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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소영의 날씨이야기] 가을비(秋雨)
  2012-09-14 13:20 정연화   
 
옛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절기가 바뀌는 것은 ‘비’가 알려준다고 했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 비가 내리면 새싹을 틔우기 위한 봄비이고, 봄에 핀 나무의 새순들이 커지기 시작해 무성한 잎으로 키우려면 더 많은 물기가 필요한데, 이때 때마침 자주 내려주는 비가 바로, ‘여름비’라는 것이다. 비가 줄기차게 쏟아져도 더운 기세가 누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다가 어느 순간에 내리는 비로 인해 서늘해지는데, 이것이 바로, 가을을 알리는 ‘가을비’인 것이다. 그리고 또 가을이 갈 때 즈음이면 한해를 정리하고 다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한다는 것을 예고라도 하는 듯 ‘겨울비’가 내린다. 이처럼 계절을 바꾸는 비가 내리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다음을 준비하는 것은 사람이나 자연이나 모두 마찬가지인 듯하다.
 
각 계절마다 내리는 비는 저마다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가을비 또한 그렇다. 여름동안에 뜨겁게 달궈진 대지와 해양을 식히고, 겨울의 쌀쌀함을 서서히 준비할 수 있게 서늘함을 안겨주는데, 이러한 가을의 서늘함이 열매를 더욱 영글게 만든다.
 
‘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하던 자리에 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 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 잎들이 지고 있습니다./ 어제 우리 사랑하고 오늘 낙엽 지는 자리에 남아 그리워하다./ 내일 이 자리를 뜨고 나면 바람만이 불겠지요./ 바람이 부는 동안 또 많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헤어져 그리워하며 한세상을 살다가 가겠지요.’
 
도종환 시인의 ‘가을비’이다. 마치 가을이 되어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면 잎이 지는 것처럼 자연의 섭리대로 사랑하고 헤어지고 그리워하는 것이 우리 삶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가을비는 연민이다.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이자 더 머물 수 없는 청춘에 대한 회한이다. 가을비는 또 간이역에 잠시 쉬고 있는 완행열차 같다. 서둘러 갈 필요가 없다는 듯 느릿느릿 간이역을 떠나면서 한숨 깊은 기적소리를 울리는 완행열차의 쓸쓸한 뒷모습을 닮았다. 이렇듯 가을이 있기에 우리는 살아온 생을 반추해보기도 하고, 잊혀진 추억들을 꺼내어 펼쳐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서쪽에서 다가오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어제(13일)부터 전국이 흐린 가운데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그리고 내일은 한반도를 향하는 또 다른 기압골의 영향으로 남부와 강원영동지방을 중심으로 가을비가 내리겠고, 16일부터 18일 사이에는 북상하는 제16호 태풍 '산바(SANBA)'의 영향으로 전국 대부분지방에 비가 오는 곳이 많겠다. 잦은 가을비와 함께 다음 주까지는 낮 기온이 23℃ 안팎에 머물러 평년 이맘때보다 다소 낮은 기온으로 쌀쌀하겠다. 잦은 가을비와 가을태풍의 북상 소식에 추가 피해가 없도록 주의해야겠고, 더불어 짙어진 가을빛에 건강이 상하지 않도록 유의해야겠다.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 weathercom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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