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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상에 대한 요구가 까다로워지고 있습니다. 세계 항공사들과의 제휴가 확대되고 동아시아권이 묶여 항공 이용이 자유로워지는 등 굵직굵직한 항공계 변화들이 많아요. 국적을 불문한 항공사, 공항들과 무한경쟁을 해야 합니다. 인천공항이 공항운영 면에서 세계 1위의 명성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항공기상 지원이 필수입니다.”
최치영 항공기상청장(57)은 자리에 앉자마자 빠르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하늘위의 호텔이라 불리는 최고급 항공기 A380을 예로 들었다. 그 규모나 비행에 필요한 복잡한 요건들 때문에 A380의 이착륙이 가능한 공항은 전 세계적으로 몇 군데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공항 시설이 아무리 좋아도 기상지원이 불안해서 인천에 내리지 않겠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주변에는 일본, 홍콩 등 선진시설을 갖춘 경쟁자들이 많아요. 공항 인프라 다음으로 항공 기상 지원의 완성도가 노선 유치의 중요한 평가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그는 인천공항이 세계 1위의 위상을 가지고 있는 만큼, 항공기상 분야도 명실상부하게 1위로 올라서게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UN 산하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제시한 ISO 국제표준 기준의 모든 영역에서 만점을 받은 것도 자랑스럽게 전했다. 하지만 항공기상 선진화를 위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항공기상은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위험기상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죠. 홍콩 같은 경우 위험기상을 미리 관측하기 위해 최신 설비를 조밀한 그물처럼 공항주변에 쫙 깔아놨어요. 위험기상 특보 정확도(2011년 기준 85%)가 높을 수밖에 없죠. 참 부럽더라구요.”
항공기 사고나 비정상운항을 일으키는 주된 요인은 바람(강풍, 측배풍), 뇌전, 난류 등이다. 관측 난이도가 높아 선진 예보기술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위험기상 특보 정확도는 74.5%선. 관측 정확도가 곧 안전과 직결돼 위험기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특보 정확도가 떨어진 해에 인사이동이 많았다는 것을 통계로 확인한 후 역량 전문화를 위해 인사이동에 제한을 가할 정도로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항공기상에서는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상요소도 일반 기상업무에서와 차이가 있다. 이착륙에 영향이 미미한 강우량 정보보다는 소량이라도 오면 사고가 생길 수 있는 눈에 더 예민하다. 기온에도 비행기체가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스팔트로 구성된 활주로의 기온이 올라가면 활주로 위 공기밀도가 낮아져 비행기 이륙이 힘들어지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 따라서 수많은 기상요소를 철저해 분석할 수밖에 없게 된다.
“113명의 인원이 불철주야 일하고 있지만 항상 일손이 부족합니다. 하루에만 550대의 비행기가 3개의 활주로로 드나드는데 그때마다 기상요소들을 체크하고 안전을 확인해야 하니까요.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백두산 화산재 모니터링 자료도 일본에서 받아 지속적으로 확인합니다. 태양 활동 극대화 주기라 항법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우주기상에도 예민하게 대응하고 있죠.”
최 청장은 항공기상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당장 가시화되는 성과보다는 큰 그림을 그려 차분히 준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항공고유모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재는 필요할 때마다 기상청의 슈퍼컴을 빌려 쓰는 상황. 안개 분석 모델이 다급히 필요하면 그때그때 본청에 업무지원을 요청해 진행하는 수준이다.
“저희는 집행기관이라 R&D를 하자고 주장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면 할수록 절실한 것이 R&D를 통한 자체모델 생산이더라구요. 항공시장은 국가 간 경계도 허물어 지고 있는데 집행기관이 연구하지 말라는 법 없지 않습니까. 항공기상청 산하 R&D 부서에서 위험기상을 분석해 자체 모델을 생산하고, 해외 선진사례들도 연구하며 벤치마킹해 항공기상의 장기 비전을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거죠.”
또한 그는 항공기상청에서 생산된 고급 기상정보가 다양하게 활용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IT 강국의 강점을 활용해 타국의 항공기상청과 차별화될 수 있는 전략을 세운 것. 스마트폰에서 상세한 항공기상 요소들을 확인할 수 있도록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이해하기 쉬운 그래픽 콘텐츠를 활용해 공항 기상 브리핑, 공역 예보 등을 전한다.
이를 통해 최 청장은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항공기상 정보에 실용성을 더해 고부가가치 정보로 재탄생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민·관·군에서 생산되는 항공기상정보의 컨트롤타워로서 기상자료의 공동 네트워크 플랫폼을 구축해 내기도 했다. 이같은 여러 노력으로 작년에는 종합서비스 만족도 81.7%를 달성했다.
“미국 항공사고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항공기 사고의 원인 중 기상현상이 21%에 달합니다. 항공운항과 기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죠. 항공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데 맞춰 항공기상청의 업무 선진화도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부담감이 많습니다. 완성도 높은 기상업무를 위해서 해결해야 할 일이 많아 어깨가 무겁지만, 즐거운 책임감이라 생각하고 임할 생각입니다”
(1976~1980) 연세대학교 이과대학 천문기상학과 졸업
(1984~1994) 동대학원 천문대기학과 대기과학전공 졸업
(1994~2000)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강사
(2000~2004) 기상청 총괄예보관
(2007~2009)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장
(2010~2011) 광주지방기상청장
(2011~현재) 항공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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