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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비만관리센터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8명이 가을에 식욕이 증가한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을이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 아니라, 사람이 살찌는 ‘천고인비(天高人肥)’의 계절임이 확인된 셈이다. 유독 가을이 되면 살이 찐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데, 과연 사실일까? 가을이 식욕의 계절이 된 데는 단순히 먹을거리가 풍성해지는 수확의 계절만을 이유로 보기는 힘들다. 식욕을 자극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가을철에 왕성해지는 식욕은 날씨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데, 3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가 음식을 먹고 나면 배가 부르는 포만감을 느끼는데, 이렇게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우리의 체온은 상승하게 된다. 그런데 가을이 되면 날씨가 쌀쌀해지기 때문에 우리 몸은 적정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열을 발생하면서 에너지 소비를 많이 하게 된다. 이렇게 에너지가 빠르게 소비되고 체온은 다시 떨어지면서, 앞서 말한 작용과 반대로 식욕은 다시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여름철 너무 더운 날씨 탓에 입맛이 없어지는 것도 같은 원리이다.
그렇다면 가을에 살이 찌게 는 두 번째 이유는 무엇일까? 가을은 점차 태양의 고도가 낮아지면서 낮의 길이가 짧아지고 그만큼 햇빛의 양도 줄어든다. 이런 햇빛양의 감소가 식욕증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햇빛은 비타민D 생성에 도움을 주는데, 이 비타민D는 식욕을 억제해주는 렙틴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준다. 따라서 가을철 부족해진 햇빛 탓에 비타민D 생성과 함께 식욕억제 호르몬인 렙틴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면서 식욕조절이 힘들어 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세 번째 가을에 살이 찌는 이유 역시 가을철 줄어드는 햇빛 양의 탓이다. 우리 몸은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비타민D 합성에도 문제가 있지만, 호르몬 분비에도 불균형을 초래한다. 특히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가 감소되고, 잠을 잘 자게 도와주는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는 증가하기 때문에 계절성 우울증이 나타난다. 계절성 우울증 환자들은 식욕이 저하되고 불면증 현상을 보이는 일반 우울증 환자들과는 달리, 식사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는데, 특히 단음식과 당분을 많이 찾게 된다. 이렇게 탄수화물 섭취는 늘어난데다가 수면의 양이 늘면서 무기력해지는 호르몬 불균형의 영향도 가을에 살이 찌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도 가을이 되면 음식섭취량이 급격히 늘어난다고 한다. 건강한 겨울을 나기 위해 가을에 최대한 많은 음식물을 섭취해서 에너지를 몸 안에 비축해 놓으려는 이유 때문이다. 어쩌면 가을에 살이 찌는 사람도 건강한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가 아닐까 한다. 지금 우리 몸은 단순히 살을 찌우고 있다기보다 다가올 추운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에너지원을 저장하려고, 끊임없이 “먹자! 먹자!”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기후변화로 봄과 가을이 줄어들고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면 건강한 겨울을 준비하기위한 시간도 짧아지고 있는 셈이겠다. 규칙적인 수면습관과 건강한 식단관리만 잘 계획하신다면, 건강한 가을과 겨울! 두 마리의 토끼 모두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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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