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사람들 > [이슈 인터뷰] “독일 빗물세, 서울시엔 적합하지 않다”

이정수(41) 녹색미래 사무총장은 “서울시가 도시의 물순환 회복을 위해 불투수면적을 줄여가자는 논의에 나선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빗물세는 적합지 않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불투수면적을 줄여나가려면 시민들이 자기 의지로 참여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며 “서울시 침수피해와 관련한 재원 확보는 빗물세가 아닌 ‘하수도요금 현실화’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녹색미래는 10여 년 전부터 물 순환, 빗물자원화 등 빗물과 관련한 논의를 계속해 온 환경단체다. 최근 서울시가 개최한 ‘독일식 빗물세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의 패널로 참석해 비판적 의견을 냈던 이정수 녹색미래 사무총장을 만나 서울시 빗물세 도입 논의와 관련한 생각을 들어봤다.

독일, 한국과 기후·주거 조건 달라…“시민 참여 어려울 것”

이 사무총장은 “독일과 한국은 기후조건과 주거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독일의 빗물세 제도를 서울시에 1대 1로 대입하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독일의 연간 강수량은 700~80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또 비가 한 계절에 집중되지 않고 사시사철 내린다. 때문에 물관리가 편하다는 것. 반면 우리나라의 연간 강수량은 독일의 두 배인 1300㎜ 정도인데다 이 중 60~70% 가량이 여름철에 집중된다. 이 사무총장은 “우리나라는 우기와 건기의 계절적 구분이 뚜렷하고 여름철에 비가 집중돼 물관리에 굉장히 어려운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주거환경도 크게 다르다. 서울시는 60% 정도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반면, 독일은 개인 가든이나 텃밭을 가꾸는 것이 문화처럼 정착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 사무총장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의 경우 건축 면적이 10만㎡라고 하더라도 그 중 본인 소유라고 할 수 있는 면적이 얼마 되지도 않는 데다, 불투수면적을 줄이기 위해 그걸 인위적으로 훼손해서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불투수면적을 줄이는 방식은 현재 서울시 도시구조로는 불가능하다”며 “시민 참여는 옥상녹화나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텃밭을 가꾸는 행동 등 좋은 생활·문화 운동 방식으로 확장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가일로의 하수관 확장·하수처리비 조달 ‘발등의 불’

이 사무총장은 “서울시 침수피해 방지에 필요한 시설 재원확보는 빗물세가 아니라 하수도요금 현실화(인상)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하수도요금은 원가의 50%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매우 낮다는 견해가 많다. 또한 빗물은 유출되면 모두 하수도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에 하수도가 상당 부분 빗물 처리에 쓰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울시가 빗물세 도입을 논의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후변화로 집중호우 빈도가 높아지면서 하수관거 확장·하수 처리 등에 필요한 비용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하수도 요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빗물에 하수도 이용요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무총장은 “시의 도시계획과 정책으로 인해 현재 서울시의 모습이 갖춰진 것인데, 그 책임을 (빗물세 형태로) 시민에게 부과하면 안 된다”며 “빗물관리에 필요한 재원은 하수도요금 현실화를 통해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시가 도시계획을 세울 때는 물 순환과 저영향개발(Low Impact Development·분산형 빗물관리)이 기본 전제가 돼야 하고, 여기에 시민들이 동참할 수 있는 방식은 빗물세가 아닌 문화 속에서 찾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표수 중심 물 관리 벗어나 빗물 순환 통한 지하수 함양 신경써야”

이 사무총장은 또 “현재 우리나라는 지표수 중심의 물 관리를 하고 있고, 지하수는 보존적 정책으로 가고 있다”며 “(앞으로 물 관리는) 빗물을 순환시켜 지하수 함양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서울시가 생각하고 있는 침수 방지 대책은 인위적으로 대심도·대규모의 지하 저류조를 만들어 빗물을 받아 놨다가, 청천시에 그것을 하수처리장 등에서 처리해 강으로 흘려보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같은 대책은 침수 방지에는 효과가 있지만 수자원 확보와 물 순환 측면에서는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

그는 “독일 등 몇몇 국가에서는 지하수를 음용수로 쓰고 있다”며 “빗물을 적절히 땅 속으로 침투시켜서 지하수 함양을 늘리는 것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서령 기자 koseo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