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관측보다 더 어려운 게 있다. 바로 기상청 전영신 황사연구과장과의 만남이다. 황사철만 되면 눈 코 뜰 새 없이 바빠지는 전 과장에게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황사의 진정한 피해자는 나”라며 일침을 가했을 정도. 최근에는 황사가 가을, 겨울에도 관측되고 있어 크리스마스 때도 가족과 맘 편히 지낼 수 없다고 한다.
“철 없는 황사라고 하죠. 봄철에 주로 나타나던 황사가 철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어요. 2월에 첫 황사가 관측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고, 2009년에는 크리스마스 때 황사가 관측되기도 했습니다. 한반도의 3배가 넘는 황사 발원지에 해마다 서울 면적의 2배가 넘는 넓은 땅이 사막화되고 있어요. 저도 맘이 타들어 갑니다”
전 과장의 애를 태우를 황사. 하지만 전 과장에게 황사는 특별했다. “국민 대다수에게 황사는 골칫거리지만 대기과학을 공부한 제게 황사는 기류를 분석할 수 있는 최고의 시각 자료이자 살아있는 증거였어요” 이렇게 특별한 인연 때문일까. 그는 황사에 푹 빠져지냈다. 박사학위 논문도 ‘황사발원지의 배출조건을 고려한 황사의 장거리 수송 수치모의’라는 제목으로 제출했다. 현장에서 황사예측도를 높이는 데 논문 작성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하지만 현 수준의 황사예보에는 국민들이 원하는 황사 정보(황사농도, 국내도달 시간, 지속시간, 장기전망 예보 등)에 대한 서비스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황사예보가 어렵다고 하는 데 구체적으로 어떤 요소가 장애로 작용하는 지 물었다.
“기상 3대 요소인 기온, 강수량, 바람 중 예측 난이도가 가장 큰 것은 바람입니다. 황사의 경우 바람에 먼지입자가 실려 날아오는 것이라 예측이 어렵죠. 게다가 발원지 상태에 대한 정밀 정보가 부족한 것도 큰 장애요소에요. 발원지가 사람이 살기 힘든 사막이나 건조지역에 주로 분포하고 발원지 토양과 식물 분포 등도 큰 변수로 작용해 발원량 가늠에도 힘이 듭니다.”
바람예측 뿐만 아니라 빠르게 변하는 대기불안정, 우리나라로 이동하는 기류의 상승 및 침강 조건 변수 등을 꼼꼼히 따져 예보를 결정하게 된다. 국민들 체감 만족도는 떨어지지만 선진국 대비 황사예보 정확도에는 자신이 있다고. “여러 나라의 단기예측 모델을 비교해보면 미국의 군사기관이나 일본기상청, 중국기상청의 모델보다 예측 성능이 좋은 것으로 보여요”라는 전 과장의 웃음 뒤에 자부심이 느껴진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는 그는 올해 황사예보 정확도와 대국민 서비스 만족도를 증진시키기 위해 여러 계획들을 구상중이다. 그 중 하나인 황사전문예보관 운영 계획에 대해 물었다.
“황사분야 최고의 전문인력 5명이 24시간 교대로 매년 12월부터 다음 해 5월까지 황사를 감시하고 예보업무를 지원하는 체제입니다. 지상관측자료 및 위성 탐지, 모델 예측자료를 상세히 분석해 예보관에 제공함으로서 황사예보 정확도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황사가 끝나는 여름동안에는 발원지 답사, 황사교육, 연구 등으로 능력을 향상시킬 생각입니다”
황사 긴급대응능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도 시행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일본 대지진 때 방사능 물질 이동을 예측하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은 ‘전지구 확산모델’ 개발 작업이 바로 그것이다.
“전지구 확산모델은 지구 전 영역에 배출되는 입자상 물질(방사능, 화산재 등)의 확산을 예측하는 모델이예요. 확산모델 활용기반이 구축되면 외국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의 국내 유입 여부를 미리 판단해 초기 대응이 빨라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올해는 12시간 안에 한반도를 뒤덮는 초강력 만주 발 황사가 기승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황사연구과는 초긴장 상태다. 사막의 낙타는 모래폭풍이 예상되면 사람보다 먼저 알고 모래속에 코를 묻고 큰 소리로 울어 댄다고 한다. 그런만큼 전 과장이 낙타 몇 마리를 연구과에 들여놓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매년 황사 관련 뉴스는 초미의 관심사이면서도 그 뒤에서 고생하는 연구원들과 전 과장의 숨은 노고는 모래바람에 가려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