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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PD의 날씨살롱] 위험한 항해 - 해무(海霧)
  2013-03-22 16:52 정연화   
2013년 3월 18일(월)
13시 흐린 하늘에            가시거리   13km
14시 강해지는 안개 속     가시거리   0.4km
15시 강한 안개비            가시거리 0.15km
16시 강한 안개비            가시거리 0.15km
17시 보통 안개비            가시거리   0.7km
18시 약한 비                  가시거리   12km
 
백령도 기상대의 관측 자료다. 이 무렵부터 서해 최북단의 섬 백령도는 안개 속에 자주 모습을 감춘다. 해상을 뒤덮는 안개무리가 출몰하는 해무(海霧)시즌이기 때문이다. 해무는 순식간에 몰려왔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3월 16일(토) 오전 10시에서 12시 사이에는 가시거리가 18km→0.8km→15km로 두 시간 동안에 무려 15km 이상을 오르내리는 급격한 시정 변화를 보이기도 했다.
 
▲ 서해상 안개 (2013.3.18 오후 2시 1분 미국 극궤도 기상위성인 NOAA 안개영상 자료)
 
춘분(春分)인 3월 20일 세계표준시(GMT) 0시(한국시각 20일 오전 9시)를 기해 북반구의 봄이 시작됐다. 지난겨울 기록적인 한파가 맹위를 떨쳤으나 따뜻한 봄기운에 남녘의 화신(花信)은 예년보다 이르다는 소식이다. 육상에서는 기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본격적인 봄으로 채색되지만 바다는 아직도 겨울이다. 요즘 서해중부해상의 해수면온도는 5℃ 안팎에 머물러 육지의 낮 기온과 10℃가량이나 낮은 수온분포를 보인다. 수온의 상승 시기가 기온보다 한 달에서 두 달가량이나 늦다. 이렇게 찬 바다 위를 남서풍을 타고 따뜻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기온 차로 인해 바다안개가 발생한다. 해무는 3월부터 시작해 6월 하순 장마 시작 전까지 주로 나타나는데 매우 짙고 지속시간도 길다. 항해사들에 따르면 심한 바다 안개가 낄 때는 타고 있는 선박의 선두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 2012년 기상사진전 입선작 (해운대를 덮친 해무쓰나미, 최주호 作)
 
해무는 층이 낮지만 바람 따라 짙은 안개가 이리저리 몰려다니는데, 백령도의 높지 않은 산에 올라도 발밑 저 아래는 구름 융단이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바다안개는 그날의 기압계 흐름에 따라 장시간 머물기도 하지만 단시간에 시정이 0km까지 하강하거나 급상승하는 등 급변하는 경우도 있다. 해무가 자주 끼는 해역은 특히 남해안과 서해북부, 동해북부해상으로 지속 시간도 길어 뱃길에 큰 위험이 되고 있다. 서해상의 연간 안개일수는 60일 이상에 달하는데, 이 때문에 서해5도를 비롯한 도서지방의 뱃길은 항상 시간표대로 운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서해최북단 백령도행 여객선이 지금은 하루에 왕복을 하는 일일 생활권 항로가 되었다. 하지만 1980년대까지는 주 1편이 오고갔는데 해무가 낄 때는 2주일 만에 되돌아 올수가 있었다. 봄철 해양사고가 주로 해무로 인해 발생하는데,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발생한 해양사고는 총 5,009척으로 이중 1,579척(31.5%)이 3월부터 6월 사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영국의 한 경매회사는 타이타닉호의 악단장이 연주하던 바이올린을 찾았다고 발표한 외신이 있었다. 여객선 침몰당시 피난 중이던 승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선상에서 악단이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연주를 했다는 바이올린이다. 해무로 인한 대형 사고는 1912년 4월 15일 새벽, 처녀항해에 나섰던 최대 호화여객선 타이타닉호가 북대서양에서 침몰한 사고일 것이다. 1500명이 넘는 승객이 숨지는 대 참사가 발생했는데, 안개 속의 빙산 때문이었다. 사고 해상은 북대서양의 뉴펀들랜드 바다로 찬 해역에 따뜻한 공기가 밀려들어 짙은 해무가 끼어 있었다. 기온이 상승하는 4월이면 북대서양 항로에서는 유빙들이 떠다니기 시작하는데 특히 1911년 여름의 기록적인 기온상승으로 1912년 봄에는 예년보다 많은 빙산들이 만들어졌다.
 
▲ 짙은 해무로 인해 빙산에 부딪쳐 침몰했던 타이타닉호  <영화 속 한 장면>
 
1964년 발표된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의 무진은 바다안개가 잦은 어느 남도해안이 배경이다. 짙은 바다 안개는 해안지방은 물론 바람이 불 때는 내륙지방까지 몰려온다. 일반 복사안개는 일출과 동시에 대부분 사라지지만 해무는 낮 동안 계속되기도 한다. 이제부터는 해무가 잦은 계절이다. 해난사고 대비는 물론 항공기 운항과 해안도로 안전 운전이 필요한 시기다.

 김철수 PD sirocc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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