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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이 쌓이고 고드름이 맺히는 겨울이 왔다. 추위에 떨면서도 동네 친구들과 모닥불에 고구마를 구워먹고 썰매를 타며 손발이 꽁꽁 얼 때까지 뛰어놀았던 추억이 떠오른다.
12월 말에 접어들면서 기온이 뚝 떨어진데다 찬바람마저 매서워지고 있다. 또 전국 곳곳에서 눈도 제법 내리고 있다. 눈이 내려 쌓이기 시작하면서 전국 각지에서는 눈과 얼음을 소재로 한 축제가 한창이다.
때를 맞춰 ‘제6회 명품칠갑산 얼음분수축제’가 오는 24일부터 내년 2월 9일까지 충남 청양군 칠갑산 일원의 알프스마을에서 개최된다.
칠갑산은 청정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최근 칠갑산도 연이어 내린 눈으로 온통 새하얀 눈꽃을 피우며 겨울정취를 풍기고 있다고 한다.
충남의 중심에 위치한 청양군은 ‘한국의 알프스’라 불리는 칠갑산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한 곳이다. 칠갑산 출렁다리 바로 아래에 자리하고 있는 청양군 정산면 천장리 알프스마을에서 이색적인 눈과 얼음을 소재로 한 축제가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맑은 물과 넓게 펼쳐진 들, 전통문화가 잘 보존돼 있는 청양군. 그 중에서 천장리는 우리 전통 민속이 고스란히 전해져 내려오는 마을이다. 이 마을은 웃마을, 작은중뜸, 큰중뜸, 아랫말, 놋점 등 전통지명을 가진 마을들로 이뤄져 있다. 수백 년 동안 이어져온 산신제와 장승제를 지내며 전통을 이어가는 마을은 천장이 놋점마을이다. 이 마을은 매년 섣달(음력으로 한 해의 맨 끝 달) 보름에서 스무닷새 사이에 산신 하강일을 정해 제를 지내는 ‘산신제’와 같은 날 마을 입구에 9척의 장승을 세우고 지내는 ‘노성제’가 전해지고 있다.
이곳의 축제는 다른 눈꽃축제와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 작은 산골마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박함이 있기 때문이다.
칠갑산 얼음분수축제는 대규모의 축제와 다르게 작고 소박한 산골 마을의 정서가 넘쳐 나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우마차를 끌고, 모닥불을 피워 주는 등 시골의 정을 듬뿍 느끼도록 해준다.
이 축제의 묘미는 흐르는 분수가 그대로 얼어버린 듯 장관을 연출하는 ‘얼음분수’다. 마치 대형 고드름이 주렁주렁 열린 것 같은 50여 점의 얼음분수는 자연이 빚은 신비함과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어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높이 10m의 얼음 폭포는 하얀 눈꽃과 조화를 이루며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축제장 중앙에는 청양을 대표하는 고추와 구기자 등을 상징하는 얼음조각상이 놓여있어 겨울의 정취를 만끽 할 수 있다.
눈 조각 30여점도 눈을 즐겁게 한다. 동화 속에서 막 나온 것 같은 뽀로로 캐릭터 모양의 눈조각 앞에서 사진을 찍는 아이들의 모습이 즐거워 보인다.
자연 언덕위에서 눈썰매를 타볼 수도 있다. 눈썰매 틀에 튜브처럼 공기가 들어있어 보다 안전하다. 눈사람 만들기 경진대회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참여한다. 흰 눈을 동그랗게 모으고 굴려 눈사람을 만드는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눈사람의 표정은 만드는 사람마다 가지각색이다.
또 천장리 주민들과 함께 소가 끄는 썰매와 승마체험을 해볼 수 있다. 내년이 말띠 해인 점을 고려해 이번에 열리는 칠갑산 얼음 분수축제에 말을 타고 축제장을 둘러보도록 준비한 것이다.
▲ 축제장 일원에 언 빙판위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 ⓒ알프스마을
행사장 주변의 꽁꽁 언 강 위로는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다. 빙어낚시 체험을 하는 곳이다. 낚시대를 위아래로 흔들다 보면 어느새 미끼를 문 빙어를 잡을 수 있다.
빙어는 본래 물속 깊이 살지만 겨울철 산란을 위해 얼음 아래까지 올라와 지낸다. 때문에 두껍게 언 강에 구멍을 파고 낚싯대를 넣으면 영양이 풍부한 빙어를 낚아 올릴 수 있다. 빙어는 ‘호수의 요정’이란 별명처럼 귀여운 생김새를 지니고 있다.
여행에서 빼놓은 수 없는 것이 먹거리다. 체험활동을 하느라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서 모닥불에 고구마, 알밤, 가래떡을 구워먹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또한 이곳에서는 넉넉한 시골인심을 느낄 수 있다.
▲ 칠갑산 얼음분수축제장에서 밤을 굽는 사람들 ⓒ알프스마을
밖에서 진행되는 축제인 만큼 날씨가 궁금해진다.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에 따르면 개막일인 24일은 다행히 눈·비 소식은 없다. 하지만 이날 일최저기온은 -6℃로 춥겠지만 한낮에는 기온이 6℃로 올라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겠다.
케이웨더 예보관계자는 “행사 기간인 24~29일에는 눈·비 소식은 없고 구름만 다소 지날 것”이라며 “이 기간 아침기온이 -4~-7℃, 낮 최고기온은 -1~6℃의 분포를 보이겠다”고 예보했다.
특히 28일에는 한낮 기온도 0℃를 나타내겠고, 29일에는 -1℃까지 떨어지겠다. 아침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낮 동안에도 영하의 기온을 보이는 날이 있는 만큼 장갑과 목도리, 모자 등을 챙기는 것이 좋겠다. 또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만큼 평소보다 옷차림을 따뜻하게 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 축제기간 날씨 및 기온 전망 ⓒ온케이웨더
아이들과 축제장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겼다면 주변 명소를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칠갑산은 ‘어머니 품과 같은 포근한 산’으로 불리지만 가요 ‘칠갑산’으로 더 유명하다. 비록 해발고도가 높거나 험준하진 않지만 깊고 웅장한 산세를 보여 청양의 진산으로 여겨져 왔다
칠갑산은 울창한 산림과 주변의 볼거리가 많아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다.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깨끗한 환경, 맑은 물과 아름다운 새소리가 어우러져 1973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높이가 해발 561m로 나지막하고 능선이 완만한데 이곳에 눈이 내려 쌓이면 그 설경이 수려해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출렁다리도 칠갑산의 명소다. 출렁다리는 지난 2009년 완공됐다. 이 다리는 정산면 천장리 ‘천장호’와 칠갑산 ‘주봉’을 연결하는 길이 207m, 폭 1.5m의 다리다. 이름과 같이 다리위를 걸으면 출렁거림을 느낄 수 있어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2007년 문을 연 칠갑산천문대도 있다. 국내 최대의 굴절망원경이 설치돼 있어 선명하게 별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천장호, 정산서정리9층석탑, 모덕사, 장곡사, 지천구곡, 정혜사, 우산성, 다락골줄 무덤 등 ‘청양 명승 10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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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주 온케이웨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