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무더우면 사람들은 “더워 죽겠다”는 말을 곧잘 쓴다. 그만큼 더위가 심한 것을 과장해서 쓰는 말인데 실제로 지구촌 곳곳에서는 더위로 인해 목숨을 잃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한때 중국과 인도에서는 40도를 훌쩍 넘는 고온현상이 계속되면서 열사병으로 사망자가 속출한 적이 있다. 사상 최악의 폭염 피해는 2003년 유럽을 덮친 폭염으로 프랑스에서만 1만5천여명을 비롯해 유럽 전역에서 3만5천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도 폭염 피해의 예외가 아니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보고서 '기후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적응대책(2005)'에 따르면, 1994년부터 10년 동안 고온현상에 의한 열사병 등의 질병으로 서울, 대구, 인천, 광주에서 2천1백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수해로 인한 사망자 1천3백여명을 훨씬 웃도는 수치이다. 연구원은 또 지구온난화의 영향 등으로 서울에서만 2032년 300명, 2050년 600명 이상이 폭염으로 숨질 것으로 예측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노인 계층은 급격한 온도변화에 적응력이 떨어져 폭염으로 인한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쉬운데, 2050년이면 65세 이상 노인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5%를 상회해 폭염 피해는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외부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인간의 자연적인 체온 조절기능이 감소되고 냉방기에 의한 인공적인 조절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어 어린아이들은 물론 성인들까지 위협에 노출되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폭염을 단순한 무더위가 아닌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자연재해이자 질병으로 인식해,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의 안전대책 마련과 의학적이고 통계적인 연구가 요구된다. 단순히 기상특보 형태로 폭염 정보를 제공하기보다 열중증을 유발하는 여러 요소를 국민의 생리적 특징에 적합하도록 폭염 지수를 개발해 실생활에 직접 응용할 때가 된 것이다. 또한 폭염 관측소를 전국에 설치하고 학교와 산업현장에서도 쉽고 간편하게 폭염 지수를 측정할 수 있도록 계측장비를 보급하는 한편, 필요하다면 야외 활동기준을 권고·강제하도록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법적 조치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들 스스로가 폭염의 위험을 인지해 폭염 시 행동요령과 열중증 예방정보와 응급 조치법을 미리 익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케이웨더의 경우는 최근의 이런 추세에 부응해 올 6월부터 국내 처음으로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32개 지역별 ‘열사병 예방지수(WBGT)’를 실시간으로 국민들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2008년 7월 남부지방에 무더위가 계속되었을 당시 국토대장정을 벌이던 청소년과 밭에서 일하던 농부 등 10여명이 열사병으로 숨진 것은 폭염을 단순한 ‘고온’으로 생각했던 것은 우리 사회의 안일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는 시급히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열중증’은 신체가 견뎌 낼 수 있는 한계보다 더 많은 열에너지에 노출되었을 때 발생하는 병증으로 열경련, 일사병, 열사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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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케이웨더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