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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PD의 날씨살롱] 봄날의 여운, 목련꽃 이야기
  2014-04-04 09:06 박선주   
                        
초여름 같은 봄 날씨가 이어지면서 만개(滿開)한 벚꽃이 절정(絶頂)이다. 올해 서울지방의 벚꽃 개화(3월28일)는 기상청이 벚꽃 관측을 시작한 이래(1922년) 가장 빠른 기록이다. 서울에서 3월의 벚꽃소식은 처음으로, 지난해보다 18일이나 일찍 피었다. 최근의 고온현상으로 대부분의 봄꽃들이 다투어 꽃을 피워 어디에서나 꽃구경이 벅차다. 노란 꽃의 산수유와개나리 그리고 생강나무, 연분홍의 진달래, 살구와 복사꽃, 하얀 앵두와 조팝나무 꽃도 한창이다. 꽃들의 개화시계가 모두 한꺼번에 작동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지금 같은 날씨면 4월 중순부터는 꽃 대궐이 연초록으로 수놓아질 전망이다. 울긋불긋한 봄꽃 잔치에 유난히 흰 모습으로 우리 눈을 맑게 해주는 꽃나무가 있다. 목련(木蓮)꽃이다.
 
   ▲ 한 번에 핀 봄꽃들의 향연 (경기 광명, 사진 필자)
 
하얗게 핀 꽃봉오리가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목련의 계절이다. 목련나무마다 큼지막한 꽃봉오리를 터트리고 있다. 대부분 봄꽃들이 그렇지만 특히 하얀 목련은 미세먼지나 옅은 안개가 없는 청명(淸明)한 봄 하늘과 어울려야 제격이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가 그린 목련 그림도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두고 있어 그 어느 꽃보다도 고고(高古)하고 정갈해 보인다. 목련꽃은 나무에 피는 연꽃과 같아 목련(木蓮)이라 하는데 봉오리가 마치 붓 모양을 닮아 목필(木筆)로도 불린다. 목련은 겨울을 나는 월동채비가 특별나다. 가지 끝마다 손가락 마디만한 꽃눈이 회갈색의 부드러운 솜털로 감 쌓여 있다. 겨울 동안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전략인 것이다. 여한(餘寒)이 남아있는 3월이지만 봄기운에는 예민하다. 봄바람이 한 번씩 불때마다 두터운 솜저고리를 훌훌 벗어던져 버린다. 꽃봉오리가 터질 무렵 목련나무 아래는 꽃잎보다 먼저 솜털 옷이 쌓인다. 봄꽃들은 대부분 남쪽방향으로 태양을 보고 피어나지만 목련의 꽃눈은 끝이 북쪽으로 향한다. 이 같은 모습으로 북향화(北向花)라 불리기도 하는데, 목련꽃 봉오리는 햇볕이 잘 드는 남쪽 면이 먼저 벌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성장이 늦은 북쪽으로 기울어지면서 꽃봉오리가 북쪽을 향한 모습을 하고 있다.
 
  ▲ 북쪽을 향한 목련꽃 송이 (경기 광명, 사진 필자 )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하얀 목련꽃은 중국이 원산인 백목련이다. 우리나라의 토종 목련은 제주도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목련으로 꽃잎이 가늘고 활짝 벌어지는 특징이 있다. 반면에 백목련은 꽃받침이 깔때기 모양이라 꽃이 피어도 완전히 벌어지지 않는다. 이외에도 자주색 꽃을 피우는 자목련 등 다양한 색의 목련 품종이 있다. 두텁고 큰 목련나무 잎은 중국 의 옛 악기인 비파를 연상케 한다. 보기 좋은 큼직한 꽃을 피우는 목련은 개화기간이 사나흘 정도로 봄꽃나무 중에서 매우 짧다. 우리 조상들은 이 같은 목련꽃을 보고 날씨와 농사의 풍흉(豊凶)을 예측하기도 했는데, 개화 기간이 길었던 해는 풍년이 들고 피어있는 꽃잎이 아래로 쳐져 있으면 비가 올 징조로 보았다.
 
   ▲ 만개한 목련꽃 (경기 광명, 사진 필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을 넘기는 꽃이 없다지만 많은 봄꽃 중 특히 목련꽃은 우리가 볼 수 있는 시간이 짧다. 그래서인지 4월의 꽃으로 목련을 노래한 시인들이 많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후반 생략.
 
서정시인 박목월의 ‘4월의 노래’이다.
 
하얗게 꽃을 피운 목련나무 아래서 은은한 향기 속에 읽어보는 책 한권, 아니면 연둣빛 꽃 구름이 피어나는 언덕에서 불어보는 버들피리, 그 옛날을 추억하면서 한번쯤 잊힌 봄을 연출해 보고 싶은 아련한 봄날이다.
 
김철수 PD sirocc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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