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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장마가 계속되던 날 밤, 외할머니는 전쟁터에 나간 아들이 전사했다는 통지를 받는다.’ 이념의 대치로 일어난 전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 윤홍길의 <장마>의 한 대목이다. 이 소설은 6·25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분단의 현실적 비극의 대립, 그리고 화해를 다룬 작품이다. 작가는 소설 속 극적 대립의 부각과 화해의 매개체로 ‘장마’를 사용했다. 분단과 갈등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장마가 시작되고, 모든 갈등이 풀려 화해를 암시하는 결말부분에서는 장마가 끝나면서 소설은 막을 내린다. 소설 내용에서 나타나듯 장마는 한마디로 말해, 기단과 기단의 힘겨루기다.
장마란, 무덥고 습한 북태평양기단과 찬 성질의 오호츠크해기단 사이의 경계면에서 형성된 일종의 정체전선인 장마전선으로 인해 장기간 많은 비가 내리는 현상을 말한다. 보통 6월 중순 이후 시작돼 약 한 달간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다. 남북을 오르내리며 기단간의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한때는 남부지방으로, 한때는 중부지방으로 장맛비가 집중된다. 특히 북상할 때보다 다시 남하할 때 더 강한 세력을 띄는 특징을 갖는데, 북쪽에서 미는 찬 기단의 세력의 힘이 더 가해지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2009년부터 새로운 장마예보 개념을 도입했다. 단기예보를 통해 일반 강수예보를 하는 방식으로 예보생산은 이뤄지되,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장마의 개념인 ‘여름철 장기간 내리는 비’가 아니라,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는 현상’의 기상학적 장마 해석에 따라 앞으로 내릴 비가 장마전선에 의한 비인지, 아닌지를 가리겠다는 것이다. 또한 근래 들어 우리나라의 강수형태는 장마철(보통 6월 중후반부터 7월 하순)이 끝나고 8월 강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 이제는 장마가 실질적으로 여름철 강수를 대표하기 어렵고, 장마의 시작과 종료예보의 의미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새로운 개념의 장마예보가 필요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여름철 장기예보에서의 장마예보를 중단하고, 주간예보 범위 안에서 장마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면 예보문에 “장마전선의 영향으로…”라는 말을 언급하여 장마정보를 알리게 된다. 주간예보에서 장마예측이 없다 하더라도 단기예보에서 “내일 장마전선의 영향으로…”라는 예보문이 들어가면 내일부터 장마의 영향으로 내리는 ‘장맛비’라고 보면 되고, “남쪽에서 점근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00지역에 강수가 예상돼...”라는 형태는 그냥 ‘여름비’로 보면 된다. 여름에 내리는 비는 무조건 ‘장맛비’라고 생각하는 인식! 이제는 제발 깨어 버려야한다.
장마는 같은 모습으로 찾아오는 것 같지만 그 종류가 다양하다. 큰 비 없이 오는 둥 마는 둥 하는 ‘마른장마’, 이와 반대로 여러 날 계속 억수로 쏟아지는 ‘억수장마’, 초가을까지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해 쉽게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건들장마’, 뒤늦게 찾아오는 ‘늦장마’가 그렇다. 또 완연한 장맛비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른 봄철에 제주와 남부지방에 찾아오는 ’봄장마’란 녀석도 있다. 제주부근에서 고사리가 날 즈음 형성돼 장맛비처럼 내린다고 해서 ‘고사리장마’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장마의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기단을 형성한 전선은 아니지만, 제주부근의 정체전선이 형성되면서 장맛비처럼 수일간 비가 이어지는 현상이 꼭 장마 같기 때문! 올해 장마는 어떨까? ‘올까‘ 말까는 ‘망’설이는 ‘올까망 장마’라 이름 붙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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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