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근처에서 자취 중인 직장인 박찬우(25)씨는 최근 집 주위 화려한 조명 때문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네온사인과 가로등이 밤새도록 환하게 방을 비추는 통에 어렵게 잠에 들었다가도 새벽녘에 깨기 일쑤다. 집 주위 환경이 회사생활에 지장을 준다고 느낀 박 씨는 결국 이사를 가기로 마음먹었다.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인한 ‘빛 공해’가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숙면을 위해 차단되어야 할 ‘빛 자극’이 밤에도 낮처럼 지속돼 불면증을 유발하고 있는 것.
빛 자극은 수면과 각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극이다. 사람의 눈을 통해 빛이 들어가면 뇌에서 아침이라고 인식하고 스스로 몸을 깨워 활동할 준비를 한다. 반대로 어두워져 빛 자극이 없어지면 우리 몸에서 ‘멜라토닌’이라는 물질이 분비돼 수면을 유도한다.
멜라토닌은 빛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밝을 때는 분비량이 극히 적고,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점차 그 분비량이 증가해 수면 직전이나 수면 중에는 분비량이 최고에 이른다. 또한 멜라토닌은 낮에 햇빛을 많이 쬘수록 분비량이 늘어난다.
실제로 불면증 환자들은 멜라토닌의 수치가 현저히 낮다. 나이가 들수록 잠이 적어지는 것도 멜라토닌의 분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조량이 적은 장마철이나 가을·겨울에 불면증 환자들이 증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인공 빛은 수면 중 피로회복과 스트레스 해소를 방해한다. 또한 멜라토닌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지 못하는 환경을 만들어 다른 호르몬들의 균형까지 깨뜨릴 수 있다. 이는 스트레스 누적, 면역력 저하로까지 이어진다.
불면증 전문 자미원한의원 허정원 원장은 “수면 환경은 숙면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침실은 최대한 어둡고 조용하며 덥거나 습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허 원장은 또 “바람직한 수면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수면장애가 계속될 경우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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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