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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소영의 날씨이야기] 죄를 부르는 날씨
  2012-08-20 09:08 정연화   
 
“1986년 경기도 화성의 작은 시골마을. 젊은 여인이 무참히 강간 후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된다. 그리고 두 달 뒤, 비슷한 수법의 강간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이 사건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조용한 시골마을은 연쇄살인이라는 생소한 범죄의 공포에 휩싸인다. 수사진이 아연실색할 정도로 흔적을 남기지 않는 범인. 미궁 속에 빠진 사건에서 남은 유일한 공통점은 비오는 날에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1986년부터 1991년까지 10번에 걸쳐 일어난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다룬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영화의 내용이다. 극중 유일한 단서로 설정 된 ‘비’라는 날씨요소는 영화 속 또 다른 사건발생을 암시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영화는 스토리의 감동과 그것이 남기는 느낌도 중요하지만 이미지의 강렬함이 남기는 인상 역시 크게 작용한다. 어쩌면 어떤 무의식이나 망각 속에 있던 삶의 한 국면을 관객에게 던져놓는 행위일 수도 있다. 비단, 영화뿐만이 아니다. 우리 삶에서 공기처럼 존재하는 날씨는 늘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있다. 때문에 우리가 은연중 느끼는 감정들이 날씨에 의해 조정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쉽게 지나친다. 우리 감정을 조절하는 날씨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또한 이러한 요소들이 범죄 심리에는 어떻게 작용하는지 한번 알아보자.
 
봄과 가을의 평균기온은 13℃ 안팎, 습도는 60~70%로 사람이 가장 쾌적함을 느끼는 기상요소이다. 보이는 날씨만을 봤을 때는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느끼는 날씨는 사뭇 다르다. 보통 사람은 기온이 내려갈 때보다 올라갈 때 자극을 더 받게 된다. 따라서 겨울에서 여름의 중간 계절로 기온이 점차 상승곡선을 보이는 봄에는 마음이 들뜨고 격정적으로 변하는 반면, 여름에서 겨울로 기온이 내려가는 가을이 되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아 사색에 잠기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래서 일까?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모두 사람들의 감정이 격정적으로 변하는 봄철에 일어난 혁명이라는 것을...
 
날씨가 오랜 기간 동안 축적돼 뚜렷한 성격으로 나타나는 기후는 사람의 생김새와 육체적 활동력을 바꿀 뿐만 아니라, 감각과 심리, 성격, 지능의 발달 등 정신적 활동력을 좌우하기도 한다. 더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강한 직사광선에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멜라닌 색소가 많아 피부색이 검다. 또한 햇볕을 가장 많이 받는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곱슬머리를 하고 있고, 곱슬머리는 공기가 잘 통하게 하기 때문에 머리를 빨리 식혀준다. 뿐만 아니라 몸속의 열을 밖으로 배출하기 위해 콧구멍이 큰 반면, 추운지역 사람들은 밖의 찬 공기가 폐에 도달하기 전에 따뜻하게 데워줘야 하기 때문에 코가 길고, 콧구멍이 작다. 또한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털이 대체로 많이 나있다. 성격은 어떨까? 햇빛을 많이 받는 더운 지방의 사람들은 명랑하고 밖에서 활동이 많아 활발한 반면, 햇빛을 비교적 적게 받는 지역의 사람들은 성격이 다소 무거운 면이 있지만, 사색을 즐기며 근면하고 끈기가 있는 편이다. 이러한 기후가 형성한 사람들의 성격은 그들이 형성한 문화에도 차이를 남겼는데, 대개 열대지방에서는 활동량이 많은 수공예문화가 발달한 반면, 이보다 기온이 낮은 유럽지역에서는 사고가 발달돼 희대를 대표하는 철학자들을 많이 배출했다.
 
‘살인의 추억’에서 범죄발생을 암시하는 장치로 작용한 ‘비’ 역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미국의 작가 헌팅턴은 '문명의 주요동기'라는 그의 저서에서, "습기 많은 날에 학생들이 벌을 받는 경우가 맑은 날에 비해 5배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의학계에서는 흐리거나 비오는 날은 공기 중에 양이온이 증가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감정이 가라앉기 쉽다고 설명한다. 보통 공기에는 양이온과 음이온이 5:4의 비율로 분포되어 있는데, 음이온의 일부는 산소로 되어 있어 인체에 유익한 반면, 양이온은 일부가 인체에 유해한 탄산가스가로 되어 있다고 말한다. 양이온은 소나기가 오기 전 후텁지근한 한랭전선이 형성되거나 구름이 많이 끼는 날에 증가하는데, 이럴 때 천신이나 신경통, 뇌졸중 발생률이 높다고 한다. 또한 양이온에서 방출되는 “세로토닌”은 사람을 짜증나게 하거나, 심장발작과 편두통, 류머티즘을 유발한다고 알려졌다. 또한 흐리거나 비오는 날은 일조량이 감소해 우울증을 유발시킨다. 실제 가을 환절기부터 봄철까지는 햇빛을 보는 낮 시간이 짧아지는데, 이로 인해 우울증상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 일명 ‘계절성 우울증’ 환자가 크게 증가한다고 한다. 햇빛은 신체리듬을 조절할 뿐 아니라, 멜라토닌 분비와 각성, 수면, 수행, 인지기능 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비가 오는 날씨로 인해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줄면 감정조절에 중요한 뇌 영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날씨와 심리관계에 따라 여름철 빈번해지는 ‘폭력사건’은 여름철 비와 함께 높아진 습도로 불쾌지수가 증가하는데, 높은 기온은 사람들의 활동량을 증가시켜 우발적인 행동을 보이게 만드는 요소! 또한 길어진 밤과 열대야 역시 신체접촉과 관련한 폭력사건에 한 몫을 한다. 이에 비해 기온이 낮을수록 두뇌활동은 활발해지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재산과 관계되는 지적인 사건인 문서조작이나 사기사건 같은 유형의 범죄율이 더 증가한다고 한다. 이는 추운겨울에는 사람의 행동이 소극적이 되는 반면, 머리 회전은 좋아지기 때문이다. 흐리고 비오는 날은 일조시간의 감소로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계절성 우울증에 노출되게 만든다. 또한 비오는 날이나 비오기 직전에 공기 중에서 발산되는 양이온이 심리적 요소로 작용해 자살확률이나 음침한 곳에서 발생하는 성범죄율이 높아진다고 한다.
 
프랑스의 법리학자 몬테스키외는 그의 저서 ‘법의 정신’에서 적도에서 거리가 가까울수록 대인범죄가 증가하고, 적도에서 거리가 멀어질수록 재산범죄가 증가한다고 밝혔다. 물론 날씨 때문에 범죄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의 심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날씨에 대한 이해를 잘 한다면 범죄발생 요인을 줄이거나 방지하는데 몇몇 경찰관의 역할을 해내지 않을까?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 weathercom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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