면 현재의 기술로 충분히 안전하게 지을 수 있다.”
-임업국가로 우뚝 서기 위한 산림과학원의 계획과 포부를 소개해 달라.
“국토의 64%가 산림인 나라에서 10% 수준의 목재만 국내에서 공급하고, 나머지 90%를 수입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아스러운 일이다. 목재는 수입할 수 있지만 산과 숲은 수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숲은 살아 있다. 과학원은 국내의 숲을 활력이 넘치는 살아 있는 숲으로 키워내 사람들의 몸과 마음, 정서를 살리는 숲이 되도록 만들고 싶다. 단기간에 세계적인 녹화 성공국을 이뤄낸 경험과 창의적인 기술을 토대로 녹색부국을 이루는 초석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특히 몽골, 미얀마, 캄보디아 등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황폐화된 산을 녹색 숲으로, 생명을 살리는 숲으로 만드는 연구기관이 되길 꿈꾸며 나아가고 있다.”
■ 박현 과장
▶2011년 7월 ~ 현재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기획과장
▶2010년 ~ 2011년 국립산림과학원 바이오에너지연구과장
▶2006년 ~ 2008년 산림청 산림정책과 연구조정팀장
▶1989년 ~ 1993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학교 이학박사
▶1983년 ~ 1989년 서울대학교 산림자원학과 학사,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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