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중순, 접종화의 쑥쑥 자란 줄기에서 접시꽃이 피기 시작하면 한반도에는 장마가 찾아온다. 7월 중순쯤이면 1m가 넘는 꽃대 끝에서 마지막 꽃송이가 얼굴을 내밀 때로 한반도를 오르내리던 장마전선이 물러나는 시기와 일치한다. 또 작은 백합 모양으로 노란꽃을 피우는 원추리도 개화기간이 한 달 정도로 장마 시즌과 비슷하다. 이 같은 자연속의 기상정보는 사계절 찾아 볼 수 있다. 봄에 피는 나무들의 꽃 상태로는 농사의 풍흉과 다가올 계절을 점치기도 했다. 입하절기 무렵 이팝나무가 하얀꽃을 뭉게 구름같이 피우면 그해 벼농사는 풍년을 예고했다. 겨울철 눈이 많이 내렸거나 봄비가 잦은 해는 물 걱정 없이 모내기를 순조롭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토양수분이 많은 환경에서 잘 자라는 이팝나무 꽃으로 벼농사를 미리 예측한 것이다. 그 옛날  딸이 태어나면 한 그루씩 심었다는 오동나무가 지금도 마을 입구나 주변 공터 곳곳에 자라고 있다. 옛 부터 오동나무 꽃 색깔로는 다가올 여름 날씨를 미리 가늠하기도 했다. 마치 종 모양을 닮은 오동나무 꽃이 진한 자주색으로 피면 비가 적고 옅은 색이면 비가 많은 여름을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