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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지역에 설치된 윈드프로파일러
기상재해가 늘면서 정확한 날씨예보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예보를 뒷받침할 기상청의 기상관측장비 관리 및 유지보수 부분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집중호우나 태풍과 같이 실시간으로 급변하는 날씨를 정확히 예측하려면 대기의 흐름을 연속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기상관측장비의 작동을 유지하기 위한 정기 점검은 필수다.
최근 바람의 움직임을 3차원으로 측정하는 장비인 연직바람관측장비(윈드프로파일러)에 장애로 인한 자료 누락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해기지의 장비 고장률이 높고, 이달 1일부터 추풍령기상대의 장비는 30일 현재까지 멈춰있는 상태다.
지난해에도 강원지방기상청, 군산기상대, 원주기상대 등 전국의 윈드프로파일러 장비의 작동이상으로 바람의 움직임이 기록되지 않았다.
사업 발주기관이 사업 직접 수행…민간업체 일거리 뺏어
기상청은 그동안 민간기상사업자가 문제없이 수행해왔던 기존의 기상장비 유지보수 사업들을 가로채 한국기상산업진흥원으로 이전시켰다. 이로 인해 장시간의 자료 누락, 자료의 수시 빠짐, 고층데이터의 이상관측, 데이터 표출 등의 이상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진흥원이 장비 관리를 하게 됨에 따라 긴급점검 및 수리비용의 부담이 증가될 것은 물론 결과적으로 민간기상산업 발전을 위축시킬 것이란 게 기상업계의 주장이다.
지난해 7월 진흥원은 기상청이 운영하는 연직바람관측장비 9개소에 대한 유지보수를 맡은 민간 기상사업자인 케이웨더에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해당 유지보수 사업 계약조건에는 해지의 경우 상호 기명 날인한 서면 합의가 있어야 하지만 진흥원은 일방적으로 해지를 통보했다. 케이웨더는 장비 제조사인 프랑스 디그리안사의 국내 대리점을 맡아 2006년부터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 해 왔다.
진흥원은 또 기상청 장비 유지보수 계약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점을 이용해 장비 제조사에 이메일을 보내 케이웨더를 배제하고 대신 진흥원과 사업을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장비 제조사가 아무런 대답이 없자 진흥원은 이희상 원장 이름으로 다시 공식 이메일을 보냈다. 메일 내용은 이 요청에 대한 답변이 없거나 케이웨더를 통해 답변할 경우 앞으로의 입찰을 포함한 어떠한 거래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케이웨더 관계자는 “이러한 진흥원의 행위는 엄연히 영업방해에 해당하는 것이며 민간기상사업자의 사업 가로채기가 도를 넘어 섰음을 반증하는 것이다”라고 항변했다.
진흥원의 이 같은 통보는 유지보수 용역에 케이웨더가 입찰 계약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바람관측장비 유지보수 용역은 2013년보다 사업 규모와 예산이 절반 이상 삭감됐다. 반면 유사 기상장비인 레이더의 경우 2013년에 비해 배정예산이 증액됐다.
케이웨더 관계자는 “케이웨더는 최소한의 유지보수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전년 수준의 예산을 요청했으나 결국 거절당했다”며 “삭감된 예산으로는 사업을 도저히 수행할 수 없어 부득이 주어진 입찰에 계약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상청은 유지보수 사업예산을 대폭 삭감한 후 사업자가 삭감된 예산에 맞추지 못하면 유지보수사업을 진흥원이 직접 수행하게끔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대응에 진흥원 측은 “새로운 사업자 선정을 위해 조달청을 통한 공개경쟁 입찰을 추진했으나 두 차례에 걸쳐 유찰돼 진흥원이 해당 사업을 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케이웨더 측은 예산 축소로 윈드프로파일러 유지보수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기상청은 장비운영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예산을 줄여 매월 정기정검을 분기점검으로 수정했다고 하나 장비를 분기별로 점검하면 장비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유지보수를 진행하고 있는 진흥원은 관측 장비에 이상이 발생했을 시 업체에 의뢰하는 단기적인 점검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제조사의 기술지원이 거의 없어 관측데이터 품질의 저하와 장비 고장률의 증가가 염려되는 실정이다.
케이웨더 관계자는 “프랑스 본사로부터 유지보수 교육을 받아야만 윈드프로파일러 장비를 관리할 수 있는데 진흥원에는 그런 교육을 받은 전문가가 없다”며 “이처럼 고가의 기상 장비가 제 구실을 못하는 것은 기상청이 관리 능력이 없는 진흥원에 유지보수를 맡겨서 생긴 결과”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상청은 윈드프로파일러 유지관리의 문제가 있는 것이 장비 부품 제조사의 국내 대리점을 맡고 있는 케이웨더를 통해 공급 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나 실제로 기상청은 해당 부품에 대한 견적만 몇 차례 받고 그 예산을 다른 용도로 썼다”고 덧붙였다.
한편 과거에도 기상청은 적은 장비 유지보수 예산으로 사업자가 관련 사업을 철수하면 진흥원을 통해 수행한 사례가 있었다.
기상관측장비 전문업체인 진양공업 역시 전국단위 자동기상관측시스템(AWS)을 구축했지만 배정 예산이 적어 유지보수 사업을 진흥원으로 넘겨야 했다. 진양공업 관계자는 “AWS 구축 후 배정받은 유지보수 예산이 6억원에 불과했다”며 “전국단위 시스템을 유지보수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한 기상업계 관계자는 “AWS 유지보수 사업이 진흥원으로 넘어간 후엔 관련 예산을 20억원 이상까지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며 “진양공업은 이후 관련 팀을 해체했다”고 말했다.
기상업계는 진흥원이 기존 민간사업자의 사업을 뺏어 유지보수를 수행하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장비에 대해 가장 잘 아는 해당 제조사가 아닌 제 3기관의 유지보수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 유지보수 배정 예산도 현실적으로 적다고 밝혔다.
케이웨더 관계자는 “국가 안전망에 대한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기상장비 유지보수를 줄이는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윈드프로파일러 등 일부 사업만 예산을 절반 이하로 줄이는 것도 이해할 수가 없다”며 “장비관리가 기존처럼 진행될 수 있도록 배정예산 책정에 적정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장비 유지보수 예산이 전반적으로 정체된 상황에서 비용 인상분을 반영하다 보니 유지보수 횟수를 줄였다는 입장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그동안 유지보수에 투입된 인력과 장애횟수 등을 바탕으로 유지보수 인건비를 현실화하고 정기·수시점검 횟수 조정에 따른 합리적인 예산책정”이라며 “장비들에 대한 보완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장비들의 안정성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명했다.
반면 기상업계 관계자들은 “기상청과 진흥원이 민간사업 영역인 유지보수 사업을 빼앗기 위해 일방적인 해지에 나서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기상산업을 육성하고 민간사업을 지원해야 할 진흥원이 사업자가 발굴한 해외 제조사를 가로채려는 행위까지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김태환 온케이웨더 기자 kth1984@onkweath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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