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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소영의 날씨이야기] 귀뚜라미 온도계
  2013-09-13 11:46 정연화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해진 공기에서는 가을이 느껴지다가도 한낮에 여전히 우렁찬 매미울음소리를 들으면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은 느낌이다. 날씨를 느끼는 것은 기온, 바람, 습도와 같이 우리의 살갗으로 느낄 수도 있지만, 이렇게 주변의 동식물의 변화로도 알아차릴 수가 있다. 매미처럼 울음소리로 계절의 변화를 나타내는 동물은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 봄은 개구리가, 여름철 무더위의 시작은 매미가, 가을의 선선함은 뭐니 뭐니 해도 귀뚜라미가 자신들만의 울음소리로 알려준다.
 
‘귀뚜라미는 가난한 사람의 온도계이다’라는 미국의 속담이 있다. 문명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 옛날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바탕으로 주변온도를 알아냈기 때문이다. 실제 어떠한 원리로 가능한지 19세기 말에 연구결과가 발표되기 했다. ‘아모스 돌베어’라는 미국의 과학자가 1897년 <아메리칸 내처럴리스트>란 학술지에 “온도계 구실을 하는 귀뚜라미”란 논문을 통해 일명, ‘돌베어 법칙’을 만들어 냈다. 종마다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긴 꼬리 귀뚜라미가 바로, ‘온도계 귀뚜라미’다. 14초 동안 우는 횟수에 40을 더하면 화씨온도가 나온다는 것인데, 예를 들면 14초 동안 긴 꼬리 귀뚜라미가 35회 울었다면 화씨온도는 75도이고 이것을 섭씨로 따지면 24도 정도가 된다는 것이다.
 
귀뚜라미는 주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동물이기 때문에 온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격렬하게 움직이지 않을 때는 신진대사 속도가 비교적 느린 편이기 때문에 외부 온도가 그대로 체온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대개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는 날개를 들어 양쪽 날개를 마찰시키면서 내게 되는데 온도가 높아질수록 울음소리의 빈도가 더 높아진다. 이는 날개를 비빌 때 귀뚜라미의 근육이 수축하게 되는데 이런 신체활동은 온도가 오를수록 더 반응이 빨리 일어나기 때문이다. 귀뚜라미는 24℃ 안팎일 때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이보다 기온이 더 내려가면 성량이 줄어들고 템포가 늦어지기 때문에 약간의 늦더위가 남아있는 이맘때가 귀뚜라미 소리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라 할 수 있다. 메뚜기목 귀뚜라미 과에 속하는 귀뚜라미는 세계적으로 약 3천종 쯤 되는데 타고난 많은 음향 신호와 음조의 높고 낮음, 진동의 폭과 주기가 어쩌면 그날그날의 온도 습도, 날씨궁합에 따라 결정이 되는 것이다.
 
고대 중국인들은 귀뚜라미를 날이 추워지니 빨리 베를 짜라고 재촉하듯 우는 벌레란 뜻으로 ‘촉직(促織)’이라고 불렀다. 우리 선조들 역시 귀뚜라미를 영리한 곤충이라고 여겼다. ‘칠월귀뚜라미 가을 알 듯 한다’라는 속담처럼 아직 더운 감이 남아있는 음력 7월에 귀뚜라미만큼은 어김없이 나타나 자연의 흐름에 역행하지 않고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가을의 전령사’ 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자연을 결코 역행하지 않는 작은 곤충들을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가을밤을 즐겨보시길 바란다.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 weathercom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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