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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
성능 좋은 에어컨 덕분에 실내가 서늘한 요즘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오히려 여름이라 감기 발병에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 평년을 웃도는 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에어컨 가동이 늘어 ‘냉방병’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냉방병, 실내외 온도차 큰 탓…에어컨 속 레지오날레균도 원인
최근 대학생 이희수씨(24)는 두통과 소화불량, 손발이 붓는 이상증세로 고생했다. 평소 건강한 편이라 감기에 잘 걸리지 않았던 그는 병원에 다녀온 후에야 냉방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씨는 “냉방병을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걸린 것은 처음”이라며 “더위를 많이 타서 올핸 일찍부터 에어컨을 강하게 틀었다가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냉방병의 주된 원인은 과도한 실내외의 기온 차이다. 주로 더운 외부 기온에 비해 실내 온도를 너무 낮게 설정해 에어컨을 가동한 결과로 병을 얻는다. 우리 몸이 실내외의 기온 차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탓이다.
인간의 몸은 평균 36.5℃로 체온을 유지한다. 날씨가 더워지면 우리 몸은 순응 과정을 통해 외부의 온도에 차차 적응해간다. 이 기간은 약 1~2주 정도. 그러나 냉방이 잘 된 실내와 기온이 높은 실외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체온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가 지치면서 ‘냉방병’에 걸린다.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다. 두통과 콧물, 재채기, 코막힘 등이 나타난다. 그러나 감기에 비해 잘 낫지 않는다. 몸이 나른하고 쉽게 피로해지며 두통을 동반한다. 또 손과 발이 붓거나 관절이 무겁게 느껴지고, 심하면 통증도 있을 수 있다.
냉방병의 두 번째 원인은 레지오날레균이다. 에어컨 안의 냉각수나 공기가 세균에 오염되고, 세균들이 냉방기를 통해 실내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감염시킨다. 일종의 전염성 질환으로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이 잘 걸린다. 감기와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해 기침, 몸살, 두통 등을 동반한다. 심하면 폐렴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건강을 자신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는 세균성 질환의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이염, 부비동염, 기관지염, 뇌막염 등 다양한 질환의 초기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다. 특히 천식이나 만성 기관지염 등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호흡곤란이 발생할 수 있어 즉시 진찰을 받아야 한다.
실내 환기·에어컨 살균 세척 등 철저한 예방 필요
한국건강관리협회에 따르면 예방방법은 생각외로 간단하다. 실내외 온도 차이가 5~6℃면 적당하다. 에어컨의 찬 바람이 몸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한다. 적어도 2~4시간마다 5분 이상씩 창문을 열어 실내외 공기를 환기시키는 것이 좋다.
특히 올해는 때 이른 초여름 더위가 찾아오면서 냉방병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전국에 하절기 레지오넬라증 주의보를 내려 지방자치단체와 다중이용시설 등에 대한 철저한 예방 관리를 당부했다.
강원도 태백시 보건소에 따르면 지난 4월 18일 독거노인 A씨가 호흡곤란과 폐렴 증세로 강릉아산병원으로 이송됐다. 정밀진단 결과 레지오넬라균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에는 5월 말 첫 레지오넬라균 감염 환자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올 봄 이상 고온 현상으로 지난달 5월에서 올해는 4월 첫 발병으로 한 달 일찍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 가정에서는 에어컨 응결수 물받이의 배관이 막히지 않도록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물받이와 필터는 락스 등을 이용해 주 1회 이상 청소하는 것이 좋다. 에어컨 필터는 헝겊과 미지근한 물로 세척하고 그늘에 말려주면 좋다.
지난 4월 부산시는 시내버스 에어컨 살균․세척 작업에 나섰다. 시내버스 에어컨 바람을 통해 레지오넬라균이 사람들을 감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2010년 9월 이전에 출고한 차량 2228대 중 지난해 살균한 1136대를 제외한 1092대를 대상으로 6월 중으로 시내버스 살균․세척을 모두 완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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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