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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일이라고 미루는 경향이 심해요.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드니까요. 하지만 기후변화는 막을 수 없어요. 산업혁명 이전에도 지구의 평균 기온은 오르고 있었어요. 그 이후에 급격히 오른 것이고요. 기후는 변하고 있어요. 미래의 일이라고 미룰 것이 아니라 미래를 살아갈 우리 다음 세대와 소통해서 그 심각성을 인식시켜야 해요.”
기후변화센터에서 총괄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김소희 사무국장은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센터가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인터뷰는 11일 예정된 첫 토크콘서트 ‘기특한 만남(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특별한 만남)’을 앞두고 진행됐다. 기특한 만남을 준비하느라 주말에 출근해야 할 정도로 바쁜데도 김 국장의 표정은 밝았다.
기후변화센터(이사장 이장무)는 2008년 출범,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NGO단체다.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 학계 등 사회 전체를 포괄하는 ‘범국민단체’임을 표방한다. 김소희 국장은 2010년부터 현재까지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사실 그녀가 처음부터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덕성여대 영어영문과를 졸업한 후 어린이 중심의 문화교류·의료·교육사업을 진행하는 국제 구호기구 ‘플랜 인터내셔널’의 한국지부 마케팅홍보 담당자로 근무했다. 수단과 네팔, 스리랑카 등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사업을 펼쳤다. 9년째 되던 2006년 사표를 던지고 이듬해 영국으로 떠나 런던대에서 개발학을 공부했다.
“개발학에서 기후변화를 중요하게 다루더라고요. 영국 언론에서도 자주 노출되고요. 생활 속에서 자꾸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배우다보니까 자연스레 관심이 갔어요.”
한국에서 영국으로 환경이 변한 것도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였다. 김 국장은 ‘차 없으면 못사는 줄 알았던 사람’이었다. 가까운 거리도 차를 이용했던 그녀가 런던의 좁은 도로, 비싼 기름값 앞에서는 두 손 들었다.
“9개월 된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걸어다녔죠. 차 없으면 힘들 줄 알았는데 다닐 만 하더라고요. 이런 작은 실천이 어렵지 않았는데 그동안 몰랐었어요.”
다시 한국에 돌아와 기후변화센터에 입사했다. 직원 7명의 작은 조직이지만 하는 일은 대기업 못지않다. ‘그린 리더가 세상을 바꾼다’는 기후변화 리더십 과정은 기업 오너들에게 기후변화 대응과 저탄소 녹색성장 등에 대한 다양한 강좌를 제공한다. 올해는 대학생 자원활동가 ‘U-Savers’를 처음으로 꾸려 젊은 층과의 소통도 시도했다. 각종 비즈니스 포럼과 국제 워크숍, 캠페인 등도 진행한다. 센터를 이끄는 김 국장의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7살 된 아들이 유치원에서 기후변화에 대해 배웠나봐요. 어느 날은 집에 오더니 ‘지구가 아프대’ 하면서 온갖 전기콘센트를 다 뽑더라고요. 제가 컴퓨터로 일하고 있는데도요. 아들에게 ‘엄마 일하고 있으니까 이건 켜주면 안될까? 쓰지 않을 때는 낭비지만 필요할 때는 써야하는건데’ 하니까 그제서야 ‘그럼 켜줄게’ 하면서 인심쓰더라고요. 아이를 위해 좀 더 나은 지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나은 지구를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먼저 기후변화에 대한 국내 인식은 어떨까. 기후변화센터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인식조사에서는 90% 이상이 기후변화를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언론 덕분에 대부분의 국민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50%는 ‘나와 상관없는 일’로 답했다. 심지어 지겹다는 반응도 있었다.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화두로 내세우면서 정책, 언론에 많이 노출됐죠. 다들 알기는 알아요. 문제는 너무 주입식이라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까봐, 그게 걱정이에요.”
김 국장은 주입식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기후변화단체가 ‘NGO’로서 정부기관이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과의 소통이 그것. 인터뷰 내내 김 국장은 소통을 강조했다.
