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루다’라는 말은 비뚤어지거나 구부러지지 않도록 바르게 하다라는 뜻으로 ‘바르게 고치다’,‘바로잡다’라는 의미도 함께 갖고 있는 순우리말이다. 날씨를 표현하는 말들은 정말 다양한데, 잘못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말들이 어떻게 잘못 표현됐는지 알아보고 ‘날씨바루기’를 해보자.
오늘 같이 비예보가 전해지는 날이면 하늘은 비를 잔뜩 머금은 듯한 성난 표정을 하고 있다. 이럴 때, “날씨가 찌뿌둥하다” 혹은 “날씨가 꾸물꾸물하다”라는 표현이 참 많이 사용되는데, 과연 맞는 표현일까? 많은 사람들이 몸살이나 감기 등으로 몸이 무겁고, 거북함을 느낄 때 “몸이 찌뿌둥하다”라는 표현을 곧잘 쓴다. “하늘이 찌뿌둥한 것이, 꼭 비가 올 것 같네”라는 등 ‘찌뿌둥하다’라는 말은 날씨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실제, 하늘이 매우 흐린 모양을 나타내는 ‘찌뿌둥’이란 단어, 의미를 살리자면 표기법이 틀렸다. ‘찌뿌둥’이 아니라 ‘찌뿌듯’이나 ‘찌뿌드드’가 맞는 표현이다. 이 두 말 사이에서도 큰말과 작은말을 구분지으면 ‘찌뿌드드’한 것이 ‘찌뿌듯’보다 조금 더 거북하다고 표현된다. 종종 신문기사에서 ‘찌뿌드드’를 ‘찌뿌드’라고 줄여서 쓰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 역시 ‘찌뿌드드’를 모두 사용해줘야 올바른 표현이 되겠다.
이 밖에도 하늘이 잔뜩 흐릴 때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또 있다. “날씨가 꾸물꾸물하다”라는 말이 그렇다. ‘날씨가 활짝 개지 못하고, 자꾸 흐려지다’라는 의미로 혼돈되어 사용되는 ‘꾸물꾸물’이나 ‘꾸물거리다’의 본래 뜻은 ‘매우 느리게 자꾸 움직이는 모양’ 혹은 ‘게으르고 굼뜨게 행동하는 모양’으로 신체 일부를 느리게 자꾸 움직이는 모양을 일컫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의미가 전혀 다른 말을 이제껏 사용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니고, ‘우중충한 하늘을 나타낸다’는 본래 뜻을 지닌 ‘끄물끄물’ 혹은 ‘끄물거리다’와 혼돈돼 잘못 사용하게 된 듯하다.
이렇게 비가 한차례 지나고 나면, 기온과 함께 습도까지 높아져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어지는데, '후텁지근하다'라는 말! 간혹 어떤 이들은 '후덥지근하다'라고도 하는데 과연, 어느 것이 맞는 걸까? '후텁지근하다'는 '조금 불쾌할 정도로 끈끈하고 무더운 기운이 있다'란 뜻이고, '후덥지근하다'는 '열기가 차서 조금 답답할 정도로 더운 느낌이 있다'는 뜻이다. 차이가 있다면, ‘후텁지근’이 ‘후덥지근’보다 정도가 심하다고 보면 된다. '후덥지근'은 과거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두 단어 모두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다.
이 밖에도 여름철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 잦을 때 ‘날씨가 흐리멍텅하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이 역시 ‘흐리멍덩하다’의 잘못된 표현! 정신이 맑지 못하고 흐리거나 기억이 또렷하지 않고 흐릿한 상태를 뜻하는 ‘흐리멍덩하다’란 말이 잘못 발음되어 쓰이는 것이다. 다만, 북한에서는 ‘날씨 따위나 정신이 나지 아니하고 멍청한 정도로 흐리다’라는 표현으로 ‘흐리멍텅하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장마전선이 전국을 오르내리며 비오고 흐린 날이 잦은 요즘! 오늘도 흐리멍덩하고, 끄물거리는 날씨에 몸과 기분까지 찌뿌듯해지지 쉽겠다. 덩달아 습도까지 높아져 무덥겠는데, ‘후텁지근’한지, ‘후덥지근’한지는 개개인의 판단의 몫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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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