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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탓에 다들 김장을 서두르는데, 사실 아직도 약간 이른감이 있다. 대개 일 최저기온이 0℃ 이하, 일 평균기온이 4℃ 이하로 유지될 때가 김장담그기 적합한 시기로 보고 있다. 날씨가 너무 추우면 배추가 얼 염려가 있고, 또 너무 따뜻하면 김치가 빨리 익어서 실 수 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전인 11월 말에서 12월 초를 김장하기 좋은 시기로 여겼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상승으로 매년 김장 적정시기가 대체로 늦춰지는 경향이다. 서울의 경우, 김장 적정시기가 지난 1920년대(11월 21일)에 비해 2000년대(12월 3일)에는 약 12일 정도 늦춰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김장하기 가장 좋은 때로 중부내륙지방은 11월 하순, 남부·동해안지방은 12월 상순~중순 전반, 남해안 지방은 12월 중순 후반 이후가 되겠다. 날씨는 김장시기를 정해주시도 하지만, 각 지역 간의 김치 맛도 좌우한다. 대개 북부지방은 기온이 낮아 김장의 간을 싱겁게 하고 양념도 담백하게 한다. 이는 채소 특유의 신선미를 그대로 살릴 수 있고, 국물도 많게 만들 수 있게 한다. 하지만 따뜻한 남쪽지방의 김치는 빨리 시는 것을 막기 위해 되도록 짜게 담그는데, 소금과 젓갈을 많이 쓰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이다 그래서 국물이 거의 없어서 진한 맛이 매력이다. 그렇다면, 김장김치가 가장 맛있는 날씨는 어떤 조건일까? 김장김치가 제 맛을 내는 시기는 3~5℃ 사이에서 2~3주 정도 지났을 때이다. 과거는 장독을 사용해 땅속에 김장김치를 묻고 보관해 먹었는데, 대개 김장철인 11월 하순의 땅속 온도는 평균 5℃로 유지되고, 12월 초순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0~영하1℃ 사이에서 유지되는데 실제 어느 정도 숙성이 끝난 김치를 가장 맛있게 보관할 수 있는 온도는 영하 1.4℃이다. 이 온도가 유지되면 6개월까지는 김장김치 맛의 큰 변화 없이 저장이 가능하다. 또한 흙으로 빚어 만든 장독을 확대해보면 수많은 구멍이 있는데, 이 작은 구멍으로 물은 통과할 수 없지만 공기는 통과할 수 있어 김치유산균의 발효를 잘 되게 만들고, 7℃에서 영하 1℃까지 변화하는 땅속온도를 적절하게 조절해 줘 가장 맛있는 김치맛을 유지시켜줬던 것이다. 어쩌면 현대판 김장독으로 사용하는 김치냉장고의 원리가 외부 공기의 접촉은 최소화하면서 김장독 내부 온도를 0℃에서 영하 1℃ 사이로 유지해줬던 김장독의 김치 숙성과 보관원리가 적용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김장문화는 우리 선조들의 슬기와 지혜뿐만 아니라, 날씨과학도 숨어 있었던 것이다. 11월 22일인 오늘은 한국김치협회가 선정한 ‘김치의 날’이다. 김장 시기인 11월에, 김장이 22가지 건강학적 효능을 지녔다고 해서 11월 22일이 ‘김치의 날’로 정해졌다고 한다. 김치는 유산균을 비롯한 유용한 성분이 많아 체중감량 효과뿐만 아니라, 콜레스테롤 감소와 항암 효과 등을 보인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진 바 있다. 넉넉하지 않았던 60년대에는 김장이 중요한 월동준비 가운데 하나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직접 김장김치 담그는 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많은 양은 아니더라도 이웃과 가족 간의 정을 나누고, 건강도 함께 챙길 수 있는 김장 월동준비! 한번 계획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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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