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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PD의 날씨살롱] 폭염 속 더위 먹는 항공기
  2013-08-02 15:16 정연화   
 
2013년 여름, 우리나라 중부지방은 기록적인 장맛비에, 남부지방은 연일 폭염으로 이어지는 이례적인 장마패턴을 보였다. 특히 극심한 폭염은 북반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6월 미국 남서부를 시작으로 7월에는 미 동부, 남유럽으로 이어진 폭염은 현재 중국 남부지역에서 맹위(猛威)를 떨치고 있다. 이 같은 폭염은 아열대 고기압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대기의 한난(寒暖)경계를 구분하는 제트기류를 북으로 밀어 올린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애리조나에 이르는 미국 남서부 지역은 6월 말부터 무더위에 시달렸다. 폭염에 큰 산불까지 겹쳐 소방관이 희생되는 인명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항공기 운항이 취소되기도 했는데, US에어웨이는 총 18개 항공편이 이륙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지역공항 관련 규정에 따르면 항공기가 이륙 가능한 기온은 화씨 118도(섭씨 47.7도) 이내였는데 당일 피닉스 등은 화씨 119도(섭씨 48.3도)를 기록했다.
 
 ▲ 돌다리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가 여름 더위를 조금이나마 식혀주는 것 같다. (경기 광명시 안양천변/ 2013.8.2 촬영) ⓒ김철수
 
올 여름 말복(末伏·12일)을 앞두고 떨어진 심신(心身)의 충전과 가족들을 위한 피서객들로 휴가시즌이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이 무렵이면 항공사들은 여객 수송에 임시 항공편을 준비하는 등 어느 때 보다 바쁜 시기이다. 여객과 화물을 실어 나르는 항공기도 쉴 틈이 없이 운항 스케줄에 투입된다. 하지만 첨단 과학으로 만들어진 비행기도 무더운 여름철엔 더위를 먹는다. 더위 먹는 항공기를 위해서는 긴 활주로가 필요한데, 현재 운항 중인 여객기 중 가장 큰 B747-400기는 이륙을 위해서는 1500~1700m를 활주해야 한다. 그러나 40℃ 안팎의 폭염에서는 평소보다 두 배인 3000m를 달려야 이륙이 가능하다. 그만큼 연료 소비는 물론 활주로 이용에 제약을 받는다.
 
 ▲ 첨단 과학으로 만들어진 비행기도 무더운 여름철엔 더위를 먹는다. <사진 출처= 에어라이너 홈페이지>
 
더위 먹는 항공기 현상은 비행기가 추진력을 얻는 원리와 관계가 있다. 통상 항공기 엔진은 다량의 공기를 빨아들인 뒤 여러 번의 압축 과정을 거쳐 고압의 압축공기로 만든다. 여기에 연료를 분사해 혼합한 뒤 폭발시켜 엔진을 돌리는 힘을 얻는다. 그런데 기온이 상승하면 활주로 부근의 공기 밀도는 평소보다 크게 떨어진다. 공기 밀도는 기온과 반비례하는데 그만큼 비행기가 빨아들이는 공기량과 압축량이 줄게 된다. 따라서 항공기는 이륙을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 더 오래 그리고 더 멀리 달려야 한다. 반면 겨울철 공항주변에서는 가볍게 이륙하는 비행기에서 바람 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밀도가 높은 차고 건조한 겨울공기를 가르는 소리이다. 더위 먹는 항공기를 위해서는 긴 활주로와 함께 평소보다 승객 수나 화물량을 줄여야하는 경우도 있다. 인천공항처럼 활주로가 긴 국제공항은 평소와 같은 승객을 태워도 활주로를 좀 더 달리면 이륙이 가능하다. 이에 반해 국내선만 오가는 활주로가 짧은 국내공항에서는 항공기 연료량 조절로 더위를 피하고 있다. 단거리 노선에서는 연료를 꽉 채울 필요가 없는 만큼 승객은 모두 태울 수가 있는 것이다.
 
 ▲ 더위 먹는 항공기 현상은 비행기가 추진력을 얻는 원리와 관계가 있다. ⓒ김철수
 
남미나 아프리카 등지의 고지대 또는 사막에 위치한 공항에서도 항공기 운항에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해발고도가 높거나 한낮의 강한 일사로 공기 밀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역은 특성상 항공기 운항스케줄이 주간보다는 야간에 많이 몰려있다.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덮여 있는 활주로는 기온이 30℃를 넘어서면 노면 온도는 50℃를 웃도는 고온현상을 보인다. 이 때문에 한여름이면 항공기 주변온도를 낮추기 위해 공항 마다 물을 뿌리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활주로 주변에 심어놓은 잔디 같은 풀들도 한여름 무더위를 조금이라도 식혀보려는 자구책이다.
 
장마가 끝나면서 한반도는 더위의 절정을 맞고 있다. 올해는 말복(末伏)이 예년보다 10여일이나 늦은 월복(越伏)이다. 월복인 해는 무더위가 오래간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삼복(三伏)더위도 세 번을 엎드리면 물러간다고 했다. 더위는 이기는 것 보다 피하는 게 상책(上策)이다. 마을 가까운 다리 밑에는 그늘도 있고 강바람이 있어 피서(避暑)하기에는 제격이다.

 김철수 PD sirocc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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