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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 중부지방에는 연일 ‘물폭탄’이 떨어졌다. 침수피해가 잇따랐고 정부는 도시에 고인 물이 더 빨리 강으로 흘러나갈 수 있게 배수 시설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냥 흘려보내는 이 비가 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다. ‘빗물박사’로 통하는 그는 비가 땅에 떨어지기 전 저장해 관리하면 생활용수는 물론 식수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론은 현실에 적용됐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서울대 내 빗물연구소를 설립해 거대한 비 정수기를 만들었다. 빗물을 받아 바로 정화할 수 있는 시설이다. 그 결과 황사비를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을 발전시켰다.
실제 주상복합건물 스타시티의 경우 이러한 비관리 방법을 적용시켰다. 그는 지난 2006년 스타시티가 건립될 때 지하에 3000t 규모의 빗물탱크를 설치했다.
빗물은 지상에 고여 있을 틈 없이 탱크까지 연결된 빗길을 따라 흘러가 차곡차곡 저장됐다. 탱크에 저장해 둔 물은 조경시설을 마련할 때 꽃과 나무를 주는 데 모두 사용됐다. 이러한 성공사례는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그 결과 2008년 국제물학회지의 커버스토리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 교수는 집중호우로 인한 재난재해도 비 관리로 접근하면 간단히 해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침수피해가 큰 광화문이나 강남 서초구 곳곳에 빗물 저장 탱크를 심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 교수는 “와플의 꿀이 흘러내리지 않는 이유는 네모난 구멍들이 많기 때문이다”며 “도시의 비 관리 체제도 구역별로 비를 모아두는 지하 공간을 만드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에 지자체들도 그의 주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비 관리를 통해 물 자급률을 높려는 곳이 많아졌다. 수원시가 한 교수의 비 관리 시스템에 관심을 보였다. 수원시는 매년 10% 미만의 물자급율 때문에 예산 타격을 받고 있다.
한 교수는 “수원시는 한 해 120톤 가량의 물을 구매하고 있다”며 “시의 연 강수량이 160톤이란 점을 생각해 볼 때 내리는 비를 잘 관리하기만 해도 한 해 물 사용량이 해결된다”고 말했다. 그의 분석결과 수원시가 물 자급률을 50％까지만 높여도 연간 1650억원 가량의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
수원시 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 역시 물 부족을 겪기는 마찬가지다．대부분 10% 미만의 물자급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까지 46개의 지자체가 빗물관리 조례를 제정해 실행의지를 구체화했다. 비를 관리할 수 있는 기술과 법적인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한 교수는 자신의 주장대로 비 관리가 이루어지는 점에 대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물을 쉽게 얻고 쉽게 관리할 수 있게 되면 반대로 물을 통해 이익을 얻는 사람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며 “반대의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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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