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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상청이 산하기관인 기상산업진흥원의 기상장비 유지보수용역 사업 예산을 전용하면서 기상장비에 대한 원활한 유지보수계약이 체결되지 않고 있다.

기상업계에 따르면 올해 기상청 선박기상관측장비 유지보수용역 사업은 배정예산이 4100여 만원으로 지난 5월 이후 4차례의 입찰이 진행됐으나 예산부족으로 아무도 입찰하지 않아 무산됐다. 현재는 정기 유지보수가 아닌 온콜(on call) 방식으로 유지보수가 필요할 때마다 업체에 수리를 요청하는 땜질식 처방에 그치고 있다.

또한 기상청 연직바람관측장비 유지보수 사업도 예산 삭감 이후 아직까지 체결되지 않고 있다. 처음 책정된 예산은 5억1900만원이었으나 기상청이 예산 절감을 이유로 1억7762만원으로 대폭 삭감했다.

그러자 지난 5월 이후 진행된 5차례 입찰에서 단독 응찰로 인해 유찰됐으며, 수의시담 및 가격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6월 기존 유지보수업체와의 계약이 끝난 후 현재까지 사업자를 선정하지도 못하고 있다.

낮은 수리비 탓에 번번히 입찰 무산

아예 취소된 유지보수 사업도 있다. 울산‧김해‧여수공항 연직바람관측장비 유지보수 사업은 배정예산이 2억100만원으로 지난 8월 유지보수 공고가 진행됐다가 며칠 뒤 규격(제안) 재검토라는 불명확한 이유로 입찰공고가 취소됐다. 기상청은 유지보수 점검회수를 월간 점검에서 분기별 점검으로 줄이고 예산도 낮춰 다시 공고를 진행할 계획이다.

입찰 후 제안서 부적격으로 지연되고 있는 항공기상관측장비 통합유지보수 용역 사업은 단독으로 응찰한 업체가 규격서가 요구하는 기술력과 인력을 보유하고 현재 6개 지역 중 4개 지역을 유지보수하고 있음에도 특별한 사유 없이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이렇듯 기상청이 진흥원 예산을 무리하게 전용해 시급히 체결해야하는 각종 첨단 기상장비에 대한 유지보수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해 있다. 만약 고가의 기상장비가 고장 난다면 막대한 비용은 물론 기상장비 운용에 지장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게 기상업계의 지적이다.

여기에 최근 기상청은 민간기상업체와 불미스러운 일들로 과다한 소송비용을 부담했다. 지난 6월 라이다 물품대금청구소송(1심) 패소로 인해 물품대금(내자분), 추가금, 이자 등 약 12억1000만원 추심 당했고 라이다 물품대금청구소송 항소심을 위해 민간로펌에 변호사 선임료 1억 1250만원을 지급했다.

또한 진흥원은 전임 간부인 A 본부장과의 해임취소 소송마저 패해 미지급 임금까지 지불해야 했다.

기상업계 한 관계자는 “기상청이 기상장비 유지보수 예산을 소송비용으로 무리하게 전용하는 탓에 레이더 등 첨단 기상장비 유지보수용역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면서 “향후 기상장비의 안정적인 운용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간업체 일거리까지 뺏나

아울러 기상업계는 기상청이 민간사업 유지보수를 축소하는 게 기상산업진흥원으로 이전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과거에도 기상청은 적은 장비 유지보수 예산으로 사업자가 관련 사업을 철수하면 진흥원을 통해 수행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상업계는 진흥원이 유지보수를 수행하는 것이 결국은 민간시장을 축소하는 결과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장비를 만든 해당 제조사가 아닌 진흥원이 유지보수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배정된 예산 자체가 너무 적은 탓에 적절한 유지보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기상관측장비 682개에서 최근 3년간 1513건의 장애가 발생한 사실이 지난 국감에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그동안 유지보수에 투입된 인력과 장애횟수 등을 바탕으로 유지보수 인건비를 현실화하고 정기·수시점검 횟수 조정에 따른 합리적인 예산책정”이라며 “장비들에 대한 보완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장비들의 안정성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명했다.

김태환 온케이웨더 기자 kth1984@onkweath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