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시간이 되어도 날이 환할 정도로 해가 길어졌다. 두꺼운 목도리 없이도 어깨가 움츠러들지 않는다. 지난주까지 줄곧 영하 10도를 넘나들던 맹추위는 물러가고 대부분 낮기온이 영상에 머문다. 봄이 성큼 가까이 왔다. 반갑다, 봄!
하지만 봄과 함께 오는 불청객 ‘환절기’는 달갑지가 않다. 봄 환절기엔 낮과 밤의 기온차이가 심해 감기에 걸리기 쉽다. 미세먼지·꽃가루 등은 호흡기 증상을 악화시키고, 건조한 공기는 피부까지 까칠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은은한 향과 상큼한 맛이 살아있는 차(茶)로 이런 증상을 예방할 수 있다. 환절기 건강을 지켜주는 차를 소개한다.
기관지…새콤달콤 오미자차·모과차
공기가 건조한 환절기엔 기관지 질환이 발생하기 쉽다. 이의준 뿌리한의원 원장은 “추운 겨울을 나면서 수분과 기를 소모한 상태에서 환절기의 건조한 바람을 맞으면 폐 기능이 나빠지고 가래가 끓으며 기침이 심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신맛, 단맛, 매운맛, 쓴맛, 짠맛의 다섯 가지 맛이 있다고 해 이름 붙여진 오미자. 신맛은 간, 단맛은 비위, 쓴맛은 심장, 매운맛은 폐, 짠맛은 신장의 기능을 돕는다. 특히 폐와 기관지에 좋아 기침이 날 때 따뜻한 오미자차를 마시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사과산, 주석산 등 유기산이 풍부해 피로회복에도 좋다.
모과는 가래, 천식, 폐렴 등 증상에 효과가 있다. 목이 피로하거나 목소리가 쉬었을 때, 또는 목감기에 걸렸을 때 모과차를 마시면 좋다. 건조하고 쌀쌀한 날씨로 인해 목이 붓거나 통증이 있을 때 모과차를 꾸준히 마시면 기관지 보호에 도움이 된다.
춘곤증…국화차·대추차
봄이오면 피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춘곤증이다. 춘곤증으로 낮 시간에 졸게 되면 밤에 숙면을 취하기가 힘들어진다. 국화차와 대추차는 숙면에 큰 도움을 주는 대표적 한방차다.
‘해품달’의 ‘이훤’도 마시고 숙면을 취했다는 국화차. 국화차는 머리를 맑게 해 숙면을 도와준다. 인체 상부에 나는 열을 내려 눈의 피로와 두통을 완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효능만큼 모습과 향도 뛰어나다. 국화꽃잎에 따뜻한 물을 부으면 노란 국화가 찻잔 속에 피어나며 은은한 향이 감돈다.
취침 전에 마시는 대추자 한 잔은 천연 수면제 역할을 한다. 혈액순환을 돕고 예민한 신경을 가라앉혀 준다. 이의준 뿌리한의원 원장은 “대추씨에는 신경을 이완시켜 잠이 잘 들도록 돕는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며 “대추씨를 빼지 않고 통째로 삶아 차를 만들거나 씨를 달여 마시면 좋다”고 조언했다. 달콤한 맛에 따뜻한 기운을 지닌 대추차는 위장이 허약해 입맛이 없거나 변을 묽게 볼 때 마시면 효과가 있다. 하지만 변비가 있는 경우엔 변이 굳어질 수 있으므로 마시지 않는 편이 낫다.
동안 피부 지킴이…매실차·둥글레차·율무차
환절기 건조한 바람은 피부를 푸석하게 하고 뾰루지를 일으킬 수 있다. 해독·살균 작용이 뛰어난 매실은 화농성 여드름 예방·치료에 효과가 있다. 특히 식중독 예방에 효과적이고, 설사·변비 등 장 기능의 완화를 돕는다. 꾸준히 복용하면 피부가 탄력 있고 촉촉해진다.
둥글레는 신진대사 촉진과 항산화 기능이 있어 피부 노화 방지에 효과적이다. 둥글레차를 마시거나 즙을 내 바르면 피부 미백효과도 볼 수 있다. 율무차는 미백효과가 있어 기미·주근깨 등 잡티 생성을 예방할 수 있고 피부노화 방지에도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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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