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대기에 에너지가 축적되면서 강력한 기상현상을 만들어내는 에너지도 그만큼 풍부해집니다. 앞으로 극한 기상현상들이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하고 지속될 것이라는 게 문제예요.” 한국기상학회장인 윤순창(63) 서울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이렇게 강조했다. 기상에 대한 여러 가지 궁금증을 풀기 위해 최근 윤 교수를 만났다.
-우리나라가 기상 분야에서도 세계 10대 강국에 든다면서요.
“기상청이란 곳은 대(對) 국민서비스를 해야 할 의무만 있지, 어떤 이득을 취하거나 권한을 가진 곳이 아니 곳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예보가 틀리면 국민들의 비난만 받았지, 어둡고 힘도 없었습니다. 초창기 기상청을 비롯한 기상분야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곳이었죠. 근래에는 경제성장의 결과로 국민들의 기상정보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또 기상전문인력의 학력도 상당히 높아지면서 기상서비스를 비롯한 기상학 분야가 세계 10대 강국 안에 들 정도로 눈부시게 발전했어요. 최근 발사한 천리안 위성,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수치예보 모델 수준을 봐도 그렇습니다. 기후변화가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어젠다로 대두되면서 기상분야의 중요성도 더욱 커졌다고 할 수 있죠. 암울했던 시기를 거쳐 지금은 미국·영국·일본 등 기상선진국과 견줄 정도의 기상 예보 능력과 기상학자들을 가지게 됐어요.”
-극한 기상현상의 강도와 빈도수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태풍이 히트를 쳤습니다. 강한 태풍이 연달아 한반도에 영향을 준 것은 이변이나 다름없어요. 지구 온난화의 결과로 태풍, 폭염, 폭설, 폭우, 우박 등 강력한 위험기상현상들이 더욱 자주 나타나고 있습니다. 극한적인 기상현상의 강도와 빈도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지구 온난화의 결과로 지구 대기의 에너지가 전체적으로 커지기 때문이죠. 충분히 예상돼온 일이긴 합니다. 태풍의 세기가 강력해지고 발생 빈도가 잦아지는 추세도 그러한 사실을 뒷받침해 줍니다.”
-기상학에서 특히 중요한 분야는 어떤 분야입니까.
“기상분야에서 기상예보와 기후변화예측이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확한 기상예보와 기후변화예측이 사회와 인류에 기여하는 바가 가장 크고 수요 또한 많기 때문이죠. 기상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봤을 때도 그러합니다. 짧게는 내일의 날씨가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레저 및 여가활동에 영향을 줍니다. 길게는 의류, 유통업, 농업 등 계절주기를 갖는 산업에까지도 영향을 끼칩니다. 특히 태풍, 홍수와 같은 위험기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때 사전 예측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수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됐어요. 올해 연이어 한반도에 북상했던 태풍들도 과거 ‘루사’나 ‘매미’급과 비슷했지만 기상예보를 통해 철저히 대비함으로써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예측에 따라 에너지 수요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등은 도시계획을 세우는데도 큰 기여를 하고 있죠. 무엇보다도 농업, 수자원, 보건 분야 등 기상예보와 기후변화예측이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봅니다. 다만, 지금보다 기후변화예측에 대한 불확실성을 상당히 제거할 필요는 있습니다. 그래서 지역별로 구체적인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게 중요하죠. 다양한 관측 자료와 보다 정확한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통해 기후변화예측의 불확실성을 줄여 나가야 합니다.”
-과거에 비해 예보 정확도가 많이 향상된 게 사실입니까.
“미래라는 것에는 항상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100% 정확한 예측이란 사실상 불가능한 거죠. 하지만 새로운 관측 자료를 많이 얻고 다양한 수치예보 모델들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기상 예보의 정확도가 나날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예보 정확도는 꾸준히 지속적으로 높아질 거라 봅니다.”
-어떤 사람들에게 기상학을 추천하고 싶은가요.
“자연과학은 자연 현상에 대한 무한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매우 흥미로운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 현상을 다루기 때문에 탐구해야 할 게 너무나도 많죠. 특히 눈앞에 보이는 날씨와 관련된 현상을 탐구해야 하는 기상학은 더욱 그렇습니다. 기상학은 물리, 화학, 생물 등의 다른 자연과학 분야보다도 경험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호기심 많고 과학에 흥미가 있는 젊은이들이 특히 도전해볼 만한 분야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돈 많이 벌고 싶은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기상학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기상학은 매우 재미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궁금증을 갖고 도전해야 할 기상·기후현상들이 무궁무진하거든요. 과학현상에 흥미가 있는 학생이라면 평생 지루하지 않을 정도의 연구들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인류 사회가 발전할수록 이 분야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입니다. 그래서 기상학의 미래는 밝아요.”
-기상학 전공자로써 아쉬운 점은 어떤 건가요.
“자연 현상을 탐구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측정 장비와 많은 자료들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장비가 워낙 고가다보니 이를 장만하기가 어렵고, 우리나라의 대학 현실에서 그런 장비를 개발할 만한 여건도 부족한 것입니다.”
-기상학을 한마디로 정의하신다면.
“기상학이 다른 자연과학 분야와 다른 점 하나가 있다면 그게 무엇일까요. 자연과학 중 유일하게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이란 것입니다. 그래서 기상학에는 물리, 화학, 생물 분야에는 없는 수치예보 모델링이라는 게 존재합니다. 자연의 복잡한 현상을 컴퓨터를 이용해서 계산하는 거죠. 다른 과학 분야들은 단순히 자연현상을 관측·분석해 이해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하지만 기상학은 그 이해를 기반으로 한발 더 나아가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입니다. 내일 비가 얼마나 올 것인지, 객관적인 수치까지 제시하지 않습니까. 기상학이 미래를 예측하는 유일무이한 자연과학이란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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