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체들이 바쁘다. 자연재해를 담보로 하는 보험 상품을 찾는 문의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철 폭우에 이어 최근 집중호우와 태풍 등으로 피해가 커진 탓이다. 하지만 국내 자연재해를 담보하는 상품은 제한적이다. 가입자가 2.2%뿐이다. 주로 농작물재해·풍수재·양식 수산물재해보험 등 생활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농작물에 한해서 보험이 적용된다. 날씨보험시장의 현주소는 무엇일까. <온케이웨더>는 모두 5회에 걸쳐 날씨보험에 대한 기획기사를 연재할 예정이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국내 날씨 보험의 미래에 대해 짚어봤다.

 

달라진 기상에 우리는 어떻게 적응해야할까. 학계에서는 무엇보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경제 타격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 말한다. 그 대안으로 '날씨 보험'이 주목 받는다.

 

이지훈 전 삼성경제연구소 기후변화센터장은 "기상이변 복구액의 90%를 국가예산으로 충당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날씨연계보험이 다양화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에 풍수해 보험이 있기는 하나, 보상 범위가 제한적이다. 주택·온실·축사 등을 소유한 소유자만이 피보험자로 계약할 수 있다. 절차도 복잡하다.

 

기상으로 인해 재산 피해가 발생한 점을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내에 천재지변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2.2%에 지나지 않는다.

 

이 센터장은 "날씨금융상품이 활성화 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기상변동에 따른 매출감소, 가격변동 등으로 발생하는 기업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실제손해액을 평가해 보상하는 것이 아니라 지수를 바탕으로 사전에 약정된 금액을 보상하게 돼 풍수해보험에 비해 절차가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처럼 민관이 협동해 날씨보험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정인 중앙대학교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기상산업은 성장잠재력이 충분하다"며 "개도국이나 한국의 경우 기후보험은 공공 민간 파트너십을 형성해 운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모델이다"고 소개했다.

 

이어 "국가에서 재난재해 예산 운영에 보험 논리를 적용시켜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며 "고정된 보험료의 지출은 재난으로 인한 재정적 손실 문제를 해결해주고, 자연 재해로 인한 국가 예산상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험업계의 입장에선 날씨연계보험은 높은 위험부담, 혹은 적은 규모, 믿을만한 위험 자료의 부재 등 사건 비용에서 변동성 크다는 단점이 있다.

 

김 교수는 이러한 한계점에 대해 "개도국이나 한국의 경우 기후보험은 공공 민간 파트너십을 형성해 운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모델로 정부가 보험료의 일정부분을 지원해주면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다"고 말했다.

 

민관이 합동해 날씨보험시장에 뛰어든 선진국은 이미 그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날씨보험을 이용하기 전과 이용한 후의 도시가스 공급량이 대해 조사했다. 신종 날씨보험을 이용하면 위험관리를 하지 않을 경우에 비해 평균 영업이익이 5% 증가하고, 변동성은 6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날씨 파생상품을 이용하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보다 평균 영업이익이 6% 증가하고, 변동성은 4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희승 케이웨더 날씨 마케터는 "벌써 유럽과 미국, 일본은 기상산업을 블루오션으로 여기고 점차 파이를 늘리고 있는데, 우리는 정부에서 투기적인 요소가 있는가 아닌가의 문제 때문에 날씨연계보험을 출시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외국은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우리는 얻는 것 없이 잃기만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손지원 기자 snorkle@onkweather.com [사진=소방방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