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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PD의 날씨살롱] 흔적을 남기는 태풍의 일생
  2014-08-13 19:15 정연화   
 
늦장마로 시작된 올 장마가 끝나면서 태풍 소식이 잦아졌다. 지난 7월초 제주도 먼 해상에서 일본 남해안으로 동진(東進)한 ‘너구리’(NEOGURI), 8월초 서해상으로 느리게 이동하면서 중부지방 해갈(解渴)에 도움을 준 ‘나크리’(NAKRI), 북상 중 강하게 발달하면서 지난 주말 일본 남부지역을 통과해 동해상으로 진출한 11호 태풍 ‘할롱’(HALONG)이 한반도에 직간접 영향을 준 태풍이다. 올여름 휴가시즌 동안 주말이면 찾아오는 태풍, 흔적을 남기며 생을 마감하는 태풍의 일생도 다양하다.
 
 ▲ 일본 남부를 통과 중인 태풍 ‘할롱’ <자료=천리안위성 수증기영상, 2014.8.10. 낮 12시>
 
우리나라에 근대적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최근까지(1904~2010)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은 모두 327개이다. 107년간의 태풍 자료를 분석해보면 연간 평균 28개의 태풍이 발생하는데 이 중 3개 정도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었다. 또 태풍 내습(來襲)이 가장 많은 달은 8월, 7월, 9월 순이고 이 중 7, 8월이 전체의 66%에 달한다. 아주 드물게는 5월과 6월, 10월에 영향을 준 경우도 있었다.
 
태풍의 일생은 발생(發生)에서 소멸(消滅)까지 4단계를 거친다. 먼저 발생기는 저위도해상에서 열대저기압이 태풍으로 이름이 붙을 때까지의 과정이다. 소용돌이에서 만들어진 약한 열대저기압이 더욱 발달하면서 중심부근의 최대풍속이 17m/s 이상 되었을 때 태풍의 이름이 부여된다. 두 번째는 발달기(發達期)로 태풍이 점차 발달하면서 중심기압은 낮아지고 풍속이 증가하기 시작한다. 세 번째 최성기(最盛期)는 태풍이 가장 크게 발달하는 시기로 이동속도가 매우 느린 특징을 보이는데 이때 주변 기압계 상황에 따라 전향(轉向)을 하게 된다. 이후부터는 세력이 약해지면서 빠르게 이동하는 쇠약기(衰弱期)로 이어진다. 크게 약해진 태풍은 대부분 온대성 저기압으로 변하지만 그 중에는 한기(寒氣)의 영향을 받아 다시 발달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열대해상에서 만들어지는 태풍은 이후 해수면온도나 주변 기압계의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일생을 보내게 된다. 태풍도 수명이 있는데 가장 짧은 생을 마친 태풍 기록은(2000~2014) 2013년 태풍 ‘우나라’(UNALA)로 발생 후 6시간 만에 소멸했다. 반면에 최장수 태풍은 발생에서 소멸까지 20일이 걸린 2000년 14호 태풍 ‘사오마이’(SAOMAI)이다. ‘사오마이’는 북태평양 상에서 발생 후 북상, 한반도 남동지역을 통과 동해상으로 진출해 연해주를 거쳐 사할린부근에서 소멸했다. 태풍의 강도를 결정하는 중심기압의 최저기록은 870hPa로 1979년 10월 12일 괌 북서쪽 해상을 지나던 태풍 ‘팁’(TIP)에서 관측됐다. 이 기록은 대서양의 허리케인, 인도양의 사이클론을 망라한 지금까지의 최저기록이다.
 
 ▲ 최성기 직전의 태풍 ‘팁’ 위성사진 <자료출처 홈페이지= http://ncdc.noaa.gov/gibbs/>
 
태풍은 일반적으로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하는데, 고기압의 발달과 수축에 관련이 있다. 북태평양고기압이 발달하는 6월에는 태풍의 대부분이 서쪽으로 이동하고 7월에는 동중국해를 통과해 중국 남동부지역으로 상륙하는 패턴을 보인다. 8월부터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점차 수축하면서 북동쪽으로 포물선을 그리는데 우리나라가 자주 태풍의 영향권에 들게 된다. 9월은 북상하는 태풍이 동쪽으로 더욱 치우치는 진로를 택하면서 일본열도를 통과하는 빈도가 잦아진다.
 
하지만 주변 기압계의 변동에 따라 일반적인 진로를 벗어나는 태풍도 있다. 지난 8월3일(일) 서해상을 따라 느리게 북상하던 중 군산 남서쪽 해상에서 소멸한 12호 태풍 ‘나크리’(NAKRI)의 경우이다. 당시 한반도 동쪽에 북태평양고기압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태풍의 견인(牽引)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는 중국 북동부 상층을 지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나크리’는 동진(東進)하지 못하고 서해상에서 일생을 마쳤다. 또 가끔 북동태평양상에서 발생한 허리케인이 경도 180도를 넘어 북태평양 상으로 넘어 오기도 한다. 2006년 8월 허리케인 ‘이오케’(IOKE)가 날짜변경선을 넘어 동진을 계속해 일본 동해상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이 같은 태풍은 관례에 따라 허리케인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는데 장시간 해상을 지나면서 발달해 매우 강하고 수명도 일반 태풍보다 긴 것이 특징이다.
 
 ▲ 월별 태풍의 평균 이동경로 <그래픽 = 케이웨더 제작>
 
한낮엔 더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계절은 입추(立秋)절기를 지나 가을 문턱이다. 우리나라에 많은 피해를 남긴 태풍 대부분이 가을 태풍이었다. 이제부터는 더욱 강하고 규모가 큰 태풍이 한반도를 통로로 삼는 시기이다. 가을태풍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김철수 PD sirocc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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