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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고 붉은 태양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었다. 뼛속까지 스미는 추위에 한참을 떨던 사람들 사이에서 나지막한 탄성이 터져나온다. 수평선 너머로 천천히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는 눈빛에 희망이 어렸다. 채 떠오르지 못한 태양을 바라보며 간절하게 소원을 비는 사람부터 고사리같은 손을 마주잡고 두 눈은 꼭 감은 어린아이까지 행복을 바라는 마음에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저마다 새해 첫 일출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사연 역시 다양하다.

지난 한 해의 묵은 일을 잊고 건강하게 모든 일이 잘 풀리도록 기원하기 위해 해돋이 명소를 찾는 일은 낯설지 않다. 특히 올해는 60년만에 찾아오는 흑룡의 해다. 평년보다 관광객이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 해돋이로 이름값 높이는 명소 3곳은 울산 간절곶과 강릉 정동진, 포항 호미곶이다.

 

울산의 간절곶은 동해안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이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에 위치해 있다. 바다를 마주한 바위에 빼곡하게 관광객이 들어찰 정도로 유명한 해돋이 명소다. 바다를 바라보고 우뚝 서있는 등대가 겨울바다와 어우러져 운치 있기로 유명하다. 등대 앞 소나무 숲이 일출 때면 조화롭게 한 폭의 병풍같이 멋진 풍경을 자랑한다.

2000년부터 열리기 시작한 간절곶 해맞이 축제는 명소답게 풍성하다. ‘Good-bye 2011 show’부터 제야행사, 2012년 새해마중, 2012 희망아! 솟아라 등의 순서로 12월 31일 저녁 8시부터 1월 1일 오전 9시 30분까지 이어진다.

메인무대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국악, 무용 공연은 관광객들의 추위도 잊게 만들기 충분하다. 다양한 볼거리를 관람하고 나면 어느새 31일 자정이 다가온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자정이 되는 순간 폭죽과 불꽃 레이저쇼가 시작된다. 형형색색의 불꽃이 화려하게 터지면서 동시에 관광객들은 벅찬 새해를 맞이한다.

울산 역시 해돋이를 보려면 단단히 옷을 껴입어야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기온은 평년보다 낮겠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 떨어질 전망이다. 특히 대기가 건조할 것으로 예상돼 시설물 관리에 유의하는 것이 좋다. 하늘에는 구름이 약간 끼거나 대체로 맑을 것으로 보인다.

 

 

일출 감상의 대명사 정동진은 매년 1월 1일이면 엄청난 인파로 북적인다. 짜증스럽기도 하겠지만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 모든 불만이 날아간다. 해풍에 비스듬히 누운 소나무와 잘라놓은 듯한 절벽,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인 해안도로까지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다.

모래시계로 유명한 정동진의 일출은 장관이다. 모래밭 해변에서 바라보는 손톱만한 붉은 빛이 어둠을 가른다.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감탄사와 카메라 셔터 소리도 이 순간만큼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점점 둥글어지는 태양에 이미 가슴 깊숙한 곳에는 신선한 바닷공기와 희망이 들어찬다.

올해 정동진 해돋이 축제는 간소하게 진행된다. 그러나 가장 큰 볼거리인 동양 최대 모래시계 회전식과 불꽃놀이는 빠지지 않는다. 지름 8.06m, 폭 3.2m, 무게만 40톤의 이 모래시계는 1년 단위로 회전한다. 다 떨어진 모래시계를 회전시키며 묵은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회전식도 놓칠 수 없는 흥미진진한 볼거리다.

날씨는 매우 추울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기온이 큰 폭으로 내려가고 바람도 강하게 불 것으로 예상된다. 강릉 지역 기온은 평년기온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체감온도는 더 낮아 보온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한반도를 호랑이로 표현했을 때 꼬리부분에 해당하는 곳이다. 바로 포항 호미곶이다. 영일만의 끝부분에 위치한 호미곶에는 유명한 두 손이 있다. 청동으로 만든 ‘상생의 손’이다. 육지와 바다에 각각 한 손씩 설치해 화합을 상징하는 이 두 손 너머로 바라보는 일출은 마치 사진 작품처럼 환상적이다.

벌써 14회째를 맞은 호미곶 해돋이 축제에는 다양한 행사가 준비돼 있다. 상생과 소통을 담은 합창 퍼포먼스와 레이저쇼, 뮤직불꽃쇼 등이 펼쳐질 예정이다. 특히 주최측은 새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 떡국을 1만명분 준비해 나눠줄 계획이다.

 

기온은 큰 폭으로 떨어져 매우 추울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를 동반한다면 보온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평년보다 낮은 기온에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 것으로 전망된다. 대륙 고기압의 영향으로 대체로 맑을 것으로 보인다.

 

 

이유경 기자 leeyou@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