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여름에 접어든지 겨우 일주일인데, 여름은 제 계절 생색내기에 바쁘다. 30도 안팎의 뜨거운 날씨가 마치 한여름을 방불케 한다. 며칠 전 절기상 여름의 세 번째 절기 ‘망종(芒種)’도 지났다. 가시랭이 망(芒)과 씨 종(種) 자를 쓰는 것만 봐서도 망종은 이삭에 까끄라기(수염)가 돋는 보리 및 벼농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얼마나 농가일이 바빴기에 오죽하면 ‘망종엔 발등에 오줌 싼다’는 말이 생겼을까.
이처럼 1년 중 씨 뿌리기 가장 좋다는 망종(芒種) 절기에 농가에서는 본격적인 농번기가 시작되지만, 어째 올해에는 농민들의 가슴은 타들어만 간다. 5월 들어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논에 물을 대기 어려울 정도로 땅이 말라 있기 때문! 기상청에 따르면, 5월 전국 평균 강수량은 36㎜로 평년 대비 36% 수준에 그쳤다. 평년대비 50~60% 이상 비가 내렸던 3월과 4월에 비한다면, 턱없이 적은 양이다. 기상청의 가뭄판단지수를 보면 가뭄이 어느 정도 심간한 지를 알려준다. 전북과 충남·북 등 중부지방 외에도 전남·강원·경북·경기도 일부 내륙 지역이 ‘가뭄’ 단계를 넘어 ‘매우 위험’ 단계로 진입했을 정도이다.
최근 극심한 기후변화로 지구촌 어느 한 곳에서는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는 한편, 반대편에서는 폭우와 홍수, 산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처럼 지구온난화는 기후변화의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 기후변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는 협소한 국토와 과다한 인구로 수자원 등 자원 의 이용 강도가 커지면서 특히, 물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4월 국립기상연구소가 ‘봄비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대기질 개선과 수자원 공급, 산불 예방과 가뭄 경감 등 한 차례 당 최소 212억 원, 평균 1151.9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가뭄 환경에서는 비단, 1㎜의 강수가 경제적 가치로 환산했을 때 최소 213억 원이 된다는 말이다.
농경생활을 했던 우리 선조들은 유독 비에 관심이 많았는데, 비의 굵기나 시기, 양과 기간 그리고 비의 효과에 따라 각기 다른 이름을 붙였다. 비의 굵기에 따라 ‘안개비’, ‘는비’, ‘이슬비’ ‘보슬비’, ‘억수’, ‘장대비’, ‘작달비’라고 부르고 특징에 따라서는 '여우비(햇빛이 있는 날 잠깐 오다가 그치는 비)’, ‘먼지잼(겨우 먼지 날리지 않을 정도로 조금 오는 비)’, ‘채찍비(소나기처럼 채찍을 치듯 세차고 굵게 쏟아지는 비)’라고 했다. 필요한 때에 알맞게 오는 ‘단비’. 농작물의 성장에 꼭 맞추어 내리는 ‘꿀비’.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약비’는 비를 간절히 바랐던 농민들의 마음이 읽혀진다.
오늘(8일)은 남해상을 지나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전국이 흐린 가운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5~30mm의 비가 예상된다. 물론, 5월 한 달간 목마른 대지를 충분히 적시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지만, 자연에 항상 고마워한 우리 조상들의 따뜻한 마음과 지혜를 본받아 적은 양의 '약비'도 감사해하자.
|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