“국민들에게 기후변화는 아직도 ‘심각한 것은 알지만 나와는 거리가 먼 일’이에요. 사실은 기후변화가 우리의 먹거리와 건강, 물가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죠. 이것를 알리는 것이 우리 센터가 할 일입니다.”
11일 진행된 기특한 만남을 기획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기특한 만남은 단순하게 ‘기후변화가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로 남극 펭귄이 살 곳이 사라진다’와 같은 접근이 아니다. ‘왜’, ‘어떻게’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 ‘왜’, ‘어떻게’ 먹거리가 변하는지 실질적으로 생활에 와 닿게끔 구성했다.
소통이 쉽지는 않다. 기후변화를 받아들이는 국민들의 태도가 생각보다 다양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센터와 연세대학교 황상민 교수가 함께 분석한 결과 ▶이론과 개념으로만 이해하는 시니컬형 ▶하나의 유행처럼 따르는 트렌디형 ▶구실과 명목이 우선인 명분형 ▶기후변화 적응이 이미 생활의 일부분인 생활형 등이다.
가장 이상적인 심리는 생활형이다. 김 국장은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생활화된 사람으로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사람들을 꼽았다.
“지구를 위한 실천이 가장 생활화된 게 북유럽 사람들이에요. 그들은 누가 시키거나 가르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그렇게 살아왔어요. ‘집 앞의 숲을 더 오랫동안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 하나로 투자하고 기부하는거죠.”
그들이 생활화하는 기후변화 적응은 아주 간단하다. 예를 들면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한으로 배출하는 것. ‘먹을 만큼만 먹자’는 것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문구다. 하지만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그대로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그것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말이다. 생활화하는 사람들에게는 이것들이 말 그대로 생활이다.
시니컬형과 트렌디형, 명분형을 생활형으로 유도하려면 각각 형태에 맞는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국장의 생각이다. 명분을 좇는 사람에게는 명분을 준다. 유행처럼 기후변화를 대하는 사람에게는 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인물을 홍보대사로 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특히 사회적 공인을 통한 메시지는 강력하다. 전혀 모르는 관련 기관 인사가 전하는 메시지보다 얼굴이 알려지고, 평소 호감 있던 인물이라면 효과는 배가된다.
11일 진행될 기특한 만남의 초청가수도 젊은 층과 소통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섭외했다. 주인공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가수 존 박이다. 섭외하는 과정에서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재밌다.
“저희가 존 박씨를 초청가수로 먼저 섭외요청을 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존 박씨가 기후변화에 평소 관심이 많았대요. 그가 직접 매니저를 설득해서 무대에 오르게 된거죠. 또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멘트를 스스로 준비하더라고요. ‘거 참, 정말 기특한 청년일세!’ 하는 말이 절로 나오더군요.”
가수 존 박은 시민들과 기후변화에 대해 소통하기 위한 또 하나의 채널인 셈. 실제로 유기견 보호 활동에 앞장서는 가수 이효리 덕분에 유기견에 대한 사회 인식이 크게 변했다. 김 국장은 가수 이효리처럼 홍보대사 역할을 할 만한 인물을 찾고 있다고 귀띰했다.
소통은 비단 시민사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기후변화센터는 정부와 시민사회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도 자처한다.
“정부에서 열심히 정책을 만들어서 내놓았는데 막상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모른다면 아무 소용이 없죠. 제공자와 수혜자를 연결하는 자리도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에요. 지식경제부가 진행하는 녹색일자리 사업이 그 예죠.”
출범 4년차를 맞은 기후화센터의 비전은 간단하다. 기후변화 민간 대응센터를 지향한다. 국내는 물론,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처럼 한국의 기후변화센터가 전세계로 뻗어나가 그들의 기후변화 파트너가 되는 것도 비전 중 하나다. 또 기후변화센터를 구심점으로 정부와 기업, 학계, 시민사회가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도 목표다.
때문에 앞으로 더 바빠진다. 정부와 시민을 이어주는 소통의 장도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기특한 만남’을 통한 시민과의 만남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김 국장은 시민과의 소통이 정부가 할 수 없는 NGO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기후변화센터를 통해서 정부와 시민사회, 학계가 똘똘 뭉쳐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싶어요. 센터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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