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기상의 개별적 연구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너무 부족해요. 국토의 16%에 해당하는 도시지역에 우리나라 인구 90%가 거주하고 있습니다. 재해가 발생하면 인명피해는 물론 인프라 훼손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도시 맞춤형 기상서비스 개발이 시급합니다”
최영진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 응용기상연구과장의 표정이 다급해 보였다. 최 과장은 물바다가 된 광화문과, 강남·양재역 도로를 보여주며 기후는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변하고 있는데 도시설계의 기준은 50년 전에 멈춰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광화문의 배수시스템은 시간당 30mm의 비가 3시간 연속으로 오면 물난리가 나게 되는 구조입니다. 50년 전 기상환경 기준에 맞춰 설계됐죠. 지금까지는 물난리가 발생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재설계의 필요성이 환기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재설계의 단계적 실행도 필요합니다만 그 전에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대형재해를 유발하는 도시 기상의 특징을 소규모 지역에 스톰급으로 쏟아 붙는 듯한 강수라고 설명했다. 과거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은 지역에 엄청난 강우가 집중되면서 해당 지역을 강타한다는 것. 빠르게 생성되고 소멸을 반복해 예보가 힘든 점도 지적했다.
그가 생각해 낸 해답은 IT와 기상기술의 접목이다. 국민 상당수가 소지한 스마트폰을 활용해 수도권에 특화된 도시형 재해감시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것. 돌발성 재난과 기후변화에 SMART를 뛰어넘어 WISE하게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프로젝트 이름도 ‘WISE2020(Weather Information SErvices)’라고 붙였다.
“기상청에서 광화문과 강남의 도로를 재설계할 수는 없지만 시민들에게 실시간 도로상황을 전달해 우회하도록 안내할 수는 있습니다. 기술적 요소만 받쳐진다면 도로 표면 상태까지 예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요. 국민들이 현지 상황을 보도하고 공유하는 쌍방향 소통 시스템도 갖출 예정입니다.”
이 뿐만 아니라 WISE 2020은 도심 속 화재, 방사능, 화생방 확산 등의 위기 상황에서도 인명을 구하는 데 효율적으로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도심에서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높은 빌딩들로 인해 공기 흐름이 차단돼 오염물질이 정체된다. 빠르게 희석 되지 않아 사망률이 현저히 높아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안전한 대피로를 안내하고 사람들이 몰려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분산유도해 인명구조를 도울 수 있다.
그는 지금의 극한기후들은 ‘온난화를 막기 위한 지구의 몸부림’이라며 지구가 어떤 식으로든 에너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작동하다 보니 폭설, 한파, 가뭄 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인간의 힘으로 우면산 사태 등의 재해를 막을 수는 없지만 현명(WISE)하게 대응할 수는 있다는 것.
WISE 2020의 실용화 단계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국지성으로 발생하는 재해기상의 특성상 관측규모를 최소한 500m 단위로 설치해야 한다. 두 번째 재해기상의 특징인 빠른 속도에 대응하기 위해 정보를 10~20분 단위로 예보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국지예보는 10km의 해상에서 이뤄지고 있고 고해상도 관측은 1.5km 정도에서 가능하다.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는 데 최소 2시간이 걸리고 예보모델과 비교해 보도하기까지 총 3시간이 소요된다. 이미 재해가 지나간 후 생산되는 죽은 정보가 되는 것이다.
“산 넘어 산이죠. 공간 해상도를 현재 진행되는 동네예보 수준의 100배까지 끌어올려야 하고 시간도 18배는 축소시켜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2014년까지 핵심 기술개발을 완료하고 2016년에 시험운영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매진하고 있습니다.”
최 과장은 WISE 2020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세계 우수 기업의 경영방식에서 모티브를 얻기도 했다. 바로 인터넷 서점 아마존이 사용해 유명해진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 기존에는 위험기상이 발생하면 기상청으로 인터넷 접속이 몰려 홈페이지 속도가 느려지거나 다운 되는 문제가 발생하곤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WISE2020에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예를 들면 위험 기상이 발생해 기상청의 트래픽이 올라가면 미리 계약을 맺어놓은 통신기업의 클라우드를 사용해 트래픽을 분산시키는 방식이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접속해도 빠르게 기상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기상시스템에 그런 첨단 기술까지 적용해야 하느냐며 반대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프로그램의 활용도를 높이는 데 꼭 필요하다고 보고 밀어붙였습니다. 재해 상황이 발생하면 평소의 수십 배까지 뛰는 트래픽을 해결해야 국민들이 정보를 빠르게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인터뷰 내내 최 과장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국민’이었다. 아무리 좋은 정보도 국민에게 공유되고 활용되지 않으면 무가치하다고 믿기에 유독 홈페이지와 스마트폰 등의 소통 인터페이스에 관심이 많다고. 국민이라는 두 글자가 그에게 꺼지지 않는 업무 추진 원동력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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