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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말과 8월 초에 휴가 가는 건 이제는 꿈도 안 꿔요.”
회사원 공대호 씨(31)는 휴가계획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성수기 중의 성수기로 꼽혔던 황금휴가기간이 무색해졌다. 이젠 직장인들 사이에서 휴가 성수기가 비수기가 됐다.
늘어난 강수 일수와 집중 호우 때문이다. 올해 7월 동안 비가 온 날은 19일이다. 73년 관측 이래 네 번째로 자주 비가 쏟아진 셈이다. 해 뜨는 날은 ‘샌드위치’ 같았다. 비오는 날 사이 하루 이틀씩 끼어 있어 휴가 잡기가 더욱 곤궁했다.
그냥 비도 아닌 ‘물폭탄’이 쏟아진 것도 휴가 성수기를 바꾸는 데 일조했다. 이 시기에 내린 비는 474.8㎜로 73년 이래 두 번째로 많았다. 연강수량의 78%의 비가 이 한 달 사이 쏟아졌다.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면서 휴가 장소 잡기도 어려웠다. 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며 예측을 어렵게 했다.
7월 상순에 지리산 부근 및 남해안 지역으로 휴가를 떠났던 사람은 낭패를 봤다. 이 시기에 대만부근의 열대저압부로부터 많은 수중기가 공급되면서 집중호우가 내렸기 때문이다.
직장인 이윤경 씨(28)는 이 시기에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다가 취소했다. 이 씨는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려고 계획한 휴가인데, 여행사와 환불 문제 때문에 입씨름을 하느라 일주일을 머리 아프게 보냈다”고 토로했다.
중순에는 중부지역으로 떠난 사람들이 휴가를 ‘공’쳤다. 남부에 비가 그치니 바로 중부에 물폭탄이 떨어졌다. 7월 11일부터 17일까지 연일 많은 비가 쏟아졌다.
휴가피크인 하순에는 남부·중부 가리지 않고 비가 내렸다. 게릴라성 집중호우였다. 인명피해가 63명에 이를 정도의 재해였다. 춘천 펜션이 무너지자 그 일대 펜션 역시 예약취소가 잇따랐다.
여행객들은 물론 펜션 주인들도 ‘여름 대목’을 날렸다.
8월 초, 한숨 돌리고 나니 태풍 ‘무이파’가 찾아왔다. 서해상으로 비껴갈 것이라 예보됐던 태풍이 중부지방을 직접 공격하면서 이 시기의 휴가도 의미가 무색해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직장인들은 이제 막바지 휴가 기간을 잡느라 경쟁이다. 벌써 숙박업소들의 8월 말 예약은 꽉 찼다.
7월 초와 8월 초 취소 신청이 잇따라 텅 비어 있던 것과 대조되는 풍경이다. 숙박업소 업주들은 “이제야 여름 대목 기분이 난다”고 말했다.
이렇듯 기상이변은 지난 10년 동안 ‘고정불변’이던 휴가 피크시기를 조용히 옮겨 놓고 있다.
 손지원 기자 snorkle@onkweath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