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혜시(惠施)가 장자(莊子)에게 말했다.
“위왕(魏王)이 나에게 큰 박씨를 주었는데 심어 길렀더니 큰 열매가 열렸지. 물을 담자니 무거워 들 수 없고, 바가지로 쓰자니 너무 얕았네. 크기는 컸지만 별 쓸모가 없어 부수어 버렸다네.”
그러자 장자가 대답했다.
“송(宋)나라에 손이 트지 않는 약을 만들어 솜 빨래하는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이 살았네. 어떤 남자가 전쟁에 이용하려고 그 비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지. 백금에 팔라 하니 이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당장 팔기로 했지. 그는 한겨울에 원수처럼 지내는 월나라와 수전(水戰)을 벌여 크게 승리했네. 그 약을 바른 군사는 동상에 걸리지 않았던 거야. 손 트는 것을 낫게 하는 것은 똑같은데 누구는 명예와 부를 누리고, 누구는 평생 솜 빨래를 면치 못했네. 자네는 어찌 박을 배로 만들지 못하고 너무 커서 쓸모가 없다고 부수었단 말인가?”
2. 지리소(支離疏)는 지독한 곱사등이로 참으로 눈뜨고는 볼 수 없는 추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남의 바느질과 세탁으로 생계를 이어나가고, 다른 사람이 흘린 곡식을 주워서 열 명이나 되는 식구의 끼니를 해결했다. 그뿐 아니라 군사를 징집할 때도 보란 듯이 팔을 걷어붙이고 대로를 활보하고, 나라의 큰 공사로 일꾼을 징발할 때도 불치병을 앓는 자라 하여 면제되곤 했다.
이 이야기는 쓰임(用)에 있어 두 가지를 말하고 있다.
하나는 적재적소 혹은 새로운 쓰임의 발견이다. 그것은 마치 ‘장동건’같은 조각 미남보다는 마빡이 ‘정종철’씨가 개그에서는 훨씬 유리한 것과 같다. 자신의 특이한 외모를 콤플렉스로만 여긴다면 발전이 없다. 그 특이한 외모가 장점이 되는 쓰임이 있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인 것 같고, 외모만 인정하는 더러운 세상인 것 같지만 막상 이 시대의 최고의 남자를 꼽으라면 영화배우에는 송강호, MC에는 강호동, 유재석, 축구선수로는 박지성 등임을 생각하면 세상의 진리는 꼭 그런 것 아니다. 그들은 일치감치 1등만 하던 사람도, 외모가 출중했던 사람도 아니었다.
사업도 이 새로운 장점, 새로운 쓰임을 창출하는 것이 출생의 관건이 된다. 안 그러면 레드오션의 바다에서 피 터지는 고생만 하다가 진력이 다한 어느 날 소리 소문도 없이 사업이 없어질 수 도 있다.
또 하나는 말 그대로 쓸모없음의 쓰임이다. 위의 이야기에서는 곱사등이 이야기가 나오지만 더 유명한 일화는 꼬불꼬불 꾸부러진 나무의 이야기가 나온다. 곧게 잘 뻗은 나무는 궁궐을 지을 기둥으로, 혹은 가구의 재료로 먼저 베어진다. 그러나 꾸불꾸불 자란 나무는 쓸모가 없다. 쓸모가 없어서 그 목숨이 부지된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여기서는 이렇게 해석해보면 좋겠다. 권모술수를 잘 쓰지 못하고, 거짓말을 잘 하지 못하고, 편법을 잘 모르고, 사람을 잘 때리지도 못해서, 모략군도, 사기꾼도, 작전 세력도, 폭력배로서도 쓸모가 없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
쉽게 벌고, 쉽게 얻을 수 기회에 그런 재주(?)가 없다고 스스로 쓸모없는 사람이라 자책할 일이 아니다. 그런 일을 못하기에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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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호 ‘한자통’ 교육지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