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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다. 지독하다. 괴롭다. 올여름 폭염 얘기다. 13일 현재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 수는 800여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도 14명에 달한다. 벌써 지난해 폭염 감시기간(7월1일~9월3일)에 비해 온열질환자 수는 1.8배, 사망자 수는 2.3배에 이른다. 건강을 위협하는 폭염,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견디는 방법은 없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실내에서 활동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야외활동을 해야 하는 경우 폭염을 잘 견딜 수 있는 옷차림을 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옷의 디자인, 소재, 색상만 잘 선택해도 더위를 견디기가 한결 수월해 진다. 서울대 의류학과 이주영 교수의 조언을 얻어 폭염 속 건강을 지키는 ‘똑똑한 폭염패션’을 소개한다.

 

 

 

체온을 낮추려면 우선 열이 가장 왕성하게 생성되는 부위를 시원하게 해야 한다. 머리, 뒷목, 등의 윗부분(뒷목 바로 아래)은 인체에서 산열이 가장 활발히 일어나는 부위다. 이 부위를 모자·마스크 등으로 막게 되면 체온이 빠르게 오른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머리와 뒷목, 뒷목 아래를 시원하게 유지시킬 수 있는 디자인의 옷을 입어야 체온을 낮출 수 있다. 자외선 차단 또는 안전을 위해 모자를 써야하는 경우, 휴식 시 모자를 벗어 머리 부위를 환기시키는 게 좋다. 머리가 긴 여성의 경우 머리를 높이 묶어 뒷목을 시원하게 유지시키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두 번째 방법은 열이 잘 빠져나가는 부위(손·발)를 시원하게 하는 것이다. 체온은 몸 안을 흐르는 혈액이 피부 표면을 흐르는 동안 외부 공기와 열을 교환(대류·복사·전도 등)하는 과정에서 낮아진다. 손과 발은 면적에 비해 흐르는 혈액량이 많기 때문에 체열을 외부로 내보내는 데 가장 효과적이다.

 

이 교수는 “여름철에 장화·군화 또는 장갑을 착용하고 작업하는 경우 1시간마다 또는 쉬는 시간 내내 신발(장갑)을 벗어야 한다”며 “이 동안 손과 발을 찬물에 담글 수 있다면 훨씬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또 “기온이 체온보다 높거나 비슷할 경우(35℃ 이상)에는 오히려 외부의 열이 인체로 유입된다”며 “이 경우 단순히 신발(장갑)을 벗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찬물에 손발을 담그는 방법만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방법은 땀이 많이 나는 부위(이마·등)를 시원하게 하는 것이다. 이마, 등의 척추라인은 인체에서 땀이 가장 많이 나는 부위다. 이 부위에 땀이 나면 바로 닦아내거나 흘러내리게 두는 것보다 피부로부터 자연스럽게 증발되도록 두는 것이 체온을 낮추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피부에 달라붙지 않는 헐렁한 옷을 입어 이 부위에 나는 땀이 증발될 수 있도록 돕는 게 좋다. 이 교수는 “땀이 나지 않는 경우에도 분무기나 젖은 수건 등을 사용해 외부에 노출된 피부면을 항상 젖어있도록 만들면 체온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여름철 일상복은 면(cotton) 소재가, 운동복은 땀 배출을 돕는 기능성 소재가 좋다. 이유는 ‘땀의 양’ 때문. 일상생활 시에는 땀이 나더라도 피부표면이 살짝 젖는 정도이므로 증발을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는 면 소재가 좋다. 하지만 땀이 많이 나는 운동 중에 면 소재를 입으면 축축하게 젖어 불쾌한 기분이 들 수 있다. 때문에 땀을 흡수하지 않고 외기로 바로 통과시켜 배출하는 기능을 가진 합성섬유 소재가 더 좋다는 것.

 

옷의 색상도 체온에 영향을 미친다. 몸에 착용하는 옷은 복사열 흡수를 최소화하는 밝은 색이 좋다. 반대로 양산은 복사열 흡수를 최대화 할 수 있는 짙은 색이 좋다. 여름엔 태양으로부터 떨어지는 열보다 뜨거워진 도로면 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열이 더 강하다. 밝은 색의 양산은 도로면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을 흡수하지 않고 반사한다. 양산에 반사된 열은 고스란히 몸으로 전달돼 체온을 높인다. 보통은 위(태양)에서 떨어지는 열을 차단한다는 생각에 밝은 색 양산을 쓰는 경우가 많지만, 양산은 몸과 떨어뜨려 들고 다니므로 양산에 흡수된 열이 체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고서령 기자 koseor@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