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나라 왕이 평원군에게 함께 온 모수(毛遂)에 대해 묻고 있는 장면.
전국 시대 말, 조나라가 진나라의 침략으로 위기에 처하게 되어 조나라의 재상인 평원군(平原君)이 초나라로 구원병을 청하러 가게 되었다.
그는 함께 떠날 이들을 고르던 중 모수(毛遂)라는 사람이 자진해 나섰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현명한 선비가 세상에 있으면 송곳이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것과 같아서 그 끝이 밖으로 나타나게 마련이오. 그런데 그동안 이렇다 할 얘기를 들은 바가 없으니, 남다른 재주가 없다는 증거가 아니겠소?”
“그러니 저를 주머니에 넣어 주십사 하는 겁니다. 일찍이 넣어 주셨더라면 자루까지 밖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이리하여 모수도 초나라로 가게 되었다.
모수자천(毛遂自薦 : 자기가 자기를 추천함을 이르는 말)이란 사자성어는 여기서 유래됐다.
평원군이 초왕을 끈질기게 설득하던 중 모수가 평원군을 도왔다.
“과인이 그대 주인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무슨 참견인가? 어서 물러가지 못하겠는가?”
“대왕께서 신을 꾸짖는 것은 초나라 군사가 많기 때문입니다. 지금 초나라는 땅이 넓고 군사가 강한데도 진나라에 패해 어쩔 줄을 모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저희가 동맹을 맺는 것은 초나라를 위한 것입니다.”
결국 초왕은 조나라에 구원병을 보낸다는 맹세를 하게 되었다.
평원군은 조나라로 돌아와서 “다시는 선비의 사람됨을 아는 체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모수를 상객(上客)으로 삼았다.
평원군이 돌아오자 초나라는 물론 위나라도 군대를 이끌고 조나라를 구원하기로 하였다.
십 수 년 전 학원에서 일할 때, 나는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치고,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도 더 열심히 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소 멀리 떨어진 집과의 출퇴근 시간도 아끼려고 학원 건물 지하 보일러실에 숙소와 책상을 마련하고 일하고 또 일했다.
학생 증가율과 학생 유지율이 아마 최고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느 날 부원장이 ‘장 선생이 학생 유지율이 역대 최고’라고 했던 말로 미루어 알 수 있다.
1년 뒤 당시 학원 전체 이사장이 나에게 노원 창동 지역의 건물을 하나 통째로 맡기며 나에게 운영전체를 해보라고 제안했다. 교무실에서 누구보다 조용했고, 가만히 일만 했지만 관심 있는 리더는 알고 있었던 것이라 볼 수 있다.
누군가는 자신이 맡은 일을 맡은 만큼만 하고, 누군가는 맡은 일을 더욱 발전시키고, 누군가는 혁신적 창조까지 해낸다. 이는 사소한 복사에서부터 차이가 난다고 어느 사업가가 이야기 했다.
다르면 다르게 보인다. 주머니에 들어있어도 튀어나오는 뾰족한 송곳의 끝처럼 튀어나온다. 앞의 이야기를 새삼 보니 무릎을 탁치는 교훈이 두 가지가 더 있다.
하나는 기회를 주지 않고,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그 송곳의 끝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드러나지 않아서 못 보는 것이 아니라 보지 않기에 보지 못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간혹은 송곳 스스로 자신이 송곳이라고 말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리더가 주머니에조차 넣어주지 않는다면(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자신을 주머니에 넣어달라고 말해야 한다.
장정호 한자통/교육지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