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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는 항구지, 사막은 아니지 않습니까”
잦은 단수 문제에 시달리는 목포를 예로 들며 ‘빗물박사’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55)가 이같이 말했다. 사막처럼 수도관에 의지해 먼 주암댐에서 생활용수를 끌어오는 목포의 상황을 빗대 말한 것. 한 교수는 이동이 필요 없어 수송 에너지가 들지 않고, 모든 수자원의 근원으로서 가장 깨끗한 ‘빗물’을 활용하지 않는 것을 답답해했다.
“목포는 매년 1100mm~1400mm의 비가 내리는 곳입니다. 빗물 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도시 침수가 자주 발생하기도 하죠. 빗물만 잘 관리하면 가뭄·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친환경적인 수자원 관리가 가능해집니다.”
평생 빗물만을 연구해 온 한 교수는 빗물이 수자원 부족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한 치의 의심도 없다. 산성비라서 음용은 커녕 내리는 비를 맞기만 해도 대머리가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게 사실이라면 그 분의 치료비를 제가 다 지불하겠다”며 호탕하게 웃는다.
실제 빗물의 산성도는 콜라, 요구르트, 맥주의 100~1000분의 1 정도로 낮다. 유황온천, 샴푸와 린스는 산성비보다 훨씬 강한 산성을 띤다. 소량의 산성마저 땅에 떨어지면 곧바로 중성이나 알칼리성으로 변한다. 한 교수는 빗물의 산성도에 대한 오해를 풀기위해 항상 리트머스지를 소지하고 다닌다.
그는 "오히려 정수장, 우물, 수입 생수보다도 깨끗해 음용수로도 지장이 없다"며 "빗물은 이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순수한 물이어서 생활용수로 바로 사용이 가능하고 음용수로 쓸 때는 태양광(UV)이나 바이오필름 등 친환경 방식으로 저렴하게 소독해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빗물을 재이용하면 수자원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빗물탱크를 지하에 설치한 서울 광진구의 주상복합단지 '스타시티'가 그 예다. 지하에 모은 빗물을 다양한 방법으로 재이용하고 있다. 스타시티 주민들의 평균 수도요금은 월 200원 이하다.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학에서 토목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가 수자원 관리를 위해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이는 대신 ‘빗물’을 좀 더 효과적으로 관리하자고 주장하는 게 이채롭다.
“상하수도 수처리 분야에서 나름 세계적 명성을 얻긴 했어요. 하지만 10년 전 봄에 대가뭄이 발생했어요.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아무리 좋은 수처리 기술이 있으면 뭐합니까. 처리할 물이 없는데. 그때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보니 마치 돈이 쏟아지는 것 같더라구요. 머리 속에서 물에 대해 가지고 있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수처리 전문가 입장에서 빗물을 식용수로 사용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고 빗물에서 제거해야 할 오염물질을 연구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대기 중에서 온갖 오염물질을 안고 내려올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처리해야 할 오염물질이 딱히 없었다는 것.
한 교수의 놀라운 발견은 국내외에서 핫이슈가 됐다. 주요 언론사들이 앞다투어 보도했고, 작년부터는 중학교 2학년 국어책에 빗물 활용에 대한 글이 실리기도 했다. 한 교수는 기성세대의 빗물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경험했다. 그래서 자라나는 아이들만은 ‘빗물’에 대한 올바른 관념을 갖길 바라는 욕심이 크다.
이런 가운데 올해 고성군에서 열리는 ‘세계공룡엑스포’가 빗물 교육의 현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엑스포의 슬로건은 ‘하늘에서 내린 빗물, 공룡을 깨우다’.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공룡이 멸종한 것처럼 빗물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인류도 기후변화 앞에 무너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엑스포가 열리는 단지 내에서 쓰이는 물은 모두 빗물을 활용할 계획이다. 15분 코스의 빗물 체험관도 운영된다. 빗물로 달인 차도 마셔보고, 빗물· 수돗물· 생수의 맛을 비교하는 블라인드 테스팅 등의 행사가 다채롭게 준비됐다.
그는 우리나라 물 부족 현상에 대해 긍정적이다. ‘최악의 자연조건이 최고의 기술을 만든다’고 믿기 때문이다.
“일본의 지진기술이 왜 최고겠습니까. 네덜란드의 개척기술은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습니다. 최악의 자연조건이 최고의 기술을 만든 실례들이죠. 우리나라의 물 부족으로 인한 문제들이 먼 미래에는 수자원 기술과 활용도를 최첨단화시킬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 시작은 자연의 선물인 ‘빗물’을 활용하는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고요”
그는 최근 1004개의 섬이 있어 천사도라고도 불리는 신안의 물 문제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한 교수는 “해수를 기계 장치로 담수화할 경우 약 3%만 쓸 쑤 있지만 빗물은 97%를 쓸 수 있어 훨씬 경제적이며, 빗물관리에 필수적인 모니터링은 IT 기술을 접목할 예정”이라며 “신안에 100% 물 자급 능력을 선물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 교수는 노래방에서도 ‘비’라는 단어가 들어간 노래만 부른다. 휴대전화 통화연결음도 김건모의 ‘빗속의 여인’이다. ‘빗물’과 제대로 사랑에 빠진 ‘빗물박사’ 한무영 교수는 인터뷰를 ‘한국은 물 부족 국가가 아닌, 물 관리 부족 국가’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한 교수로부터 모두가 “Be(雨) Happy”한 물 관리 해결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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