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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의 시작, 계절은 늦가을이다. 하지만 설악산의 첫눈 소식과 함께 내륙지방은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초겨울 추위가 찾아왔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의 문턱, 이 무렵부터는 바이칼 호에 중심을 둔 찬 대륙고기압이 꿈틀대기 시작하면서 한반도에 한기를 몰고 온다. 평균적으로는 11월 중순을 전후해서 첫추위가 나타나는데 올 가을은 조금 빨리 온 것이다. 지난 5년간(2007~2011년) 서울의 일 최고기온을 분석해보면 11월 10일 전후까지는 15~20℃의 따뜻한 날씨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에는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겨울형 기압패턴이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11월은 보름 넘게 이어지던 포근한 날씨가 하루만에 10℃ 이상 급강하하면서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한파를 몰고 오기도 했다. (2011.11.20. 서울)
한반도의 초겨울 추위는 단풍의 절정기인 10월 하순 무렵 일시적으로 찾아온다. 이후 대륙의 찬 공기가 본격적으로 몰려오기 전까지는 열흘 정도 포근한 날씨가 이어진다. 때 이르게 남하한 대륙고기압의 기세가 꺾이고 분리된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받으면서 봄 같은 날씨가 이어지는 것이다. 세시기(歲時記)에서는 이를 소춘(小春)이라 하는데 음력 10월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이 같은 현상은 북반구의 다른 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데 미국에서는 인디언 섬머(Indian Summer)라 하는 등 각국에서 독특한 이름으로 불린다. 신대륙의 주인이던 인디언들은 늦가을의 따뜻한 날이면 겨울추위를 피해서 남쪽으로 이동했다. 또 겨울양식을 위한 사냥에 나서는 등 겨울채비를 마무리 하는 시기로 여겼다. 영국에서는 ‘성 마틴의 여름’, 독일을 비롯한 중·북부유럽에서는 ‘노부인의 여름’이라 부른다. 또 구소련에서는 ‘여자의 여름’이라고 하는데, 제정 러시아 시대의 소작농들이 힘든 한해 농사를 마치고 마지막 찾아온 포근한 날의 휴식을 만끽한다는 데 붙여진 이름이다. 겨울문턱에서 포근한 날을 두고 ‘봄(春)’과 ‘여름(夏)’으로 보는 등 동․서양의 차는 있지만 휴식과 겨우살이 채비의 기회로 이용하는 것은 같은 생각이다.
겨울문턱에서 찾아오는 소춘(小春)시즌을 활용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두렁 밭두렁이나 동네 야산에 피어나는 국화를 닮은 꽃들도 늦가을 날의 햇살로 마지막 꽃을 피운다. 가을철 꽃을 피우는 국화과 식물을 총칭(總稱)해서 ‘들국화’라 부르는데 꽃의 모양과 색깔이 다양하다. 꽃송이가 가장 큰 구절초는 야생화 같지 않은 자태로 최근 주변에서 쉽게 만나 볼 수 있는 꽃이다. 특히 우리 자생 식물 중 원예 가치가 높은 꽃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또 쑥부쟁이는 꽃 모양이나 색깔이 구절초와 비슷하지만 꽃의 크기가 조금 작다. 가을 산자락, 양지바른 곳에 무리지어 피는 노란 꽃은 산국(山菊)아니면 감국(甘菊)이다. 국화의 조상으로 불리는 산국은 촘촘히 피어나는 작은 꽃송이에 진한 향기가 특징이다. 산이나 들이 아닌 바닷가에 피어나는 들국화도 있다. 거센 해풍에 견디기 위해 두터운 잎에 솜털을 달고 있는 해국(海菊)이다. 이 무렵 독도의 바위틈에서도 늦게까지 꽃을 피우는 강인한 생명력의 해국을 볼 수가 있다.
해양(海洋)의 온기가 남아있는 한반도에 아직은 동장군(冬將軍)이 나설 때가 아니다. 반짝 추위가 지나면 포근한 소춘(小春)이 찾아 올 전망이다. 잠시 움츠렸던 들국화는 서두르는 기색도 없이 꽃을 피우고 본격적인 겨울이 오기 전에 소중한 씨앗을 다 여물게 할 것이다. 봄 같은 늦가을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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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P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