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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이 끝나고 항소심이 진행 중인 라이다 도입과 관련 비슷한 두 개의 사건에 대해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하는 고윤화 청장의 태도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9억5천만원에 불과한 라이다 장비 대금은 내지 못하겠다면서 1억원이 넘는 수임료를 지급하며 변호사를 고용해 항소심까지 진행하면서 160억원이 넘는 기상항공기를 잘못 도입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업체 측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기상청의 상반된 태도에 대해 기상업계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라이다 도입과 관련 기상청을 상대로 장비공급업체 K사가 제기한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민간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또한 검찰 역시 전직 기상청장의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 전 기상청장과 민간업체 직원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10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야당인 새천년민주연합은 여전히 민간업체인 K사가 문제가 있다는 전제하에 질의를 이어갔다. 애초부터 부적합한 장비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국정감사에 앞서 기상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는 “4개국 15개 공항에서 운영되는 윈드시어(돌풍) 탐지 장비는 모두 미국 록히드마틴사에서 제작한 윈드트레이서(Windtracer)라는 제품”이라며 “본래 입찰참여가 불가능했던 K사 제품을 기상산업진흥원이 유권해석을 통해 입찰이 가능하다고 밝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기초로 이인영 의원은 “탐지거리가 15㎞에서 10㎞로 완화되고 당초 부적합 판정을 받았던 업체에 대한 기준을 완화시켜 최저가 낙찰을 받았다”라며 “K사 제품이 적절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계약을 해지하고 위법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을 고소·고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윤화 기상청장은 “그동안 장비 성능에 대해 작년까지 확신하지 못했으며 재검증을 통해 확인하려 했으나 기술적인 문제점이 모두 드러나 굳이 재검증을 할 필요가 없었다. 재검증은 시간낭비다”라고 답변했다.

 

아울러 고 청장은 “항소심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K사 제품이 부적합하다는 사실이 충분히 밝혀질 것으로 보고 그 때 모든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기상청의 일방적인 입장만을 강조한 답변이라는 지적이다. 고윤화 청장의 답변과 달리 재검증이 무산된 이유는 기상청이 장비 검증에 내세운 전문가들이 입찰에서 탈락한 이후 소송까지 벌이다 패소한 국내 대리업체인 W사와 장비공급업체 미국 L사 관계자라는 사실을 확인한 K사가 공정한 검증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부적격 판정을 받았던 K사가 최종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기상산업진흥원의 입찰 담당 팀장이 내부정보를 경쟁사인 W사에 유출하는 등 편파적으로 입찰을 진행했다는 심사위원들의 이의 제기 때문이었다.

 

결국 담당 팀장은 정보유출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해임됐고 기상청 사무관은 지방으로 좌천됐고 기상산업진흥원이 아닌 조달청 주관의 입찰이 다시 치러져 K사가 최종 선정됐다.

 

게다가 1심 패소 이후 항소심 진행 과정도 문제가 되고 있다. 기상산업진흥원이 1억원이 넘는 수임료를 지급한 P변호사는 환경부 고문변호사다.

 

이에 대해 권성동 의원은 “변호사 수임료 예산을 항공장비 유지보수비로 지급했는데 예산전용 절차를 거쳤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사실상 불법으로 예산을 전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희상 기상산업진흥원장은 “원장 권한으로 세목 조정이 가능하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예산을 전용하려면 항공기상청과 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기상산업진흥원은 긴급한 상황이었다는 이유로 관련 예산을 임의로 전용했다.

 

이에 권 의원은 “통상 고액의 수임료를 지급하는 변호사를 고용할 때는 입찰에 붙여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법인을 선임하는데 업무 연관성이 있는 변호사를 수의로 계약하는 것은 의혹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희상 원장은 “1심에서 패하고 2심을 서둘러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변호사 출신의 권 의원은 “항소심 접수 후 2달 안에만 변호사를 선임하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략 4~5개월의 시간이 있었다. 원장의 변명은 말이 안 된다”라고 일축했다.

 

한편 9억5000만원의 라이다 도입과 관련해서 무려 5명의 국회의원이 언급한 것과 달리 161억원을 들여 도입하기로 한 성능미달의 기상항공기에 대해서는 김용남 의원만이 언급했다.

 

기상항공기가 원활한 업무 수행을 하려면 방사능 측정장비, 구름레이더 등 26개 기상관측장비를 한꺼번에 실어야 한다. 따라서 기상청은 최대 적재하중 4300lb(약 1950㎏) 이상, 탑승 규모 20인승을 넘도록 사전에 실무위원회를 통해 필수요건으로 결정했다.

 

이는 다른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좌석 수와 적재하중을 만족하지 못하면 입찰자격이 없다는 의미다. 실제 기상청이 주관하는 도입위원회 역시 항공기 좌석 수, 체공시간 등 임무수행에 반드시 필요한 성능을 필수항목으로 선정하고 업체가 제안한 요청서가 여기에 미달할 경우 0점 처리하도록 했다.

 

그러나 입찰평가에서 합격한 A사의 항공기는 좌석 수 13석, 적재하중이 3410lb(약 1548㎏)에 불과해 관측장비를 한꺼번에 실을 수 없어 본래 의도했던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김용남 의원은 “국정감사가 아니라 기상청과 산하기관이 수사대상이 돼야 할 정도”라며 “계약을 취소할 의향이 있는가”라고 말했다.

 

고윤화 청장은 부적격 장비임이 확실한 160억원이나 되는 기상항공기 도입에 대해서는 기상청 책임을 인정하면서 성능검증 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는 9억5천만원의 라이다 도입은 업체에 책임을 물어 1억원이 넘는 고가의 수임료를 지불하며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고윤화 청장은 “우리 측의 평가가 잘못돼 귀책사유가 업체가 아닌 기상청에 있기 때문에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라고 말해 억대 수임료의 변호사까지 동원한 라이다 문제와는 전혀 다른 대답을 내놔 형평성 논란을 빚고 있다.

 

라이다 장비 적합 판정 역시 기상청 산하의 기상산업진흥원이 내린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능 적합 여부로 논란을 빚고 있는 라이다와 달리 기상항공기는 필수항목을 명백하게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날 국정감사를 참관한 한 업체 대표는 “10억원도 안 되는 장비도입은 1억원이 넘는 수임료를 지불해서라도 이기려 들고 160억원 장비는 ‘기상청이 잘못했다’라며 포기하는 것이 과연 정상인가”라고 꼬집었다.

 온케이웨더 인터넷 뉴스팀 김태환·최유리 기자