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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더 이상 피상적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국가적으로 균형 잡힌 대응정책이 시급하다.”

 

지난해 폭우로 첨단 도시 서울의 도로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서울 우면산과 춘천에서는 삽시간에 내린 비로 산사태가 발생해 큰 인명피해까지 입었다. 이러한 재해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미리 대비책을 마련해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 뿐이다.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맷집을 키워야 한다는 오재호(59)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를 만나 기후변화의 현주소를 들어봤다.

 

“지난해 전국은 엄청난 비 피해를 입었다. 많은 인명사고가 났고 전국이 물바다가 됐다. 앞으로 더 큰 피해가 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지난해 겪었던 피해를 계기로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자연재해는 어쩔 수 없지만 대비를 하지 못해 입는 피해는 줄여야 한다. 한번 당했으니 두 번 다시 당하지 않도록 맷집을 키워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해 서울 도로가 큰 물난리를 입었지만 방재시설이 잘 갖춰졌더라면 그 정도의 피해는 입지 않았을 것이다. 더 이상 비가 온다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어서는 안된다.”

 

“많은 관계자들이 재난이 발생하면 우선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현상으로 돌리려 하는 경향이 짙다. 작년 산사태만 보더라도 정부와 언론은 인재냐 재해냐를 놓고 오랫동안 공방을 이어가며 책임을 추궁하는 데만 급급했다. 면피를 위해서다. 정부기관과 지자체들이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미 주요 선진국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되어 있고 회복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같은 상황이라도 충격이 덜하다. 국민들도 재해를 극복하는 데에는 많은 돈(세금)이 든다는 사실을 적시해야 한다.”

 

 

“이상기후나 폭염, 오염된 공기와 물 등으로 아프리카를 비롯한 동남아시아는 현재 심각한 상황을 겪고 있다. 기후 난민이 생기고 기후로 인해 전쟁까지 발생한다. 선진국을 비롯한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 역시 주요 과수 재배지 변동과 어류의 이동 등이 많이 진행되는 등 기후변화를 겪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판단과 대응에 따라 위험이 되기도 하고 기회가 되기도 한다. 기후변화의 대응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요즘처럼 기후변동이 잦은 시대에는 나라가 잘 살아야 국민의 생존도 보장된다.”

 

“그렇다기 보다는 현재 우리가 자연을 남용하고 훼손한 결과다. 자연변화는 우리가 유도한 것이다. 옛날 같으면 비가 오면 자연스럽게 땅에 스며들지만 지금은 딱딱한 콘크리트가 막고 있다. 아이를 키울 때 방 안에서만 키우면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너무 편하게 살다 보니 작은 변화에도 크게 당한다. 첨단 빌딩에 기계실만 침수돼도 재앙이 오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문제는 인간이지 자연이 아니다. 개발을 하고 손대는 만큼 자연으로부터 멀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기후변화는 지구를 위협하는 가장 치명적인 병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이런 위기를 기회로 삼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청정에너지 기술개발 등으로 장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는 얘기다. 반면 가난한 나라들은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 한 나라 안에서도 날씨에 약한 노인이나 저소득층이 기후변화의 취약계층이다. 우리나라도 국가 차원에서 정책을 마련해 새로운 에너지 기술개발과  에너지 소비에 제한을 받는 저소득층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미래를 예상한다면.

“변화의 시대에는 좀 더 많은 것을 볼 줄 아는 지혜와 안목이 필요하다. 사라지는 것보다 변화로 말미암아 새로 생기는 것들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과학이 필요하고 자연에 대해 더 많이 아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자연 앞에 겸손해야 한다. 우리가 예상하는 대로 생태계가 변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자연이다. 제주도만의 특산품이었던 감귤은 지금 거제도에서도 난다. 대구가 주산지였던 사과도 지금 춘천에서 재배되고 경주에서는 바나나가 생산된다. 북극곰은 사라져도 돌고래는 서식지가 늘었다. 이렇듯 변화에 적응하면 승자가 되지만 과거에 집착하면 패자가 될 수 있다는 게 기후변화가 주는 교훈이다.”

 

오재호 교수는 △서울대 기상학과 졸업 △오리건주립대학교대학원 대기과학과 박사 △기상청 산하 기상연구소 예보연구실장, 기상학회장 역임 △현재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동남권슈퍼컴퓨팅센터협의회 회장, 국가위기관리학회 회장 △‘21세기 한반도 지역기후변화’, ‘기후변동과 이상기상’ 등 70여 편 논문 발표. ‘더워지는 지구 얼어붙는 지구’ ‘인간은 기후를 지배할 수 있을까?’ 등 10여 권 저술 및 번역

 

김태환 기자 pigletkth@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