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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면적 대비 ‘원전 밀집도’가 세계 최상위인 나라가 있다. 에너지의 96%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 그러나 국민들은 에너지 사용에 아낌이 없다. 이유가 뭘까. 이 나라의 전기요금은 10년간 거의 오르지 않았다. 국민들은 원가도 안 되는 싼 가격을 내고 전기를 사용한다. 필연적으로 에너지사용량은 계속 늘어났다. 결국 정부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맞춰 원자력발전소를 더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바로 대한민국 이야기다. 정부가 2010년 발표한 ‘5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에 따르면 2030년 국내 원전 수는 현재의 2배(23기→최대 46기)가 된다. 계획에 에너지 수요를 줄이기 위한 방안은 없다. 그저 늘어나는 수요에 공급을 맞추기 위한 계획만 있을 뿐이다.
국내 민간단체 ‘에너지대안포럼’이 이같은 정부의 에너지 계획을 비판하고 나섰다. 에너지대안포럼은 이달 초 기자회견을 갖고 전력 수요관리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원전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2030 에너지대안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원전 축소를 위해서는 ‘전기요금 현실화(인상)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요금 인상. 분명 달갑지 않은 주제다. 그러나 언제까지 외면할 수만도 없다. 지속가능한 미래 에너지 대안을 논하는 이들이 전기요금 인상을 주장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를 만나 ‘전기요금 현실화(인상)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들어봤다.
-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에너지를 방만하게 사용한다고 하는데, 국민들은 그게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소득대비 전기 사용량은 OECD 34개국 중 10위다. 우리보다 더 많이 사용하는 나라는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월등히 높거나 날씨가 매우 추운 곳들이다. 미국, 호주, 캐나다, 북극이 그 예다. 그 외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은 우리나라보다 소득수준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사용량은 더 낮다. 우리나라의 전기사용량이 이처럼 높은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전기요금이 싼 것이 가장 큰 문제다.”
- 그런데 전기요금 ‘인상’이란 말 대신 ‘현실화’라는 말을 쓰고 있다. 현재 전기요금이 ‘비현실적’이라는 말인가. “전기 가격은 지난 10년 동안 거의 오르지 않았다. 산업용은 최근에 조금 올랐지만 가정용은 오르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전기를 생산할 때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발생 등 여러 가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그런 비용이 전기요금에 포함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현재 전기요금에는 비용포함은 커녕 원가조차 반영이 안 되어 있다.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요금이다. 그래서 ‘전기요금 현실화’라는 말을 쓰는 것이다.”
- 전기요금을 인상할 경우 저소득층의 에너지 요금 부담이 커질 거라는 우려가 있다. “‘에너지 빈곤층’이라는 말이 있다. 전체 지출에서 광열비(光熱費·빛과 열을 내는데 필요한 연료 관련 비용)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저소득층 분들이 계신다. 전기요금 인상에 앞서 이런 분들에 대한 에너지복지 정책이 잘 마련되어야 한다. 직접적 소득 지원·요금할인정책과 같은 비용 지원은 물론 주택 단열시설 확충 등 저소득층 가구 냉난방시설의 효율성 개선을 위한 지원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원전을 건설하고 유지하고 폐기하는데 드는 세금을 줄인다면 이런 복지 부분에 대한 재원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 물가가 상승할 거라는 걱정도 있는데. “정부가 지금껏 공공요금 현실화에 반대할 때마다 펼친 논리가 바로 그것이다. 공공요금을 현실화하면 물가가 상승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전기요금 현실화가 물가 상승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추가적 분석이 필요하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그런 부정적 측면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공공요금 인상으로 발생하는 비용보다 전기, 수도 등 자원을 방만하게 사용하는 것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훨씬 더 크다. 또한 전기요금을 인상으로 사람들이 전기를 적게 사용하면 그만큼 물가에 대한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 산업계에서도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경쟁력이 약화된다며 더 반발하지 않을까.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겠다고 하면 산업계에서는 반발이 심하다. 외국이든 우리나라든 마찬가지다. 최근 유럽이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한다고 했을 때도 산업계의 저항이 심했다. 미국에서도 90년대 아황산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할 때 산업계에 큰 부담이 될 거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시간이 흐른 뒤에 추산해보면 산업계 부담은 그리 크지 않다. 산업계는 변화되는 환경에 생각보다 잘 적응한다. 즉, 일단 정책이 바뀌면 산업계는 그 정책에 맞춰 시스템을 적응해 나가므로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산업계 손실이라는 측면보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대책 수립이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 “내 돈 내고 내가 쓰는데 무슨 문제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자원이나 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된다면 내가 사용한 만큼 비용만 지불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 부분은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경제학자로서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에 사람은 많고 에너지는 부족하다. 이런 조건 속에서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나아가 나의 자녀와 미래세대가 지속적으로 여유 있게 살 수 있도록 할 것인가는 고민해 볼 문제다. 에너지를 방만하게 쓰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 그래도 전기요금 인상을 반대하는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난해 가을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개인들의 방만한 에너지 사용으로 인해 큰 사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취약국가다. 정부, 시민사회, 전문가, 국민들이 모두 책임 있는 자세로 미래세대에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지금은 원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비용들이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원전 건설비뿐만 아니라 유지비·폐기물 처리비까지 모든 내용을 솔직하게 공개한다면 국민들도 미래 세대를 위해 합리적 판단을 할 것이라 믿는다.”
- 최근 ‘2030 에너지대안 시나리오’를 발표하게 된 배경도 미래 세대를 위한 노력의 일환인가. “정부의 에너지수급계획대로 가면 2030년 우리나라는 전체 발전량의 59%를 원전으로 해결하게 된다. 매년 3% 이상 전기소비량이 늘 것으로 보고 거기에 맞춰서 원전을 짓겠다는 말이다. 독일, 일본, 유럽국가 등 전 세계적으로 원전을 폐쇄하겠다고 하는 마당에 우리나라는 반대로 원전을 늘리겠다고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전기사용량을 줄이겠다는 목표만 잡고, 대안을 마련한다거나 국민의 동의를 구한다거나 하는 실질적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에너지대안포럼이 ‘2030 에너지대안 시나리오’를 발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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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학부를 졸업하면서부터 환경문제의 원인이 되는 경제활동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하고 대안을 마련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코넬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논문도 에너지·환경 관련 주제로 작성했다. 前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前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를 지냈다. 현재는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이며, 에너지대안포럼 구성원으로서 지속가능한 미래 에너지 정책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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