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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한(後漢) 말, 가난한 선비출신의 진식(陳寔)은 지방의 하급관리로 있다가 현령을 지냈는데 높은 학식과 덕행으로 사람들의 존경을 받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진식이 태구현(太丘縣)의 현령으로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도둑이 천장 들보 위에 웅크리고 앉아 도둑질할 기회를 몰래 엿보고 있었다. 진식은 그것을 눈치 채고 의관을 정제하고 아들과 손자들을 불러들여 훈계를 시작하였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는 법이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도 처음부터 그 사람이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다. 잘 배우지 않고 자신을 제어하는 능력이 없어서 나쁜 행동을 반복하다가 그것이 점차 습관이 되어 나쁜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저 들보 위의 군자(梁上君子)가 바로 그러한 사람이다.”
이 말에 깜짝 놀란 도둑이 들보 위에서 뛰어내려와 이마를 조아리며 사죄하였다. 진식은 그를 조용히 타이르며 비단 두 필을 주어 돌려보냈다. 그 후부터 태구현에는 도둑질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졌다고 한다.
사지가 멀쩡한 사람이 도둑질을 하는 것은 대체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게으름이고, 또 하나는 자신의 노력보다 더 많은 것을 더 적은 시간에 얻고자 하는 욕심 때문일 것이다.
양상군자라는 사자성어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진식은 그래서 나쁜 습관의 원인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이루려 하기 때문이라 하고 또한 잘 배우지 않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라 보았다.
흔히 사업을 운칠기삼이라고 한다. 운이 7할이고 재주가 3할이라는 뜻으로 재주보다 운이 더욱 중요한 요소라는 말이다. 요즘은 운칠기삼을 넘어 운구기일(운이 9할이고 재주가 1할)이라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는 운칠복삼(운이 7할이고 복이 3할)이라 하여 아예 사업의 성공여부는 재주보다는 운이나 복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 자조적인 말도 있다.
나도 이 부분의 상당 부분은 수긍하는 편이니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을 비난하거나 하는 마음은 조금도 없다. 다만 이렇게 말하는 분들이 모두 그 전제로 말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노력한다는 점이다. 일단 모두가 노력한다는 전제에서 그다음에 기와 복을 논할 뿐이다.
사실은 도둑들도 훔치는 세계에 들어서면 보다 잘 훔치려는 이런 저런 노력을 하게 된다. 상기 고사성어에 나오는 도둑도 쉬어야 할 시간인 밤에 들보위에 올라가는 노력(?)을 하지 않았는가?
결국 무엇이든 노력해야 한다면 바른 일에 노력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그리고 그것이 나중에는 훨씬 빨리, 더 많은 결과를 얻는다는 것을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양상군자는 두 번 다시 도둑질을 하지 않았다 하니 아마 그것을 깨달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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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호 ‘한자통’ 교육지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