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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 5월이다. 여왕답게 날씨도 화창한 날이 이어지고 있다. 바쁜 일상에 쫓겨 잠시 도심을 벗어나고 싶다면 전남 곡성군 오곡면에 가보는 건 어떨까. 시골의 정취와 함께 왠지 여유로움이 느껴질 것만 같다.

 

이 때를 앞두고 곡성군은 오는 23부터 내달 1일까지 ‘섬진강 기차마을 대축제’를 계획했었다. 하지만 최근 세월호 사고에 대한 추모의 의미로 축제를 취소·변경했다고 한다. 또 섬진강 기차마을 일대에서 함께 펼쳐질 예정이었던 ‘제4회 곡성 세계 장미축제’도 같은 연유로 취소·변경했다.

 

따라서 축제기간은 예정대로 운영하되 차분한 분위기에서 행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개막식과 축하쇼, 장미콘서트, 가수 초청 등 공연 행사는 전면 취소한다. 대신 전시 및 체험행사 위주로 운영하기 때문에 곡성군 기차마을을 방문하면 증기기관차를 탈 수 있고, 장미원 등은 관람할 수 있다고 한다.

 

 

섬진강 기차마을에는 옛 곡성역에서 가정역까지 섬진강 물길을 따라 10㎞ 구간을 달리는 증기기관차가 있다.

 

처음부터 곡성군에 기차마을이 있었던 건 아니다. 1998년 전라선 철도가 복선화되면서 철거될 위기에 놓였던 구간(곡성역~가정역)을 곡성군이 철도청으로부터 매입해 기차마을을 조성하고 관광용 증기기관차를 제작해 운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철로 위를 직접 달리는 레일바이크도 운영한다.

 

증기기관차의 좌석은 190개, 380명이 탈 수 있도록 만들었다. 10㎞ 구간을 달리는데 드는시간은 쉬는 시간까지 포함해 약 90분이다. 시속 30~40km로 달리기 때문에 찬찬히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기차를 타고 가다보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나루터 2개소가 있고 주변에는 잔디광장과 원두막, 디딜방아, 코스모스 꽃길 등더 있다. 섬진강을 따라 봄의 신록과 도로 변에 갖가지 꽃이 핀 풍경을 느린 속도로 만끽할 수 있는 게 증기기관차의 묘미다.

 

 

지난해에도 섬진강과 붉게 물든 철쭉꽃을 배경으로 ‘섬진강 기차마을 대축제’를 개최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철쭉 구경은 어려울 전망이다. 곡성군 관계자에 따르면 철쭉이 원래 이맘때 만개했어야 하는데 올해는 2주가량 일찍 피어나 지금은 거의 저버린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아쉬워하기엔 이르다. 철쭉 대신 탐스럽게 핀 장미꽃 100만 송이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미축제도 취소됐지만 ‘1004 장미원’ 만큼은 개장·운영한다. 장미원 관람 시간은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까지이다. 원래 축제 기간이었던 오는 23일~6월 1일까지는 밤 10시까지 야간개장한다.

 

섬진강 기차마을 단지 내에 위치한 장미원은 4만㎡의 부지에 1004종의 장미가 식재돼 있다. 이곳에서는 독일의 코르데스·로젠유니온·탄타우 프랑스의 메이앙, 영국의 데이비드 오스틴·하크니스 등 유럽의 주요 장미 품종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수목과 장미가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연못, 분수, 유리온실 등의 시설을 갖춰 찾아오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또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놀이기구 몇 가지와 음악분수도 마련돼 있다.

 

 

장미는 단일 품목으로 정원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꽃의 모양과 색상이 다양하다. 또 향수로 만들어질 정도로 천연의 향이 가득해 역사적으로 특히 여성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왔다.
 
이집트의 여왕이자 ‘절세미인’이었던 클레오파트라는 젊음과 미모를 유지하는데 장미를 애용했다. 연회장의 바닥에 30cm 높이의 장미꽃을 깔아 호화로운 향연을 즐겼다고 전해진다. 그러다보니 그녀의 연인이었던 안토니우스는 죽는 순간에도 그녀가 자신을 항상 생각할 수 있도록 그의 무덤을 장미꽃으로 덮어 달라고 할 만큼 클레오파트라는 장미를 사랑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증기기관차가 천천히 달리고 장미꽃으로 물들 섬진강 기차마을 일대의 날씨는 어떨까.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에 따르면 오는 23일(금)과 24일(토)에는 대체로 맑은 가운데 낮 최고기온이 23℃로 포근할 전망이다. 일요일인 25일에는 기온이 조금 더 올라 한낮 기온이 27℃를 나타내겠다.

 

케이웨더 오현지 예보관은 “26일(월)과 27일(화) 전남 곡성군의 한낮 기온은 각각 28℃와 29℃로 다소 더울 것”이라며 “하지만 수요일인 28일 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조금 내려가겠다”고 예보했다. 비는 28일에 한 두 차례 내린 뒤 그칠 전망이다.

 

맑은 날에는 뜨거운 햇빛에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모자나 선글라스를 챙기는 것이 좋겠고 비가 내리는 날은 가벼운 우산을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섬진강은 우리나라 4대강의 하나로 전북 진안군 백운면과 장수군 장수읍의 경계인 팔공산에서 발원해 전라남북도의 동쪽 지리산 기슭을 지나 남해의 광양만(光陽灣)으로 흘러든다.

 

 

섬진강이 곡성군을 경유하는 거리는 약 36km로 곡성에서는 ‘순자강’이라고도 한다. 주변에는 크고 작은 골짜기가 많아 풍광이 아름답기로 소문이 나 있다. 이곳에는 나룻배 체험공간과 강변 자전거하이킹 코스도 있다.

 

섬진강이란 말의 어원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숨어있다. 섬진(蟾津)이란 한자말 그대로 해석하면 ‘두꺼비 나루’가 된다. 두꺼비 섬(蟾)이라는 어려운 한자를 강 이름에 끌어다 쓴 것은  두꺼비와 관련된 전설이 있기 때문이다.

 

왜구의 침탈이 잦던 고려 우왕 때의 이야기다. 왜구가 이 강을 거슬러 침범해 왔을 때 밤에 난데없이 두꺼비 떼가 나타나 엄청나게 큰 소리로 울어서 왜구가 놀라 광양 쪽으로 도망쳤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왜구를 물리친 두꺼비의 공적을 기려 ‘섬진’을 강 이름으로 삼았다는 얘기다.

 

박선주 온케이웨더 기자 parkseon@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