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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소영의 날씨이야기] 농가에 넉넉함 더하는 ‘쌀비’
  2014-03-13 12:35 정연화   
 
대기의 건조한 정도는 공기 중에 수증기가 얼마나 포함됐는지를 말해주는 ‘포화수증기량’으로 알 수 있다. 포화수증기량은 기체의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대개 온도가 높으면 커지고 온도가 낮아지면 작아진다. 이 말은 즉, 차가운 공기에는 수증기가 많이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에 대체로 ‘차가운 공기는 건조하다’는 의미가 된다. 며칠 동안 찬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건조특보가 내려지는 등 봄철의 전형적인 메마른 날씨가 이어졌다. 이 와중에 들리는 봄비 소식!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농경생활을 했던 우리 선조들은 유독 비에 관심이 많았는데 비의 굵기나 시기, 양과 기간 그리고 비의 효과에 따라 각기 다른 이름을 붙였다. 비의 굵기에 따라 ‘안개비’, ‘는비’, ‘이슬비’, ‘보슬비’, ‘억수’, ‘장대비’, ‘작달비’라 이름 붙였으며 특징에 따라서는 ‘여우비(햇빛이 있는 날 잠깐 오다가 그치는 비)’, ‘먼지잼(겨우 먼지 날리지 않을 정도로 조금 오는 비)’, ‘채찍비(소나기처럼 채찍을 치듯 세차고 굵게 쏟아지는 비)’라 불렀다. 필요한 때에 알맞게 오는 ‘단비’, 농작물의 성장에 꼭 맞추어 내리는 ‘꿀비’,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약비’ 등에서 비를 간절히 바랐던 농민들의 마음이 읽혀진다.
 
또한 속담 중에도 비와 관련된 말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봄비’와 관련된 속담이 참 많다. ‘봄비는 벼농사의 밑천이다’라는 속담에는 봄비가 벼농사를 잘되게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음력 삼월, 농가에서는 본격적인 봄 일이 시작된다. 특히 벼농사에 있어 볍씨는 대체로 물길이 좋은 땅에 뿌리게 되고 이 무렵 내리는 봄비는 벼농사가 잘되게 하는 밑천이 된다. 이와 비슷한 속담으로 ‘봄비는 쌀비’라는 말도 있다. 건기인 봄철에 비가 넉넉히 오면 풍년이 든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계절별 날씨 특성상 봄철에는 건조한 날이 많기 때문에 논에 물을 대기도 만만치 않아 봄비가 넉넉하게 내리면 농사짓기가 수월하고 풍년이 들 가능성도 높았기 때문이다. 물이 없어 한해 농사를 망칠까봐 노심초사하던 과거 선조들의 농심을 읽을 수 있는 속담이다. 반면 ‘봄비가 잦으면 아낙네의 손이 커진다’라는 속담도 있다. 이는 잦은 봄비에 풍년이 들 것을 믿고 미리 지나치게 아낙네의 손이 커지는 것처럼 아무 소용도 없는 일이 없다는 뜻으로 도리어 봄비의 해로움을 이른다. 농가에서는 가을걷이한 것으로 겨울을 나고 이듬해 보릿고개까지 버텨야 하기 때문에 미리 많이 베풀고 흘려버리면 적절하게 쓰지 못하게 됨을 우려한 우리 선조들의 지혜도 엿보인다.
 
봄비가 대지의 건조함을 달래는 ‘단비’인 동시에 농가에 넉넉함을 더하는 ‘쌀비’라고는 하지만, 어제(12일)와 오늘(13일) 이틀 동안 전국적으로 봄비 치고는 제법 강력한 ‘단비’와 ‘쌀비’가 지나고 있다. 지나침에 대비하고 훗날 가을과 겨울의 부족해짐을 우려했던 선조들의 지혜를 이어받아 결코 만만치 않을 이번 봄비에 잘 대처해야겠다.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 weathercom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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