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 전자가 미국 가전업체 월풀로부터 반덤핑 제소를 받아 미국 시장 진출에 급제동이 걸렸다. 냉장고에 이어 세탁기까지 반덤핑 조사에 들어갈 위기다. 북미 수출길이 막힐지도 모르는 최악의 상황에 관계자들은 된서리를 맞은 늦가을 채소처럼 풀죽은 모습이다.
월풀이 반덤핑 제소 카드를 꺼낸 까닭은 경영 위기감 때문이다.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작년 월풀의 3분기 냉장고 점유율은 12.5%밖에 되지 않았다. 동분기 냉장고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12.6%, 엘지전자 12.5%로 우리나라 기업이 2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불안해진 월풀의 초강수라는 분석이다.
미국 상무부는 삼성·LG 등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반덤핑 조사 개시 여부를 19일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삼성·LG 냉장고에 고율의 덤핑률을 부과한다는 예비판정이 있었다. 오는 3월 반덤핑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이에 앞서 미상무부 조사관들은 지난해 11월 삼성과 LG의 공장을 현장 실사했다.
문제는 대선을 앞둔 미국 상황을 비추어 볼 때 무혐의 판정을 낙관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지난 10월의 충격적인 판정 결과가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두 전자업체는 절치부심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북미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 미 상무부는 삼성전자 광주공장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프렌치도어 냉장고(하단냉동고형)에 32%의 덤핑률을, 멕시코 공장 제품에는 36.5%의 덤핑률을 예비판정때 부과한 상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종 판결도 예비판정과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면 수출경쟁력을 잃은 프렌치도어 냉장고 수출은 사실상 중단된다”고 밝혔다.
삼성은 연간 7억달러 이상의 냉장고를 미국에 수출했다. LG전자 역시 연간 5~6억달러의 프렌치도어 냉장고와 4억달러의 세탁기를 판매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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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