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9개국이 무더기로 신용등급 하락을 받으면서 국내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태풍을 몰고 오는 까만 먹구름을 본 후 자구책 마련에 혈안이 된 모습이다.
국내기업들은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프랑스까지 무너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이 여파가 장기화되면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산업계는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세계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유럽경제 상황악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업계는 조선·전자·자동차·철강 업계다. 업계들은 산업수요 급감과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유럽 수출액은 전체 매출액의 각각 30%와 20%를 차지한다. 이외에도 유럽매출 비중이 높은 수출주들이 직격타를 맞았다. 유럽시장 매출 비중이 높은 모 전자업체는 1.8%나 하락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유럽은 전자업계 주요 시장인 만큼 경기 악화가 수출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하게 대응전략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폭풍전야지만 차분히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자동차와 부품업계 상황도 좋지 않다. 국내 대표 수출업체인 현대기아차의 경우 지난해 유럽 수출 비중은 15%에 달했다. 자동차 공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작년 국내 완성차업계의 유럽 수출 비중은 22.2%였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해외법인장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현지 시장 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자동차 업계 역시 먹구름에 간간이 소나기가 예보된 실정이다.
조선업계 상황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경기 침체로 선박금융이 경색되면서 발주가 줄어들거라는 비보에 유럽 악재까지 겹쳤다. 철강업계 역시 조선, 가전, 자동차의 수출 감소 우려에 맞물려 중후판, 냉연강판 등 주요 철강제품의 수출 위축이 예상된다. 포스코를 포함한 주요 철강업체들은 시나리오 경영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내딛을 전망이다.
내수업종 역시 유럽경제의 긴박한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아파트 가격이 최대 30%까지 급락하는 것을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주택 수요자들이 ‘부동산 쇼크’가 닥칠 가능성을 우려하며 투자계획을 보류하면 국내 주택경기가 냉각되는 것은 뻔한 일이다.
내수경기 침체에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유통업계는 작년의 부진한 영업실적까지 타계하기 위해 프로모션 전개에 힘쓰고 있다. ‘설특수’를 앞두고 업계간 총력전을 벌이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굳어버린 내수시장을 풀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암울한 지적이다.
입춘을 한달 앞두고 있지만 유럽경제 상황 악화에 내수 경기는 ‘꽁꽁’ 얼어붙을 전망이다. 무너뜨릴 때는 좋았던 세계 경제 장벽의 빈자리에 폭우를 동반한 폭풍이 휘몰아쳐 들어오고 있다. 집안을 정돈하고 폭풍에 대비해보지만 얼마나 효과를 보일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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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