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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중 가장 추운 겨울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초순부터 한파와 폭설이 몰아쳤지만 올해는 평년기온을 웃돌며 다소 포근한 12월 상순 날씨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기상청의 1개월 전망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추운 날이 많겠고 서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눈도 많이 올 전망이다.

 

또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는 “수요일인 11일 서울·경기·강원영서 지방과 충청이남 지방에 눈이 내린 후 개겠고 밤부터 기온이 빠르게 내려가겠다”며 “12일(목) 서울의 아침기온은 –4℃까지 떨어지겠고 내륙 지역의 기온은 평년보다 2~6℃ 가량 낮은 분포를 나타내며 강한 바람으로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져 강추위가 시작되겠다”고 예보하고 있다.

 

추위에 대비해 방한용품을 준비하고, 따뜻한 차로 몸을 보호하는 것도 방법일 터. 여기에 우리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줄 영화 한 편으로 겨울 추위를 녹여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흰 눈이 내리는 창밖을 배경으로 따뜻한 방에서 군고구마를 먹으며 영화 한편 보는 건 어떨까. 겨울에 볼만한 작품 몇 편을 소개한다.

 

 

 

눈이 내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한 장면이 있다. 바로 영화 러브레터의 하얀 설원이다. 그 위를 여자 주인공이 달리며 외친 한마디. “오겡끼 데스까(잘 지내고 있나요?)”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이 명대사를 기억하는 이들은 많을 것이다.

 

영화 러브레터는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했던 연인이자 약혼자였던 후지이 이츠키가 죽은 지 2년. 그의 약혼녀였던 와타나베 히로코(나카야마 미호 분)는 여전히 그를 잊지 못하고 있다. 추모식 날 히로코는 그의 중학교 졸업 앨범에서 지금은 사라진 그의 옛 주소를 발견하고 그리운 마음에 안부를 묻는 편지를 띄운다.

 

놀랍게도 며칠 후 후지이 이츠키라는 이름으로 답장이 날아왔다. 히로코는 편지를 보낸 그 사람이 그와 같은 이름을 지난 여자이며 그의 중학교 동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히로코는 동명이인인 여동창생 이츠키에게 그의 중학생 시절에 대해 들려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렇게 그녀들이 주고받는 편지와 함께 과거로의 회상여행을 떠난다.

 

영화 <러브레터>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감성이 돋보이는 멜로영화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아련하다. 잊혀져 가던 기억을 더듬어 하나하나 풀어가는 과정과 영화 중간에 흐르는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잘 어울린다. 이 영화의 OST인 ‘A Winter Story’ 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겨울’ 그리고 ‘크리스마스’ -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영화가 있을까. 크리스마스를 앞둔 일곱 커플은 사랑이 피어나는 순간을 함께 하거나 오래된 관계에 금이 가는 아픔을 느낀다. 어떤 이들은 사랑의 결실을 맺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지만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캐롤처럼 서로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입가엔 미소가 번진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는 일곱가지 이야기가 있다. 첫 번째 주인공은 미혼인 수상과 비서. 새로 부임한 영국 수상은 그의 비서에게 반하게 된다. 하지만 수상이라는 자리 때문에 고민 끝에 비서를 다른 데로 보내게 된다. 그랬던 수상은 그녀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고 깊은 사랑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수상은 그녀를 찾아 나선다.

 

두 번째는 영국작가와 포르투갈 여인의 사랑 이야기다. 소설을 쓰는 제이미는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별장에서 지내고 있다. 그가 머무는 동안 집안일을 돕는 오렐리아가 왔다. 둘은 말이 통하지 않지만 어느 순간부터 서로에게 끌리기 시작한다. 제이미는 그녀를 위해 언어를 공부하고 크리스마스 날 그녀를 찾아가 고백을 한다.

 

친구의 신부를 사랑하는 마크의 이야기도 있다. 마크는 친구의 결혼식 날 정성을 다해 웨딩촬영을 해준다. 그런데 친구의 신부에게 굉장히 무뚝뚝하게 군다. 이유는 그녀를 짝사랑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소원을 비는 크리스마스 날, 그녀를 찾아가 좋아하기로만 고백한다. 여기서 마크가 스케치북을 넘기며 고백하는 명장면이 나온다.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 지금 사랑하고 있는 이들, 사랑을 준비하는 이들, 그리고 지나간 사랑에 아파하는 이들 모두 그 마법 같은 설렘을 기다린다.

