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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패러다임은 계속 변화하게 돼 있습니다. 과거 석탄이 개발돼 주종(主宗)을 이루기까지 100년이 걸렸고, 석유도 100년에 걸쳐 이렇게 주종을 이뤘습니다. 마찬가지로 신재생에너지도 100년 뒤에는 주종을 이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초기 단계라 석유·원자력에 밀리고 있지만 빠르면 2025년, 늦어도 2030년쯤에는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확보될 것이고, 그때부터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은 아주 가파르게 상승할 겁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이철용(35)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유럽 경제 위기·화석연료 가격 하락 등으로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어려움에 빠져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전망이 밝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근래 신재생에너지 국제 시장은 유럽재정위기로 인한 수요 침체와 각국 정부의 지원정책에 따른 공급 과잉이 맞물리면서 크게 고전하고 있다. 게다가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가격 하락까지 악재로 작용하면서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상황. 태양광 발전설비의 반 이상을 수출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심한 타격을 입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태양광 발전 최대 수요처인 독일도 최근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보조금이 대폭(30%) 깎였고, 미국은 셰일가스 개발을 시작하면서 신재생에너지에 흥미를 잃은 형국이다.
그러나 이 모든 악재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전망이 밝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전망이다. 이 연구위원은 그 이유로 ①자원고갈에 따른 화석연료 가격 상승 ②신재생에너지 가격 하락 추세 ③기후변화 대응 강화에 따른 신재생에너지의 매력 증가 ④원자력 반대 여론 확산 등을 꼽았다.
“석유 채취 위해 뚫는 구멍 수 6년새 두 배로 늘어”
이 연구위원은 “화석연료의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결국엔 고갈 위기에 따라 지속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그 대안으로 신재생에너지의 매력이 상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일리그(Oil Rig=원유 채취를 위해 뚫은 구멍)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만 봐도 석유가 고갈돼 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했다.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2004년과 2010년 사이 같은 양의 원유를 생산하기 위해 뚫은 오일리그의 수가 두 배로 늘었습니다. 원유자원 고갈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죠.”
최근 일부 국가에서 신재생에너지 가격이 전력 소매가격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진 것도 향후 신재생에너지 시장 전망을 밝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전력소매가격은 화석연료 가격과 비례해 상승하는데 반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가격은 기술 진보·각국 정부의 지원책 강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 이 연구위원은 “FIT(발전차액지원제도)를 통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따라 태양광 발전량이 크게 늘어난 독일의 경우, 최근 태양광 발전단가가 전력 소매가격보다 더 떨어졌다”면서 “머지않아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화석연료 발전단가와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균형점. 경제성이 확보되는 시점)에도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국제 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강화에 따라 향후 탄소세, 배출권거래제 등이 보편화되면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부담감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원자력의 경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어, 향후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이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한국 보급률 OECD 중 가장 낮아…“정부 지원 확대 시급”
이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실정이다. 신재생에너지 내수 시장 확대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공급비중은 1.6%(2010년 기준)로 OECD 28개국(관련 자료 없는 2개국 제외) 중 꼴찌다. 바로 위인 27위 영국(3.5%), 26위 일본(3.6%)의 경우 우리나라의 배가 넘는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보다 10년가량 늦게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시작한데다, 정부의 예산 지원이 계획됐던 것보다 훨씬 적게 투입되면서 이처럼 낮은 보급률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국토 면적이 좁고 인구 밀도가 높아 발전입지 선정이 어려운 것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지원 예산이 1조원이었습니다. 이걸 적어도 두 배는 늘려야 정부가 세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2030년까지 11%)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2030년 목표 달성을 위한) 매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치에 미달하고 있습니다. 지원 예산이 목표 달성에 필요한 금액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기업들, 2020년까지 경제성 확보 못하면 ‘끝’이다”
이 연구위원은 “이제 ‘신생아’ 수준인 신재생에너지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면서 “2세대, 3세대 기술 개발과 함께 배터리, 스마트그리드 등이 동시에 발전해야 신재생에너지가 가진 한계점들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취약점은 ‘발전량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우선 태양광·태양열은 낮에만 발전할 수 있고, 날씨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풍력도 매일 바람의 세기와 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발전량의 변동이 크다. 밀물·썰물로 발전을 하는 조력도 항상 일정한 발전량을 보장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지금 신재생에너지보다 원자력·화력 발전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발전량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이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이를 위해 민간의 노력도 중요하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민간에서도 정부에서 만들어준 시장을 통해 이득만 보려고 하지 말고, 기술개발 등을 통해 발전단가를 계속 떨어뜨리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기업들이 최소 2020년까지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를 달성하지 못하면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는 ‘끝’입니다. 정부 지원금도 다 민간 혈세에서 나오는 것인데, 언제까지나 계속 지원할 수도 없는 것 아닙니까.”
그러면서 그는 “국내 기업들에게 ‘뛰어넘기’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태양광 시장에서 주를 이루고 있는 실리콘 기반(1세대) 기술은 중국에서 이미 선점한 상황. 우리나라는 이 기술을 따라가지 말고, 2세대 ‘박막(薄膜)’과 3세대 ‘염료감응’(페인트처럼 건물에 칠해 발전하는 기술)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들 2, 3세대 기술은 개발되긴 했으나 아직 단가가 너무 비싸고 수명이 짧아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과거 디스플레이 기술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됩니다. 90년대 초반에 일본이 1, 2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는 그 기술을 따라가지 않고 3세대 기술에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우리나라가 디스플레이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술은 항상 진보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 유념하면서 지나간 기술은 과감히 포기하고 앞선 기술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철용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대학교 기술정책학 박사 ▶前 미국 조지아텍 공공정책(public policy) 연구원 ▶現 에너지경제연구원 신재생에너지 시장 분석 및 정책 담당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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