 

 

영화 <나 홀로 집에>는 4편의 시리즈가 나올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장난꾸러기 8살 케빈은 가족들의 잔소리 없이 혼자 살기를 바랐다. 마침 그 소원이 크리스마스에 이뤄졌다.

 

영화의 배경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은 시카고. 케빈은 늘 자신은 혼자 살 거라면서 가족이 모두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중 케빈의 가족은 크리스마스 연휴에 프랑스의 친척 집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모두가 비행기 시간을 맞추고자 허둥대는 사이, 3층 다락방에서 잠이 든 케빈을 미처 챙기지 못하고 떠나 버렸다.

 

 

잠에서 깬 케빈은 혼자 남은 것을 알고 자신의 소원이 이뤄졌다고 기뻐한다. 그런데 빈집털이 2인조 도둑이 케빈의 집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이를 눈치 챈 케빈은 도둑들을 겨냥해 만반의 계략을 짠다. 계단에 물을 뿌리고, 폭력 비디오의 총소리를 크게 켜놓는다. 딱총과 전기 다리미, 페인트통, 빨래줄, 공기총, 형의 거미까지 동원해 집에 침입한 도둑들에게 골탕을 먹인다.

 

결국 케빈은 도둑에게 잡히고 말지만 이때 앞집에 사는 할아버지가 나타나 도둑들을 쓰러뜨린다. 그리던 중 엄마와 가족들이 돌아오고 케빈은 창문 밖으로 앞집 할아버지가 아들과 소녀딸을 만나는 것을 보면서 흐뭇해한다.

 

크리스마스 영화의 단골손님격인 <나 홀로 집에>. 텔레비전에서 여러 번 방영했던 영화라서 내용과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연말에 특별한 약속이 없다면 크리스마스 날이면 어김없이 등장해 집을 지키는 ‘케빈’과 함께 해 보는 건 어떨까.
 
▣ 과속스캔들 (Speed Scandal, 2008, 감독 강형철)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살릴 수 있는 가족영화도 있다. 2008년 전국 800만 관객을 불러모은 흥행작 <과속 스캔들>이 그 주인공이다. 30대 남자 연예인에게 갑자기 나타난 친딸과 손자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한때 아이돌 스타로 10대 소녀 팬들의 영원한 우상이었던 남현수(차태현 분). 지금은 삼십대 중반의 나이지만 그래도 잘나가는 연예인이자, 청취율 1위의 인기 라디오 DJ다.

 

어느 날 애청자를 자처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오던 황정남(박보영 분)이 느닷없이 찾아와 자신이 현수가 과속해서 낳은 딸이라며 바득바득 우겨대기 시작한다. 집은 물론 그의 직장인 방송국까지 쫓아다니는 정남으로 인해 완벽했던 인생에 태클 한방 제대로 걸린 현수.

 

자신의 딸인 정남에게는 아들이 있었기 때문에 현수는 한 순간에 할아버지가 되고 결국 3대가 한집살이를 시작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족애’와 대중이 궁금해 하는 ‘연예인의 스캔들’을 소재로 유쾌하고 감동적인 웃음을 주는 영화다. 따뜻한 가족 코미디 영화로 올겨울 마음의 온도를 높이고 가족의 소중함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따끈따끈한 신작도 있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인 영화 어바웃 타임은 지난 5일 개봉했다. 쌀쌀해진 날씨에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무언가가 필요다면 이 영화에 집중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노팅힐>과 <러브 액츄얼리>를 만든 리차드 커키스 감독의 작품이라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를 보기 전 기억해야 할 단어는 ‘시간’.
 
모태솔로 팀(돔놀 글리슨 분)은 성인이 된 날 아버지(빌 나이 분)로부터 놀랄만한 가문의 비밀을 듣게 된다. 바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꿈을 위해 런던으로 간 팀은 우연히 만난 사랑스러운 여인 메리(레이첼 맥아담스 분)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다.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팀. 그 여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쉴 틈 없이 반복 사용한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그녀와 매일매일 최고의 순간을 보낸다.

 

하지만 그와 그녀의 사랑이 완벽해 질수록 팀을 둘러싼 주변 상황들은 미묘하게 엇갈리고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여기저기 나타나기 시작한다. 어떤 순간을 다시 살게 된다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우리는 모두 시간에 잡혀 산다. 오늘이 마지막인 듯이 살고 싶지만 지나고 나면 후회가 남기 마련이다. 어떤 때는 타인의 삶을 부러워할지도 모르지만 혹자는 이렇게 조언한다. 지금 평범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고.

 

박선주 온케이웨더 기자 parkseon@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